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전성시대 MZ도, 4050도 반했다!
> 1·2인 가구의 등장, 팬데믹 장기화 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밀키트’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관련 시장 규모가 2017년 100억 원에서 2020년 1,882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오는 2025년에는 7,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이사를 한 주부 이은진 씨는 지난 주말 지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감바스부터 오징어 먹물 파스타, 양갈비 스테이크까지 제법 그럴싸한 음식들로 식탁을 가득 채웠지만 조리 시간도,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전날 온라인으로 주문해놓은 밀키트(meal kit ; 손질된 식재료, 양념, 조리법 등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은진씨는 “요즘 한식부터 양식까지 없는 메뉴가 없어 고르는 재미도 있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외식은 부담스럽고, 여느식당 못지않게 맛도 좋아 점점 더 밀키트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청년 밀키트’
간편함과 경제성, 효율성까지 다 있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밀키트 구매 수요가 주요 소비층인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서 간편하면서도 잘 차려진 한 끼를 먹고 싶어 하는 MZ세대, 맛과 영양에 더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중장년층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호철 롯데마트 냉장냉동식품팀 팀장은 “특히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을 살펴보면 38.2%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며 “엔데믹 이후 외식의 증가 등으로 밀키트 시장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밀키트는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라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밀키트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간편함이다. 반조리 식품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조리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필요한 재료가 모두 손질돼 있어 재료를 직접 사서 요리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두번째는 경제성이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한 끼 식사를 위해 여러 식재료를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밀키트는 식재료가 딱 필요한 만큼만 들어 있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물 처리에 대한 부담도 적다. 마지막 세 번째는 효율성이다. 당일 배송부터 익일 배송까지 신선하게 제품을 배송해주는 유통업체가 증가하면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캠핑, 차박 등 야외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밖에서 다양한 요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한 것도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기업부터 새싹기업까지
밀키트 사업 경쟁 본격화
수요 증가, 소비 계층 다양화 등 밀키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부터 새싹기업까지 밀키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한편 기업 간 제품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덕분에 국·반찬 등 흔히 먹는 집밥 메뉴는 물론 간식 밀키트, 특급 호텔이나 유명 셰프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한 프리미엄 밀키트 등 새로운 메뉴의 제품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또 해외 현지 음식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색 밀키트, 유명 유튜버 등과 협업한 밀키트 등도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호철 팀장은 “메뉴를 개발할 때 맛과 품질은 기본이고 소비자의 요구, 유행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둔다”며 “밀키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외식 메뉴 대비 가성비가 얼마나 있는가, 조리가 간편한가 등을 꼼꼼히고려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에서도 1인 가구의 증가, 팬데믹 장기화, 물가상승 등으로 외식 문화가 변화하는 식생활 환경을 반영해다양한 밀키트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맛집을 널리 알리고, 서울 청년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청년 밀키트 창업 지원 사업’이 현재 4기 교육에 들어갔으며, 소상공인 지원 및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서울 전통시장 밀키트 지원 사업’도 메뉴 개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청년맛집 음식을 밀키트로 만나다
서울청년 밀키트 창업 지원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롯데마트가 협업해 진행 중인 ‘서울청년 밀키트 창업 지원 사업’은 서울에 주소를 둔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이 지원 사업은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무 중심 이론 교육(5주 과정)과 아이디어를 메뉴화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실습 교육(3주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론 교육에서는 밀키트 창업 입문자에게 필요한 관련 법을 비롯해 상품 기획·마케팅 및 유통·원가계산 등 실무 중심의 학습이 진행되며, 실습 교육에서는 메뉴 개발·레시피 개선·시제품 제작 등에 대한 밀키트 분야 전문 셰프와 외식업계 대표 등의 일대일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교육 이수 후에는 ‘밀키트 경진대회’를 개최해 입상자에게는 롯데마트와 협업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1·2기 입상작인 우삼겹참깨나베, 아인토프스튜, 제주식 고기국수, 쭈꾸미 & 삼겹살볶음 총 4종이 제품화 단계를 거쳐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서울청년 밀키트 창업 지원 사업 밀키트 경진대회 입상자(2기)
‘포방터쭈꾸미’ 조윤식 사장
이번 사업 참여로 내·외적으로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음식 맛에만 신경 썼다면 교육을 통해 음식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는지, 잘 만든 음식을 보기 좋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게 됐죠. 또 그동안 스스로 한계점을 느꼈던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해소할 수 있었고요. 멘토로 참여하고 계신 강레오 셰프님과 박찬일 셰프님이 제품의 맛은 물론 가성비, 조리 시간, 간편성 등 시장 경쟁력을 갖도록 컨설팅해주셔서 밀키트 출시 전 제품의 퀄리티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는 점도 만족스러워요. 이런 지원 사업이 꾸준히 이어져 더 많은 분이 기회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소상공인 지원 ·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서울 전통시장 밀키트 지원
일반 기업과 달리 전통시장은 상품화 기술 부족, 비용 부담, 판로 확보 등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밀키트 출시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서울시와 현대그린푸드가 지난 3월 17일 ‘전통시장 활성화 상생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서울 시내 전통시장 맛집 9곳을 선정, 본격적인 밀키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메뉴가 선정되면 재료와 레시피 분석 및 개선, 소비자가 선호하는 요소 반영 등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전문 컨설팅을 진행하며, 밀키트 생산은 현대그린 푸드 자체 공장 내 전문 인력이 맡는다. 상품화된 밀키트는 전국 현대백화점 식품관 16곳과 온라인 몰(그리팅 몰, 투홈, 쿠팡 등) 19곳에서 9월부터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서울 전통시장 밀키트 지원 사업 선정 점포
‘삼맛종합분식’ 이은영 & 이종만 사장
밀키트 제작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알아봐야 하는 것도 많고 전문 인력도 필요한데, 저희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일일이 알아보려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이런 사업들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밀키트 출시로 ‘삼맛종합분식’이라는 문화 콘텐츠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어요. 왕십리에서 우리가 가진 추억을 바탕으로 맛을 개발하고, 이미지를 입혀 로컬 브랜드로 키운 삼맛종합분식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그래서 잠깐 유행하는 매장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지난 10년처럼 앞으로도 10년, 20년 넘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소비자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엄마·아빠도, 아이도 행복한 식사
가정행복 도시락&밀키트 할인 지원
만 18세 이하 자녀를 둔 서울시 가구라면 편의점(GS25, CU) 도시락과 밀키트를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한 ‘가정행복 도시락 & 밀키트 할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와 ㈜GS리테일, ㈜BGF리테일이 공동 추진하는 이 지원 사업은 서울시의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엄마·아빠가 식사 준비 시간과 부담을 덜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원 대상자는 매월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yeyak.seoul.go.kr)에서 선착순 접수를 통해 선정하며, 대상자에게는 월 15회에 한해 상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한다. 또 새벽 배송 기업(오아시스마켓)의 식재료 구매 시 금액별 정액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월 4장) 혜택도 추가로 지원한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정보
밀키트 식품 더 건강하게 섭취하는 방법
하나, 밀키트 제품을 자주 섭취한다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한 끼는 채소 위주로, 한 끼는 해조류나 생선 등의 수산물로 구성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 밀키트 식품에 궁합이 좋은 채소 등을 추가해 조리하거나 동봉된 양념을 적게 넣으면 나트륨양이 조절돼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셋, 밀키트는 조리 전 냉장 상태의 재료가 담겨 있어 유통기한이 길지 않기 때문에 구매 전 유통기한 및 소비기한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 밀키트 포장재 활용법
플라스틱 용기 뚜껑까지 사용 가능하다면 자투리 채소를 담거나 반죽 등을 보관할 때 사용하면 좋다. 어느 정도 높이가 있고 단단하다면 달걀을 나눠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종이 상자 서랍 크기에 맞게 재단해 연필, 크레파스, 레고 블록 등 아이들의 작은 소품을 담는 용기로 활용하면 좋다.
포장 비닐 밀키트 식재료 중 채소처럼 물들지 않는 재료가 담긴 포장재는 깨끗이 씻으면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 포장 비닐 한쪽 면을 물휴지 캡 크기만큼 오린 뒤 그 자리에 물휴지 캡을 단단하게 고정해주면 끝. 낱개로 보관하기 어려운 작은 비닐을 넣어두면 보관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밀키트 구매하세요!
서울시 9개 지하철역에서도 밀키트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민간 업체와 추진 중인 사업으로, 밀키트 전문점에 대한 접근성·주목성을 높여 소상공인과 이용 시민 모두 만족도가 높다.
글 김미현 사진 김현희 자료 협조 서울교통공사, 롯데마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