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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있는 서울이 좋다

‘쉼’이 있는 서울이 좋다>
2023.06

문화

문화 인터뷰

한국문학 번역가 얀 디륵스

‘쉼’이 있는 서울이 좋다

자주 찾는 공간을 알면 그 사람의 취향이 보인다. 누군가는 북적이는 도심에,
누군가는 한적한 곳에 마음이 끌린다. 가천대학교 유럽어문학과 교수이자 한국문학 번역가인
얀 디륵스 씨는 편히 쉬면서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애정한다.
이것이 서울의 다양한 공간 중 ‘손기정 문화도서관’에서 그를 만난 이유다.

한국문학 번역가 얀 디륵스

내가 서울을 좋아하는 이유

서울 중구 만리동에 위치한 ‘손기정 문화도서관’은 독일인 얀 디륵스(Jan H. Dirks) 씨가 평소 자주 찾는 곳이자, 좋아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인문학 및 문화 강연이나 예술 공연 등도 즐기며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들르기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오기도 해요. 책을 대출해 갈 때도 있고, 읽던 책을 가져와 읽다 가거나 문화 강연을 듣기도 하고요. 서울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빡빡한 도심, 사방으로 꽉 막힌 건물들을 마주해 답답함이 느껴지는데, 이곳 도서관과 공원에 오면 그 마음을 위로받는다고 해야 할까요. 마음이 편해져요.”

얀 디륵스 씨는 서울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첫발을 들였을 때부터 교수, 번역가로 일하며 줄곧 서울에 거주한 서울 생활 18년 차다. 혜화동에서 시작해 봉천동, 가양동, 양평동, 공덕동, 효창동을 거쳐 만리동까지 동네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난 적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그저 교통이 편하고, 도시가 깨끗하고, 도심 곳곳에 놀며 즐기고 쉴 공간이 있어 좋았기 때문이다.

“거쳐온 동네마다 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 어디가 특별히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선유도공원이나 손기정체육 공원처럼 가볍게 산책을 즐기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가까웠던 곳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라서인지 자연 안에서 휴식을 즐기면 스트레스가 금세 해소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서울역 하면 지저분한 이미지가 있어 만리동으로 이사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주변에 휴식 공간도 많아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멀찍이 서서 새들이 집 짓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녹색공간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얀 디륵스 씨가 번역한 정영문 작가의 〈바셀린 붓다〉

서울생활 18년 차의 솔직한 소회

지금도 충분히 좋지만, 옛 추억이 담겨 있는 전통적 공간과 현대적 공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도시, 서울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다.

“50년, 100년 전 서울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기는 어렵겠지만, 너무 현대식만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손기정 문화도서관도 외벽구조는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모델링해 현대식으로 바뀌었을 때 너무 좋고 반가웠어요.”

옛 문화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한국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어 근교의 전시관·박물관도 즐겨 찾는다는 얀 디륵스 씨. 그가 앞으로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소망은 뭘까? “몇 권의 한국문학 번역본 출간을 앞두고 있어요. 간간이 방송 활동도 하고요. 우선은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여러 문화를 접해볼 생각이에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도, 번역을 할 때도 양국의 다른 문화를 쉽고 풍부하게 옮기려면 정확한 배경지식을 갖춰야 하거든요. 제가 정확하게 알고 전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더라고요. 한국의 불교나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데, 그 분야도 꼭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다양한 한국문학을 번역하고 싶다는 얀 디륵스 씨.

“K?팝 덕분에 독일 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은 몇 가지 분야에 편중돼 있어요. 한국의 문화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어요.” 소소한 것 하나, 잠깐의 쉼만으로도 바쁜 일상에 작은 휴식이 될 때가 있다. 가까운 곳에 언제나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 문화 공간이 많아져 점점 더 서울이 좋아진다는 얀디륵스 씨의 서울 생활을 뜨겁게 응원한다.

김미현 사진 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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