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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 한강, 수달의 귀환을 축하하며

생명의 강 한강, 수달의 귀환을 축하하며>
2023.06

에세이

자연이 품은 서울

생명의 강 한강, 수달의 귀환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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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변천사

서울 일대는 한반도에서 지정학적으로 핵심적인 장소였다. 예로부터 한강을 차지한 세력은 한반도의 패권을 쥐었다. 서울은 한강이 실어다 준 유기물로 생산력 높은 충적평야가 넓게 펼쳐진 데다 물산이 모이는 교통의 요지였다. 한강 하류는 생명의 터전이기도 했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이 형성되었으며, 넓은 모래톱과 배후 습지는 물살이와 뭍살이 생물 모두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

도시화 이전 한강의 본래 모습은 선조들이 남긴 예술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겸재 정선은 양수리에서 행주에 이르기까지 한강의 풍경을 27점의 산수화로 남겼다. 그림에 표현된 한강은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하폭이현재에 비해 좁으며, 대신 넓은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본래 한강은 넓은 범람원을 형성하고 있는 자유 곡류 하천이었던 것이다.

한강에 금빛 모래밭이 펼쳐져 있던 시절, 서울 시민은 한강에서 멱을 감고 모래찜질도 했단다. 과거 한강은 곳곳에 여울이 있고, 백사장과 모래섬과 습지가 어우러진 모래강이었다. 여울 구간은 부서지는 물살로 산소가 투입되면서 강의자정 기능을 도왔으며, 모래톱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몸을 숨기는 곳이자 새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한강의 모습이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2년에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이었다. 상류와 하류에 각각 잠실보와 신곡보를 설치해 유람 선이 다닐 수 있게 했으며,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로 한강을 에워쌌다. 한강에는 상류로부터 운반된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저자도, 난지도 등의 많은 하중도가 있었으나 준설과 골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래섬은 강남의 4만 평 아파트 단지 바닥에 들어갔다. 한편 뽕밭이던 잠실은 상전벽해를 겪었다. 본래 한강 본류는 송파 쪽으로 굽어 흘렀다. 강줄기를 곧게 틀고 매립해 과거 한강 유로의 흔적은 시가지에 둘러싸인 석촌호수와 송파나루공원이란 이름으로 남았다.

다시 돌아온 수달

2016년 3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광진교 아래서 수달 한마리가 발견됐다는 것. 1997년 팔당대교 부근에서 마지막 수달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 19년 만의 귀환이었다.

기꺼운 소식은 연이어 전해졌다. 2017년 1월, 탄천에서 어미와 새끼 수달 세 마리가 동시에 확인되었다. 단순 출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서울 한강에 수달 번식 개체군이 형성되었음을 알려주는 사례였다. 2019년 2월에는 서래섬에서 수달이 목격되었으며, 이후 잇달아 샛강·송내천·청계천·중랑천 등 한강 본류와 지류의 다양한 곳에서 수달이 발견되고 있다.

과거에 수달은 한강을 비롯한 전국 하천에 넓게 분포했으나, 밀렵과 하천 정비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멸종 위기 1급 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수달은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indicatorspecies)이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먹이사슬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또한 수생태계의 질서, 즉 먹이사슬의 균형을 조절해주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으로 생태계에서 중요 한 역할을 담당한다. 수달의 서울 귀환은 한강 생태계의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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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어떤 동물인가?

수달은 오소리, 족제비, 담비와 같이 식육목 족제빗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다. 몸 위쪽은 광택이 나는 짙은 갈색을 띠고 아래쪽은 보다 엷은 갈색을 띠며, 턱 아래는 희다. 몸길이는 60~80cm이고, 꼬리 길이는 40~50cm이다.

몸길이의 3분의 2에 맞먹는 긴 꼬리는 물속에서 방향타 역할을 한다. 머리는 납작하고, 몸은 유선형으로 물속에서 저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5개의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있어 헤엄치기 좋다. 귀는 작고, 콧구멍은 주변 근육이 발달해 수중에 있을 때는 자유자재로 닫을 수 있다. 입 주변에 난 수염은 물 흐름과 물고기의 이동을 추적하는 레이더 역할을 한다. 수중 생활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보통 30초에서 2분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최대 4분까지 버틸 수 있다. 강이 얼어붙은 겨울에는 몇십 미터 간격으로 숨구멍을 내며, 얼음 아래서 사냥한다.

하천에서 주로 생활하고, 수영을 잘하는 만큼 수달의 먹이는 약 85%로 물고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블루길, 배스와 같은 생태계 교란종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 밖에도 개구리, 민물 게와 같은 양서·파충류와 갑각류를 사냥한다. 드물게는 흰뺨검둥오리, 물닭, 논병아리와 같은 수변에 사는 조류를 습격한다. 에너지대사량이 큰 만큼 하루에 750~1,500g의 먹이를 먹는 대식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히 사냥에 나서야 한다.

수달은 늦은 겨울에서 이른 봄에 짝짓기를 하며, 임신 기간은 63~70일이고 4~5월에 출산한다. 새끼는 두 마리 정도 낳으며, 암컷은 출산 후 50일이 지나야 물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는다. 새끼들은 6개월간 어미 수달과 같이 지낸다. 전 세계적으로 수달속은 총 13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유라시아 수달(Eurasian otter) 1종이 서식한다. 수달속에는 꽤 유명한 종이 포함되어 있다. 애니메이션 <보노보노> 모델이자 거꾸로 누워 배에 조개를 올려 돌로 깨 먹는 동물은 해달(Sea otter)이다. 북태평양 근해를 중심으로 서식한다. 집단행동을 하며 악어와 대적하기도 하는 자이언트 수달(Giant otter)은 아마존에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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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숙제

다시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고 해서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수달은 하천을 따라 생활하므로 생활 기반이 좁아 하천 생태계 교란에 취약하다. 한정된 서식 공간을 두고 종 내 경쟁도 치열하므로 서식 밀도도 높지 않다. 게다가 수달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수달이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은신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달의 은신처는 주로 물가 하반림이나 바위틈의 은폐된 공간이다. 콘크리트 제방이 다수인 서울시 한강 구간은 수달의 보금자리로 부족하다.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은 수달에게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자연형 둔치 복원을 꾀하는 양화·잠실한강공원의 사례와 파이프를 묻어 수달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서울시의 노력이 반갑다.

한편 수달은 하천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만큼 생물 농축에 취약하다. PFOS(과불화옥탄술폰산), PCB(폴리염화바이페닐) 등의 화학물질과 수은 같은 중금속 중독으로 생식력이 떨어지거나 폐사에 이를 수 있다. 최근 시민들이 한강 변에서 발견한 수달의 똥에서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수달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이나 통발에 걸려 죽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어구로 인한 수달의 폐사를 막기 위해 통발 입구에 철망을 덧대어 설치하는 저감 방안을 의무화하고 있다. 물고기는 통과하되 수달은 통발로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다. 내수면 어업이 이루어지는 김포와 일산 한강 구간에 적극적으로 도입해봄 직하다.

수달은 로드킬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하천을 따라 설치된 도로에서 로드킬이 주로 발생한다.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새끼 수달은 새로운 영역을 찾아 이동해야 하므로 이러한 분산과 독립 과정에서 특히 로드킬 위험에 취약하다. 한강에선 2018년 미사대교 인근에서 수달 로드킬이 발생한바 있다. 수달 서식지를 끼고 있는 하천 변 도로의 경우 유도 울타리 설치 및 도로 하부 구조물 개선, 생태 통로 설치 등의 저감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무적인 것은 서울 수달의 삶을 돌보는 시민들의 노력이다. 수달언니들·달수클럽·달달이·홍달이 등 자발적 시민 모임을 조직해 서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서식지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에는 환경 단체, 조합, 시민들이 모여 수달이 함께 사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서울수달네트워크’가 출범하기도 했다.

서울로 돌아온 수달 가족의 안정적 정착과 안녕을 기원한다. 또한 수달의 귀환을 계기로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논의와 현장 적용이 보다 활발해지길 바란다.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꿈꿔본다.

쓰줍은 한강 캠페인, 수달과의 공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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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8년째 서울살이 중인 수달이. 한강공원의 쓰레기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쓰레기를 잘 줍고, 올바르게 버리는 친구들 덕분에 한강에 정착해 살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의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한 한강을 만들기 위해 ‘쓰줍은 한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한강 쓰줍이’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한강공원의 쓰레기를 줄이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6월 7일부터 20일까지 ‘쓰줍완 챌린지’를 진행한다. 인스타그램 AR 필터를 실행(AR 필터를 켜면 수달과 함께 #쓰줍완 문구 등장)해 쓰레기를 줄이는 모습(다회용기 사용 등)을 촬영한 후 영상 또는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면 된다. 참여자에게는 수달 장바구니 등의 선물을 증정한다.

서울시 공식 인스타그램 @seoul_official


우동걸
야생동물을 조사하기 위해 우리 땅 곳곳을 다녔다. 국립생태원 멸종 위기종복원센터에서 포유류의 생태와 보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등이 있다.

우동걸 일러스트 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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