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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취향의발견
박찬일의 맛있는 시장 이야기
맛있는 간식 활발한 소통 ‘통인시장’
2023.05

사람 냄새가 나는 서촌

서촌은 서울 사람의 구역이었다. 북촌이 주로 고급 관료 중심으로 사는 곳이었다면 서촌은 고급 관료는 물론이고 여러 실무직 관료, 상인들도 모여 사는 독특한 동네였다. 해방 후에는 서울 토박이들의 전형적인 지역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조선 6백 년의 정궁인 경복궁을 끼고 있는 동네라 늘 권력의 눈 아래 놓여 있기도 했다. 이는 좋은 점도 있었겠지만 긴장된 면도 있었다. 그런 역사로 인해 일제 강점기에는 총독부가 경복궁 안에 세워졌고 해방과 정부 수립 후에는 경무대, 청와대로 이어지는 권력의 핵심이 존재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서촌 사람들은 여러 가지 독특한 주거 상황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60년대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 사건으로 경계가 삼엄했고, ‘고도제한’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도 애를 먹었다. 서촌 일대에 높은 빌딩이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더 끈끈하고 재미있게 살았다. 나는 어려서 서촌에 친구들이 많았는데, 집집마다 다니면서 친구 어머니들에게 맛있는 걸 얻어먹고 골목에서 놀았다. 통인시장도 놀이터의 연장이었다. 구불구불한 시장 안을 구경하고 뛰어다니면서 느꼈던 사람의 활기랄까, 그런 기운을 지금도 접하고 있다. 취재 때문에 들른 통인시장은 옛 모습을 대체로 간직하고 있다. 옛날에는 비와 눈이 쏟아졌는데, 아케이드 지붕을 이어서 면모를 바꾼 지 오래다.

아기자기 어울려 있는 시장

통인시장은 소위 메인 통로, 즉 주 통로 자체가 아주 좁다. 사람 서넛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렵다. 이 때문에 더 소담하고 이색적이다. 시장이 굽어 있어서 한쪽 끝에서 반대편을 한눈에 볼 수 없다. 이는 시장을 지나갈 때마다 기대감을 불러오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그리 되었다. 넓게 튼 가게도 없다. 아기자기 그 자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욕심도 없어 보인다.

원래 이 일대는 두 개의 규모 있는 시장이 있었다. 통인시장과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금천교시장이 그것이다. 한데 금천교시장은 먹거리촌으로 거의 변모했다. 시장이 아니라 집단적인 식당 구역으로 바뀌어 버린 데 비해 통인시장은 지금도 여전히 지역 사람들의 시장 몫을 유지하고 있다. 통인시장은 뭐든지 작고 아담하다. 없는 것도 없다. 약 70여 개의 점포가 장사하는데, 과일과 채소, 생선 같은 1차 산물은 물론이고 수선 업체와 신발 같은 공산품 판매 업소를 포함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독특한 시장 중 하나라 할 것이다.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 후반에 공설 시장 형태로 세워졌는데, 옛 어른들 말로는 그전에도 골목 형태의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공설 시장이란 관에서 관리하는 공공 형태의 시장으로 일제가 전국 대도시에 세운 시장을 말한다. 서울에도 여러 곳이 있었다.

맛보고 즐기고 배우는 기름떡볶이

통인시장은 가족 단위로 놀러 가기 좋다.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근처의 청와대 관광과 연계할 수 있다. 맛있는 식당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인데 통인시장 안에서 끼니와 간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우선 기름떡볶이는 너무도 잘 알려져서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양념에 잰 떡을 기름에 볶아 내는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다. 아마도 이 떡볶이가 전통적인 떡볶이의 원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간식 역사에서 맨위에 놓여 있는 떡볶이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으며, 공부도 된다. 떡볶이는 원래 고급 요리였다. ‘궁중떡볶이’라는 말이 쓰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가래떡을 쓰는 것인데, 이 떡 자체가 귀하고 비쌌으며 설에나 뽑아 먹는 떡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래떡이 남으면 그걸 볶아서 요리하는 것이니 권세 있는 부자나 먹을 수 있던 요리였다. 이후에 밀가루가 미국에서 싸게 들어오고, 고추장도 값싼 공장 제품이 나오면서 저렴한 간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기름떡볶이를 보면 매운 것도 있지만 간장 양념의 순한 맛도 있다. 떡볶이라는 말에 ‘기름에 볶는다’라는 뜻이 있는데 실제로 시중 떡볶이는 기름을 쓰지 않고 조린다.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를 현존하는 역사적인 떡볶이로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통인시장의 매력을 배가하는 엽전도시락

시장 중간쯤에 독특한 건물이 있다. 고객만족센터다. 시장을 탐방하는 시민과 시장 상인을 지원해 주며, 통인시장의 명물인 엽전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2012년에 시작한 이 서비스는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어서 모범이 되고 있다. 직접 체험해 보기로 한다. 엽전을 한 꾸러미 사고 빈 도시락 그릇을 받아 든다. 그것을 들고 시장 어디든 엽전도시락에 가맹한 가게에서 반찬과 음식을 살 수 있다. 떡볶이, 순대, 어묵, 튀김, 닭강정 같은 간식을 살 수도 있고 온갖 반찬도 가능하다. 가격이 매겨져 있어서 예산 안에서 조절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사 들고 고객만족센터로 가면 밥을 구매해 완전한 한 끼를 먹게 된다. 물론 간식만 사서 먹어도 된다. 어린이들과 가면 좋아하는 음식을 예산에 맞게 사고 그 과정에서 상인과 대화하고 호흡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집어 들어서 계산대를 통과하는 마트와 달리 시장은 판매상인과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경제활동의 소통법을 익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엽전도시락에 가맹하여 음식을 파는 상인들은 아주 친절하고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솔직한 얘기인데, 이런 관광형 서비스는 생기고 나서 오래 존속하는 경우가 드물다. 기획 의도와 달리 운용 과정에서 탈이 나고 흥미도 사라져서 결국 없어지기 쉽다. 엽전도시락의 활약은 그래서 더 반갑다. 앞으로 이 서비스가 더 활발해지도록 친환경 용기의 개발과 지원, 소량 구매 방식의 세분화 같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른 관광객들과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떡볶이 같은 간식도 밥반찬으로 훌륭하다. 시장이 우리에게 이런 즐거움까지 준다는 생각에 조용히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된다. 활력이 넘치면서 정겨운 통인시장의 매력에 방점을 찍는 엽전도시락이다.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간식도, 밥 한 끼도 뚝딱할 통인시장 맛집

손맛으로 사로잡는 입맛 ‘중앙전주반찬’

늘 정성 가득한 반찬을 만들어 온 손맛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곳은 반찬만큼 닭강정이 유명하다. 언제나 치킨은 옳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데, 알맞게 튀긴 순살 튀김에 달콤한 소스가 버무려진 닭강정에 자꾸만 손이 간다.

가격 닭강정 2,000원부터·닭꼬치 2,000원(3개)·반찬 5,000원부터

부드러운 우리 전통 간식 ‘도깨비한과강정’

‘우주에 가도 말랑말랑’하도록 부드럽게 만든 강정. 무방부제, 무설탕인 데다 재료도 알차게 들어가는 영양 간식이다. 또한 그날그날 만들어서 판매하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3장을 구매하면 1장을 얹어 주는 인심은 덤이다.

가격 오란다 10,000원(400g)·깨강정 10,000원(1장)·씨앗강정 10,000원(1장)


놓칠 수 없는 통인시장의 명물 ‘원조정할머니기름떡볶이’

통인시장 하면 역시 기름떡볶이다. 솥뚜껑을 달구고 기름으로 볶은 ‘진짜 기름떡볶이’는 단맛을 내는 재료 없이 단맛을 낸다. 간장떡볶이는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추장떡볶이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 가지 떡볶이를 한입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 고추장떡볶이 4,000원·간장떡볶이 4,000원·세트 10,000원


정성이 가득 담긴 건강한 만두 ‘설야’

좋은 재료를 듬뿍 담아 손으로 빚어내기에 만두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만두 장인의 손을 거쳐 나오기에 모양도 맛도 최고인데, 어린아이들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 부모님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김치만두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고기를 일절 넣지 않는다.

가격 김치만두 6,000원(1팩)·부추만두 6,000원(1팩)

박찬일 취재 임산하 사진 박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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