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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품은 밀도 높은 맛 ‘청량리종합시장’

전통시장이 품은 밀도 높은 맛 ‘청량리종합시장’>
2023.04

여행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맛있는 시장 이야기

전통시장이 품은 밀도 높은 맛 ‘청량리종합시장’

활력을 더하는 노장과 젊은이들의 협력

속칭 청량리시장은 서울 동부권역의 최대 도소매 시장 중하나다. 전통시장이 예전의 영화를 잃어 가고 있는 요즘에도 이 시장은 힘이 있다. 서울에서 가장 싼 시장이라는 평판 때문이다. 청량리시장이라고 했지만 국내 최대 약재시장인 경동시장을 포함하여 사실 9개의 시장이 몰려 있다. 경동시장, 청량리종합시장, 청량리전통시장, 청량리청과시장과 수산시장 등이다. 청량리종합시장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상열 씨는 이렇게 말한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시장이 9개나 몰려 있다는 걸 아는 서울시민이 별로 없습니다. 각기 성격이 조금씩 다르고요, 취급품목도 달라요. 자세히 보시면 구별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청량리시장이라고 부르는 건 정확하지 않다. 원래 약재시장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경동시장과 청량리의 여러 시장이 잇대어 있는 형국이라고 해야 맞다. 도소매를 겸하는 건 오랜 전통이다.

“요즘은 시장이 2세 시대로 넘어가고 있어요. 젊은 2세들이 시장을 물려받아 활력을 더해 가고 있지요.” 이 이사의 설명 이다. 청량리종합시장은 변해 가는 시대에 맞춰 온라인 판매, 배달망 구성, 주차장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서 가능한 일이다. “온라인시장의 확대로 전통시장의 매출이 위축되고 인구 감소로 청량리의 시장들도 변화에 공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4, 50년씩 장사한 오랜 노장들과 젊은이들이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함께 지키는 알짜 시장

청량리종합시장은 통칭 청량리시장이라고 부르는 이 지역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알짜 시장이다. 도소매를 겸하고 있으며 시장이 갖춰야 할 업종은 다 있다. 채소, 청과, 고기, 건어물, 견과, 반찬 등 온갖 물건을 취급하며 무엇보다 ‘맛집’이 세다. 냉면, 칼국수 등이 전통적인 시장의 맛을 지키고 있다.

청량리시장 권역은 특이하게 냉면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여러 냉면집이 각 시장에 포진해 있는데 청량리종합시장에서 한 냉면집을 찾았다. 시장 통로 지하에 있는 이 집은 날씨가 더워지면 상인과 외부에서 오는 식객들로 엄청나게 붐빈다. 함흥식 냉면이 주를 이루는데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음식이 입에 착착 붙는다. 푸짐한 양에서 인심을 한껏 느낀다.

청량리종합시장의 점포는 165개인데 노점상도 별도로 있다. 과거에는 노점상이 양성화되지 않아 시장 경비원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이제는 시장의 상인들이 그들까지 다 포용하여 같이 간다. 월세를 내지는 않지만 상인회 회비를 부담하여 떳떳하게 장사한다. 청량리시장 권역의 상당수 노점이 이런 식으로 양성화되고 있는 중이다.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맛과 전통

시장의 맛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떡집이다. 시장 떡집은 보통 3, 40년은 기본이다. 전통시장에서 가장 오래 버티는 업종을 조사하면 떡집과 기름집, 포목점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 들른 떡집에는 히트 상품이 있다. 쑥인절미가 아주 별미다. 한 봉지 사서 먹으며 천천히 시장을 구경했다.

취재팀은 김치가 유별나게 맛있기로 소문난 시장 내 칼국수 집을 찾았다. 손칼국수는 이제 사라지는 광경이 되었다. 누가 일일이 손으로 면을 썰겠는가. 거기에다 김치 담그는 일도 그렇다. 원가 부담에 안주인이 노령화되면서 김치 맛도 대가 끊길 판이다. 다행히도 이 집은 대를 잇고 있다. 씩씩한 2세가 가게에서 같이 일한다. 어머니가 내어 주시는 김치는 역시 별미다. 진한 육수의 칼국수와 어울려 끝도 없이 들어간다.

전통시장의 맛에서 칼국수는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저렴한 재료비로 오직 주인의 수고로 면을 뽑아 값싸게 한 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칼국수는 단순히 싼 음식이 아니라 외국처럼 전통의 맛으로 좀 더 홍보하고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스파게티 면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면을 뽑는 할머니들(이탈리아도 면은 여성의 몫으로 전래된다)을 ‘장인(匠人)’으로 호칭하고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일본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칼국수 문화, 특히 시장에서 활발한 손칼국수와 김치를 보존하고 장려하는 사업을 시작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냥 내버려 두면 수타면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중국집의 아쉬움을 답습할지도 모른다. 여성 노동으로 이어지는 칼국수의 손맛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근현대 음식 문화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청량리종합시장

청량리의 여러 시장은 약재시장으로 유명하던 경동시장 옆으로 확장되어 왔다. 조선 시대에는 제기동의 이 지역이 정릉천, 홍릉천의 맑은 물이 내려와 미나리꽝(미나리를 심는 논)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철도를 이용하여 경기도, 강원도의 나무가 모이면서 나무시장이 펼쳐졌고, 깊은 산에서 캐낸 약재가 모이며 오늘날 경동시장의 힘이 생겼다. 청량리는 조선 시대, 특히 일제강점기에 경성부의 외곽 지역으로 조선인들이 집단 거주하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시장 길 건너 청량리 일대, 용두동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거대한 거주지역이 형성되어 대변혁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맛 청량리종합시장 맛집

한결같은 정성에 길게 늘어선 줄 ‘심가네떡집’

쫄깃하고 맛있는 떡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떡집. 가래떡처럼 길게 늘어선 줄이 맛을 보장한다. 30년 넘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지만,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에 너도나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가격 한 팩 2,000원·가래떡 3,000원(2줄)
주소 동대문구 고산자로38길 22
문의 02-957-8948

냉면 한 그릇에 담긴 다채로운 맛 ‘소문난냉면’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한곳에서 변함없이 냉면을 만들어 온 이곳. 비빔냉면으로 먹다가 육수를 부으면 물냉면으로 변하는 마법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어,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청량리종합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재료를 무조건 당일에 소진하는 철학으로 운영한다.

가격 냉면 6,000원·접시만두 6,000원
주소 동대문구 고산자로38길 15-9
문의 02-967-4103


저렴한 가격, 가득한 정성 ‘그시절그맛’

꽈배기와 찹쌀도넛은 국민 간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시장에서는 한 손에 꽈배기를 들고 구경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는데, 고소하고 달콤한 이곳의 꽈배기는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조건 그날 만들어서 그날 판매하는 소신이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가격 꽈배기 2,000원(4개)·찹쌀도넛 2,000원(4개)
주소 동대문구 고산자로38길 25
문의 010-8205-2763


칼국수의 단짝 김치까지 최고 ‘종로손칼국수’

멸치 육수에 신선한 식재료가 듬뿍 들어가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의 단짝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직접 담가 내놓는데, 칼국수 국물만큼이나 시원한 김치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칼국수와 김치에 담기는 인심에 청량리종합시장 상인들에게는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하다.

가격 바지락칼국수 8,000원·칼비빔국수 8,000원
주소 동대문구 경동시장로 9
문의 02-967-7608

박찬일 취재 임산하 사진 박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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