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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판은 뜨겁다, 성수동 돼지갈비골목

오늘도 불판은 뜨겁다, 성수동 돼지갈비골목>
2022.10

여행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오늘도 불판은 뜨겁다, 성수동 돼지갈비골목

성수동 먹자골목의 시작, 돼지갈비

서울 강북권의 여러 지역이 흥미로운 동네로 변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서부권의 마포 일대(홍대, 망원동)와 힙지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을지로3가 지역, 여기서 동부권으로 이동하면 신당동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동부권에는 한강 라인의 약진이 눈에 띈다. 바로 성수동이다. 그냥 ‘성수동’이라고 부르지만, 서울숲·뚝섬 등 여러 권역을 통합해 뜻하기도 한다. 권역의 특성을 살려 카페골목, 공원 등의 개별 호칭이 있는데 하나 더 보탤 게 있다. 바로 돼지갈비골목이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골목이 형성되었는데, 그 이유는 경마장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1975년 문을 열어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수원원조갈비의 박승종 사장은 “경마장에 들른 손님들이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오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돼지갈빗집만 해도 한때 열 곳이 넘었고, 현재는 다른 업종이 들어오면서 예닐곱 곳 정도가 영업 중이다. <수요미식회>에 나와서 장사가 더 잘되는 대성갈비를 비롯해 늘봄숯불갈비, 부영숯불갈비 등의 상호를 단 가게들이 즐비하다. 최근엔 젊은 감성으로 문을 연 세븐갈비도 선전하고 있다. 갈빗집의 신구 조화가 이루어진달까.

서울살이의 애환을 위로하는 고기구이

평일 초저녁인데도 이미 갈비 굽는 연기가 골목에 슬슬 배어나온다. 돼지갈비는 원래 서울 시내 곳곳의 술집에서 팔던 메뉴였다. 돼지갈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생기면서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이후로 본다. 돼지의 대량 사육이 시작되던 시기와 맞물리는데, 서민들은 저렴한 돼지갈비를 뜯으면서 가족형 외식의 시대를 열어간 셈이다. ‘마이카’, ‘외식’은 당시를 풍미하던 현상이었다. 즉 서울시민의 고기 소비와 외식 수요가 늘면서 동네마다 돼지갈빗집이 생겨난 것도 1970년대식 유행이라 할 수 있다. 알다시피 1980~199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돼지갈비는 서울시민의 최고 외식 메뉴가 됐다. 돼지갈비는 집에서 굽기 어렵다. 포를 뜨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숯불도 피워야 하며, 연기도 만만치 않다. 자연스레 외식을 해야 하는 메뉴가 됐다. 물론 돼지갈비도 그렇게 싼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작심을 해야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요즘은 돼지갈비골목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삼겹살, 목살 등 비양념구이가 대세가 되면서 골목을 형성하는 일은 희귀해졌다. 그래서 이 동네의 선전이 더 눈에 띈다. 돼지갈비는 준비부터 일이 많고, 불판도 자주 갈아야 하며, 연기 발생이 심해서 고기구이 업종에서도 ‘3D 업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어려운 품목이다. 그래서 이 골목의 존재가 더 고마운 건지도 모르겠다.

“갈비를 시켜본다. 양이 많다. 이 동네만의 방식이다.
원래 서민 구역이어서 양을 많이 낸다.
보통 3인분을 기본으로 한 접시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
양은 많되, 값은 싸다.”

양념한 돼지갈비는 불판에서 타지 않도록 부지런히 뒤적거리며 구워야 불 향이 잘 밴다.

성수동 스타일 돼지갈비의 맛

갈비를 시켜본다. 양이 많다. 이 동네만의 방식이다. 원래 서민 구역이어서 양을 많이 낸다. 보통 3인분을 기본으로 한 접시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 양은 많되, 값은 싸다. 요즘은 물가 사정으로 올랐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3인분에 1만원을 오랫동안 고수했다. 세칭 성수동 일대는 요즘 한강을 조망하는 새로운 주택 지구로 알려져 있지만, 오랫동안 신발 공장과 뚝도시장으로 밥을 먹고사는 곳이기도 했다. 특히 이곳 공장들은 서울 시내 공장이 1970년대 이후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덩치가 커져 한동안 이 일대 성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갈비 맛을 본다. 이 동네는 진짜 돼지갈비를 중심으로 내줘야 장사가 된다. 돼지갈비는 보통 갈비뼈가 붙어 있는 부위와 기타 부위를 섞어내는 게 일반적이고, 아예 갈비 부위를 쓰지 않는 집도 많다. 대체로 갈비가 담백하다는 평을 듣는다. 단맛이 덜하고, 과거의 구수한 맛이 있다는 뜻이다. 갈빗집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인근의 마장동과도 관계가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국내 최대의 고기 유통시장인 마장축산물시장이 있으니 신선하고 싼 고기를 사올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일대가 조선 시대 이래 목장이었다는 사실이다. 마장동과 함께 소와 말을 기르는 지역이었다. 또 배추를 비롯한 채소를 공급해줄 밭이 형성되어 있었다. 원래 도성 안에 있던 배추밭이 주택 수요에 의해 점차 도성 밖 왕십리, 청량리, 뚝섬까지 퍼져나간 것이다. 결국 이 동네는 수도 서울의 고기를 비롯한 먹거리 공급을 책임지는 지역으로 성장했다. 특히 현재의 돼지갈비골목이 있는 곳은 본디 1954년에 개장한 경마장 일대로, 오랫동안 말을 기르던 목장이 경마장이 되었다. 1989년 이후 과천으로 이전할 때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거대한 레저 타운이었다.

이 일대는 앞서 밝혔듯이 성수동이라고 불리지만, 역사적으로는 뚝섬이었다. 독도(纛島)라고 한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뚝섬이라는 한글을 한자로 바꿔 기록한 것으로 민중들은 뚝섬이라고 불렀다. 뚝섬은 범람이 잦아 늘 애를 먹이던 곳이기도 하다. 옛날 기사를 검색하면 홍수 때마다 범람이 일어나 주택과 밭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경마장 이전, 서울숲 개장, 택지 개발 등이 이루어지면서 뚝섬은 살기 좋은 동네, 사람들이 몰려오는 새로운 명물 거리를 가진 지역이 되었다. 뚝섬과 성수동의 역사는 그렇게 변해왔다. 다시 골목을 걷는다. 이제 노포가 된 갈빗집들이 불을 피우고 있다. 따뜻함이 골목 구석구석으로 번져가는 것 같다.

성수동 돼지갈비골목의 시작은 어스름이 내릴 때쯤부터다. 가을밤엔 성수동으로 가자.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야장하기 딱 좋은 계절, 서울 야장 명소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이미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곳들.
포장마차부터 전통시장 속 명물까지 소개한다.

@dakkum.e

동대문 야장 돼지갈비 고수 #경상도식당

동대문 청계천 변을 빼곡히 채운 시장 건물들 뒤편에 자리한 좁다란 골목길. 이 막다른 길목에는 주변 가게들이 영업을 끝내면 진한 연탄불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불 향을 가득 머금은 돼지갈비는 먹기 좋은 상태로 구워져 나오는데, 이것을 특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더 깊어진다. 담벼락을 따라 간이 테이블이 일렬로 펼쳐지며, 물론 실내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위치 중구 을지로39길 29

@ninanosn

신당시장 슈퍼스타 #옥경이네건생선

야외지만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이곳은 주당은 물론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곳으로, 신당중앙시장을 MZ세대로 북적이게 만든 주역이다. 낮 시간대보다는 시장 영업이 끝난 시간에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간이 테이블에 앉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야외에서 즐기는 갑오징어구이는 청양고추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위치 중구 퇴계로85길 7

@muk_trap

세대 불문 종로3가 핫플 #익선동 포장마차거리

종로3가는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우정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기에 최적의 장소다. 지하철 종로3가역, 3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지점부터 거리 양쪽을 가득 메우는 포장마차의 향연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맛의 수준은 대동소이하지만, 분위기에 취하고 함께하는 이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

위치 종로구 돈화문로11길 일대

@__wyym1111__

다시 뜨거워지는 명동 #명동 치킨골목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명동3길과 7길 사이, 일명 명동 치킨골목의 시작은 K-드라마 속 ‘치맥’을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의 바람이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해 질 무렵부터 100m 남짓한 거리에 자리한 10여 개의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찬다. 다양한 치맥 매장이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위치 중구 명동7길 일대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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