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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탐방 ·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못생겨도 맛은 좋아, 낙원동 아귀찜 골목
2023.01

종로 미식 대표 선수, 아귀찜

종로구 낙원동에는 명물이 몇 가지 있다. 국내 악기의 메카인 낙원악기상가, 떡 골목, 송해 길(코미디언 송해 선생이 좋아해서 생겨난, 허리우드극장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골목길), 그리고 아귀찜 골목이다. 낙원동은 위로는 북촌으로 이어지는 운현동 등과 연결되어 있고, 좌우로는 인사동과 종로3가를 끼고 있다.

“이 앞에 재래시장이 있었어요. 낙원상가가 생기면서 지하로 들어갔지. 여기가 아주 유서 깊은 동네예요.”

“종로 일대 회사원들이 양복 차림으로 엄청나게 왔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기간에는 붉은악마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죠. 우리도 1층에서 2층, 3층까지 매장을 확장했는데, 그때 이 동네가 아귀찜 골목으로 아주 유명해졌어요.”

서울에서 아귀찜은 마산식, 인천식, 군산식이 유명하다. 마산식은 창원 마산에서 아귀를 반건조해 약간 발효된 듯한 냄새와 쫄깃한 맛을 강조한 것으로,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개는 생물 아귀를 그대로 요리하는 인천과 서해안 방식으로 만든다. 옛날집 주방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싱싱한 생아귀를 토막 내서 익히다가 양념을 붓고 콩나물과 미나리 등으로 농도를 조절해서 낸다. 누가 처음 이 요리를 개발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특이한 건 한국 요리로는 드물게 서해안식(인천식, 군산식) 아귀찜은 마지막에 농도를 조절할 때 전분을 넣어 촉촉하고 부드럽게 소스를 만든다는 것이다. 찜통에 찌지 않는데 왜 ‘찜’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한국 요리에서는 꼭 찜통을 쓰지 않아도 양념이 배도록 솥에서 자작하게 조리는 방식도 찜이라고 하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클수록 맛 좋은 아귀 요리

아귀는 원래 불교에서 온 이름이다. 이승에서 죄를 지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 아귀가 되는데, 엄청난 식욕이 있지만 목구멍이 좁아 늘 배고픔을 면치 못하는 고통스러운 존재가 바로 아귀다. 살아생전 탐욕을 부리면 죽어서도 지옥 속 아귀가 된다. 아귀는 심해어답게 바위를 닮아 거칠고 사납게 생겼다. 입은 엄청나게 크고 힘에 세서 어부들도 물리면 큰 부상을 입기 때문에 조심스레 다룬다. 안강망이라는 긴 주머니 모양의 통그물이 있는데, 조류가 빠른 곳에 자루같이 생긴 그물을 설치하고 크게 벌려두어 들어오는 고기를 잡는다. 여기서 ‘안강(鮟鱇)’은 아귀의 한자 이름이다. 마치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먹이를 빨아들이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쓴다.

아귀는 실제로 먹성이 엄청나서 배를 갈라보면 온갖 물고기가 들어 있다.

주문한 아귀찜이 나왔다. 매콤하고 구수한 향기가 가득 퍼진다. 아귀찜은 특히 마니아가 많은 음식이다. 아귀가 비싸 가격이 센 편이지만, 가끔씩 먹지 않으면 몸살이 나는 사람이 많다. 아귀는 입이 워낙 커서 막상 요리하면 먹을 게 없다. 그래서 큰 아귀를 써야 제맛이 나고, 그러다 보니 값이 비싸다. 다시 윤 씨의 말.
“아귀는 쫄깃한 지느러미와 껍질도 아주 맛있지요. 살도 좋고요. 뭣보다.”

뭣보다?

“아귀 밥통이 일미예요. 간도 맛이 그만이고요.”

밥통이란 내장을 말한다. 아귀는 먹성이 좋다 보니 위(밥통)가 엄청 튼튼하다. 돼지 순대에 나오는 오소리감투가 바로 위인데, 쫄깃한 맛으로 사랑받는다. 아귀 내장이 오소리감투처럼 탱탱하다. 이 부위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설마 물고기 위가 그처럼 두툼하고 졸깃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간을 넣는다는 것은 싱싱한 아귀를 쓴다는 뜻이다. 간은 수분과 기름이 많아서 쉬이 상하기 때문에 신선해야 맛도 좋다.

“아귀는 쫄깃한 지느러미와 껍질도 아주 맛있지요. 살도 좋고요.
뭣보다 아귀 밥통이 일미예요. 간도 맛이 아주 좋지요.”

사람이 모이고 먹거리가 넘치던 낙원동

낙원동은 조선 시대부터 부르던 지명은 아니다. 원래 경운동, 원동, 탑동, 교동 등으로 불렸는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낙원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낙원을 상징하는 탑골공원이 근처에 있어서 그리 작명했다.

“옛날에 굉장했지요. 이 동네가 서울의 중심이었니까. 사람도 제일 많고. 시장이 헐리고 길이 뚫린 후에 그 위로 낙원상가 아파트가 올라가서 서울의 명물이 되었지요.”

아파트라니, 맞다. 낙원상가는 안국동에서 내려오는 큰길 위에 불쑥 솟아 있었다. 1960년대에 생긴 서울 최초의 대형 주상복합건물이다. 15층까지 올렸는데, 지금도 주민이 사는 아파트가 건재하다. 아래는 상가, 위는 주거용 아파트를 지은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상가는 토지 지분이 없다고 한다. 당시 길을 내면서 그 위로 상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중 건물인 셈이다.

이제는 귀한 대접 받는 물텀벙

인천에서는 어부가 아귀를 잡으면 바다에 휙 도로 던져버렸는데, 그때 ‘텀벙’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불렀다. 가치 없는 생선이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천 항구에서는 이런 물텀벙을 싸게 사들여 커다란 솥에 끓인 다음 지붕도 없는 선술집에서 술안주로 팔았다. 그러다가 점차 현재와 같은 조리법으로 바뀌었다.

“이제 아들(전승근, 59세) 대로 넘어가서 저는 그저 도울 뿐이에요. 이 골목이 잘되어서 모두 장사 잘하고 손님이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낙원동은 요즘도 열 곳 넘는 아귀찜, 해물찜집이 성업 중이다. 올겨울,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얼큰한 맛의 아귀찜으로 추위 쫓으러 낙원동으로 가보자.

박찬일 셰프와 옛날 낙원동 아귀찜 골목 이야기를 정답게 나누는 ‘옛날집낙원아구찜’의 윤청자·전승근 모자.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매콤, 얼큰, 든든 보양식으로도 그만, 서울 아귀찜

원조 서울 맛 #옛날집낙원아구찜

원래 아귀찜은 마산에서 반쯤 건조된 꾸덕꾸덕한 아귀를 사용했지만, 1967년에 개업한 이곳은 생아귀를 사용하는 서울식 아귀찜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매일 새벽 싱싱한 원재료를 공수받아 주문 즉시 조리해 낸다. 탱글탱글한 식감의 아귀찜으로 유명한 이곳은 1977년 개업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었다.

가격 아귀찜 5만원(소)
주소 종로구 삼일대로 436
문의 02-741-3621

내가 제일 잘나가 #똑순이 아구찜

서울 강서쪽 아귀찜 일타강사 자리를 놓치지 않는 맛집으로 소문났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깨끗한 내부와 입맛 돋우는 밑반찬까지 외식 장소로도 손색없다. 아귀찜 역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양념이 특징으로, 묵은지 아구찜·아구곤이찜·해물아구찜 등 메뉴가 다양하다.

가격 아귀찜 4만2000원(소)
주소 강서구 강서로 375-8(일요일 휴무)
문의 02-2668-3030


맛있게 매운 맛 #월순철판동태찜

맵부심 있는 당신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곳. 상호명인 동태찜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아귀찜은 철판에 올려져 나와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양념이 거의 없어 보이는 순한 맛조차 함께 제공하는 동치미와 미역국이 필수. 양념이 일품이라 볶음밥은 필수다.

가격 아귀찜 3만5000원(소)
주소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4(일요일 휴무)
문의 02-325-1567


보약 같은 아귀 간 #홍박아구찜

매일 부산에서 경매를 통해 공수한 국내산 생아귀만 사용하는 곳이니만큼 생아귀가 없을 때는 과감하게 휴무한다. 닭백숙처럼 뽀얀 아귀 수육과 이것만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아귀 간이 일품.

가격 아귀 수육 5만5000원(소)
주소 마포구 마포대로7길 11
문의 02-337-3066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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