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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성기를 먹여 살린 ‘종로신진시장’

인터뷰 · 탐방 · 취향의발견
박찬일의 맛있는 시장 이야기
우리나라의 전성기를 먹여 살린 ‘종로신진시장’
2023.03

골목과 시장 사이의 매력

서울에서 시장이 제일 많은 구는 중구다. 구를 나누지 않고 시장이 가장 몰려 있는 지역으로 보면 동대문에서 종로5가에 이르는 권역이 제일 크다. 청계천의 남북으로 서울의 주요 시장이 버티고 있다.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방산시장, 평화시장 등이다. 그 사이에 종로에 속하는 신진시장의 이름은 대중적이지 않다. 요새는 ‘닭한마리 골목’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정도다. 그러면서 “그게 시장이야?”라고 되묻는다. 답을 말하자면 종로신진시장은 1952년도에 생긴 유서 깊은 시장이다. 종로의 대로 안쪽에서 동서로 이어져 있다. 오래된 장터답게 시장 바깥으로 실핏줄 같은 골목길을 가지고 있다. 이게 종로신진시장의 매력이다. 본 시장과 골목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삐뚤빼뚤한 골목이 시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종로신진시장은 ‘먹자골목’으로 유명한데 과거에는 등산용품과 책방골목, 천막가게들과 군용 물품도 유명했다. 아직도 그 여운을 가지고 있다. 책방골목은 과거에 중고 서적을 많이 취급했는데, 요새는 인기 신간 서적이 많다. 드나드는 연세 있는 시민을 겨냥해서인지 시사월간지 2종이 크게 전시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등산 용품을 파는 곳은 늘 좋은 물건을 세일해서 나도 자주 가서 이용한다. 얼마 전에는 질이 뛰어나고 예쁜 바람막이 재킷을 싸게 샀다.

가벼운 주머니로 만나는 푸짐한 한 상

종로신진시장은 사실 어렸을 때는 돈이 없어 가던 곳이었다. 돼지곱창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돼지곱창은 왕십리, 동대문, 황학동, 신진시장이 유명하다. 어디나 대동소이한 맛인데 이 시장에 노포가 많다. 원래는 점포라기보다 노점이 많았다. 그냥 기다란 나무의자인 목로(목로주점의 그 목로가 이 말에서 나왔다)에 앉아 순대며 곱창이며 안주에 회포를 풀곤 했다. 요새는 전문점으로 바뀌어 많은 가게가 성업하고 있다. 이곳의 돼지곱창은 ‘야채곱창’이 기본이다. 양배추를 비롯해 파, 마늘, 깻잎을 푸짐하게 넣어 즉석에서 볶는데 매운 연기를 맡으면 침이 저절로 솟아난다. 내 기억으로는 한 접시에 1천5백 원 했던 때도 있었다. 30년도 넘은 시간의 저편이다. 그러고도 오랫동안 1만 원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당면을 함께 넣어 배를 불릴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종로신진시장의 야채곱창이여!

아는 사람만 아는 맛, 닭 한마리

‘닭한마리 골목’도 서울 시민의 추억이 많이 묻어 있는 곳이다. 이렇게 싸고 맛있으며 푸짐한 음식은 서울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는 ‘닭한마리’를 시키면 술을 많이도 마셨다. 주머니가 가벼운데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하고 생각했었다. 닭한마리 골목의 인기 비결은 그것이었다. 단백질 부족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을 때는 인근의 상인과 회사원들이 즐기는 ‘아는 사람만 아는’ 메뉴였다. 언젠가 지방에 갔는데 닭한마리 집이 ‘서울식’이라고 간판을 붙이고 영업하고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그렇다. 이 음식은 서울이 자랑하는 시장의 음식, 골목의 음식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성기를 배불린 시장

종로신진시장의 골목은 반듯하지 않다. 정문에서 들어서서 곱창집들이 몰려 있는 십자형 중심부는 딱 각이 떨어지지만 옆길로 새면 꼬불꼬불하다. 그 길은 한양이 생기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사람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길일 것이다. 반듯하지 않아서 더 가치 있는 길이 아닌가. 골목을 걸으면 소실점이 보이지 않는다. 골목을 꼬부라져 접어들면 무슨 광경이 펼쳐질까 궁금해지고, 매번 다른 그림이 보이는 길. 그것이 종로신진시장의 매력이다. 나는 아직도 시장의 골목길이 두근거린다.

그렇게 길을 조금 걸어 동쪽으로 가면 유명한 생선구이 집들이 보인다. 연탄을 피워 놓고 생선을 굽는 방식은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70년대 그대로다. 이 골목이 종로는 물론이고 청계천 건너 평화시장의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 평화시장은 한국인의 매출을 올려 주는 굉장한 산업지대였다. 한국의 패션은 여기서 시작됐다. 전태일도 이 동네에서 밥을 먹었다. 이 골목의 푸짐하고 싼 밥값은 과거의 유산이다. 시장에서 일하는 배고픈 이들이 밥을 먹으러 왔다. 이 동네 오래된 집은, 과거 하루에 생선만 1천 마리를 구웠다고 한다. 밥 1천 상을 팔았다는 전설 같은 얘기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소방차가 출동한 적이 있다고도 한다. 지나가던 행인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에 놀라서 신고를 했다는 얘기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과거와 생선의 구색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어, 임연수, 삼치가 주력이다. 이 골목은 멀리서도 생선구이 집들이 몰려 있다는 걸 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냄새가 고소하고 낮게 번져 나온다. 종로신진시장에 땅거미가 진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맛도 인심도 일품! 종로신진시장 맛집

손이 가는 담백한 생선구이 ‘나주식당’

50년 전통의 생선구이 전문 식당. 연탄불에 구워 담백한 생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생선 하나를 시켜도 국과 반찬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그야말로 밥 한 상을 대접받는 기분이다. 생선구이뿐 아니라 찌개, 조림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가격 고등어구이 9,000원·갈치구이 11,000원
주소 종로구 종로40가길 19-1
문의 02-2267-6838

넉넉한 인심에 이끌리는 곱창 ‘소문난 광주곱창’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곳. 맛있는 야채곱창을 먹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씹을수록 고소한 곱창에 깻잎, 양배추, 파 등 건강한 식재료가 가득 들어가 그야말로 일품인 야채곱창! 한 그릇 가득 나오는 넉넉한 인심에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가격 곱창 12,000원·막창 15,000원
주소 종로구 종로40가길 31
문의 02-2279-1829


뜨끈한 국물, 든든한 밥심 ‘신진순대국’

신진시장 주변 토박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순댓국 집. 직접 고아 만든 육수는 물론 주문 즉시 짓는 가마솥밥에 그야말로 밥심이 절로 난다. 뜨끈한 국물에 윤기가 흐르는 밥을 말아 한입 가득 먹으면 없던 힘도 생길지 모른다.

가격 신진순대국 9,000원·얼큰순대국 9,000원
주소 종로구 종로40가길 28
문의 02-2266-7091


감자가 들어간 진짜 옛날짜장 ‘덕성각’

동대문 종합시장 상인들에게 소문난 맛집으로 꼽히는 중화요리 전문점. 내부에 ‘옛날짜장전문’이라고 걸려 있을 만큼 맛을 자부한다. 감자가 들어가서 부드럽고 맛있는 ‘옛날짜장’은 한 입 먹는 순간 달큼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즉석에서 튀겨 나오는 탕수육까지 일품이다.

가격 옛날짜장 8,000원·탕수육小 18,000원
주소 종로구 종로 258 덕성빌딩 2층
문의 02-2265-2626

박찬일 취재 임산하 사진 박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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