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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서울 옛 이름

이름이 간직하고 있는 삶의 이야기
2023.05

인물의 탄생과 삶이 동네의 이름으로 남은 곳이 있다.
짤막한 동명이지만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간직되어 있을까.

광진구 - 군자동

군자동(君子洞)은 ‘임금의 아들을 낳은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옛날 어느 왕의 일행이 나들이에 나섰다가 동이로변(남안농장터)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날 밤 왕비가 옥동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동이로는 서울 동부 지역의 간선도로로 의정부에서 이곳으로 진입하는 동일로와 연결되어 있다. 사실 군자동은 1970년대 초까지는 배추밭과 판잣집이 즐비하던 곳이었으나 동이로와 천호대로가 개통하면서 발전을 거듭했고, 이제는 교통의 요충지가 되었다.

+ 이야기 하나 더
동이로는 중랑구 상봉동에서 군자교 남단을 지나 강남구 청담동으로 이어지고, 천호대로는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군자교를 거쳐 강동구 상일동에 이르는 도로다. 군자교는 중랑천에 있는 다리로 인근의 군자동 동명에서 이름 붙여졌다.

강동구 - 둔촌동

한가로운 농촌이었으나 이제는 주거 지역으로 이름난 둔촌동은 많은이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둔촌동은 광주이씨의 시조인 이집(李集)의 호 둔촌(遁村)에서 유래되었다. 고려 말 문인이자 학자였던 이집은 문장과 절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집은 공민왕 17년(1368년)에 신돈의 박해를 피하고자 도피하던 중 잠시 지금의 둔촌동에 은거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고난을 오래도록 잊지 않기 위해 당시 호를 둔촌으로지었다고 전해진다.

+ 이야기 하나 더
경사가 완만해 가볍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일자산은 도심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한 ‘강동그린웨이’의 출발점이다. 일자산 정상에 오르면 ‘둔촌 선생께서 후손에 이르기를’이라는 시비(詩碑)도 볼 수 있다.

중구 - 만리동

서울역 뒤편, 골목 사이사이 가게들이 개성을 뽐내는 이곳은 ‘만리재길’이다. 조용하면서도 이색적인 가게들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만리재길’의 이름은 석전(石戰, 돌팔매질을 하여 승부를 겨루는 놀이)으로 유명했던 고개 만리재(萬里재)에서 비롯되었다. 만리재는 서대문구 안산(鞍山)의 지맥 중 하나로 만리동에서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이 명칭은 세종 때 학자 최만리(崔萬里)가 이곳에 살았다 하여 지어졌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만리동 또한 만리재에서 유래했다는 점이다. 최만리는 조선 시대 청백리로 손꼽히는 인물로 집현전에서 약 25년을 근무하고, 부제학에 오르는 등 학자로서 당대에 성공한 삶을 살았다.

+ 이야기 하나 더
만리재길의 매력은 저녁에 빛을 발한다. 가게들마다 차분히 조명을 켜며거리를 우아하게 밝힌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이맘때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임산하 일러스트 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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