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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변신, 매력을 넘어서는 마력의 한옥 ③

한옥의 변신, 매력을 넘어서는 마력의 한옥 ③>
2023.03

문화

문화 산책

한옥의 변신, 매력을 넘어서는 마력의 한옥 ③

Part 3

한옥을 사랑하는 사람

한옥이 소중한 까닭은 단순히 ‘전통’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생활의 지혜가 있고, 철학이 담겨 있다.
그러니 한옥의 범주를 넓히는 것은 결국 우리 삶의 철학을 넓히는 것이다.
한옥이란 공간에서 삶의 저변을 확장해 가는 이들을 만났다.

한옥의 매력을 공유하는 책방 주인

박현여

한옥이 품은 작은 세계가 주는 위로

한옥과 책이 어우러져 구석구석 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도시에 있지만 잠시 도시를 벗어난 기분이 드는 듯한 이곳은 한옥 책방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이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는 동명의 책을 낸 일러스트 작가 이장희와 그의 아내 박현여 씨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80년이 넘은 오래된 한옥 가정집을 책방으로 가꾼 부부는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에 마음이 스미는 것을 느꼈다. 특히 박현여 씨는 수수한 마당에 푹 빠졌다. 마천루에 가려졌던 하늘이 보이고, 여름에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들리고 겨울에는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볼 수 있는 마당은 손님들에게 쉼의 위로를 건넨다. 게다가 건너편에는 100년이 넘은 서울미래유산 석교감리교회가 웅장하게 서 있고, 3월에는 교회의 백목련이 활짝 피어나니 봄의 향기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매력은 마당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내에도 또 다른 특별함이 있는데 그것은 단연 다락! 다락에 앉으면 머리가 서까래에 닿을 듯하다. 긴 세월 한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나무는 그저 묵묵하다. 고요하게, 그래서 더 깊게 빛난다. 책방 이름의 ‘그리다’에는 ‘그림을 그리다’라는 의미뿐 아니라 ‘옛 것을 그리워하다’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곳은 시간의 때를 간직함으로써 때 묻지 않은 시간을 선물한다.

“나무로 된 공간이라서 따뜻함이 가득해요. 때로 기둥을 쓰다듬으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기도 하죠. 이곳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이 잔잔한 위안을 얻어 가시면 좋겠어요.”


일상에 한옥을 선물하는 한옥건축가

한옥건축가 김원천

선조의 지혜와 현대식 기술의 조화로 만든 한옥

한옥은 꼭 다른 세상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낯설지 않고 오히려 포근하다. 어째서일까, 한옥건축가 김원천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공유하는 한옥의 고유성”이라고 말한다. 직접 살지 않았어도 윗세대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는 선험적 경험이 되고, 역사 속에는 언제나 한옥이 있었기에 우리는 한옥을 편안한 곳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원천은 이 자연스러움이 누구에게나 익숙해지는 데 집중한다. 한옥을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가 사무실 뒤의 혜화1938을 때로는 강연장으로, 때로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1938년에 지어진 이 한옥은 하늘과 빛, 땅의 모양 등을 바탕으로 뼈대를 구축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그 깊이는 오랜 세월을 버티는 힘이 되었다. 한옥을 건축할 때 그가 중점을 두는 것도 시간이다. 한옥이 오래도록 한자리에서 사람들과 삶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는, 목재를 이용함에도 습기에 내부가 부패하거나 구조가 변형되지 않도록 했던 선조의 지혜를 빌리고, 여기에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더 해 단열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부엌, 화장실과 욕실 등을 내부에 들여와 동선의 불편함을 없앤다. 지붕과 마당이라는 구성은 유지하되 현대인들이 더욱 편리하게 한옥을 누리기를 바라며, 선조의 지혜와 현대식 기술을 조화롭게 완성해 나가는 한옥건축가 김원천. 그는 오늘도 한옥 안에서 더 넓은 토대를 지어 나간다.

“한옥의 모습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식당, 카페, 전시관, 주거 그리고 공동주택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 가능하죠. 한옥에 우리의 생각을 담고, 이를 시대에 맞추어 변화시켜 나간다면 한옥은 우리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임산하 사진 박찬혁 그림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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