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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는 날? 마장동 가는 날! 마장축산물시장

인터뷰 · 탐방 ·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고기 먹는 날? 마장동 가는 날! 마장축산물시장
2022.09

세계적 육류 단일 최대 시장

마장동에서는 길을 잃기 쉽다. 11만m² 넘는 드넓은 면적, 3000개 넘는 가게가 몰려 있다. 게다가 대부분 가게 모습이 비슷비슷하다. 고기를 싱싱해 보이게 하는 붉은 조명과 간판, 비슷한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그렇다. 게다가 주차장처럼 네모반듯하면 각 위치의 번호로 가게를 찾겠지만, 마장동은 과거에 설치했던 마장(馬場)에서 도축장, 그리고 다시 시장으로 변모해 마치 세상사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넓어진 까닭에 길은 사선으로, 골목으로 이어진다. 이런 생태 환경이 마장동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마장축산물시장은 1922년 숭인동에 개장한 가축 시장으로 시작했다. 당시 경성(서울)은 고기 소비가 늘고 있었고, 도시 곳곳에 위치한 소규모 도축장을 대체할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서울 도심에 있던 도축장이 이전해 숭인동으로 집결했고, 이후 1958년 청계천 변에 8000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개장한다.

서울은 고기를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고기에 대한 갈망은 서울시민의 삶을 상징했다. 불고기, 갈비, 삼겹살로 이어지는 고기의 유행은 대한민국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런 고기를 잡고 공급하는 곳이 마장동이었다. 마장동은 특이하게도 시장 상인 대부분 조합에 가입해 있다. 조합은 영세한 상인을 보호하고 서로 돕는 선순환 역할을 한다. 서울시에서도 상인들이 조합을 만드는 것을 여러 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1974년 마장동에서 가축 시장이 사라지고, 도축장도 1988년에 이전했어요. 이제는 발골·정형해서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도소매 시장만 남아 있는 거죠.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입니다.” 상인들을 대변하는 마장축산물시장진흥조합 박재홍 이사장의 말이다.

고기 좀 먹는다면 마장동으로

필자의 기억은 도축장이 남아 있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축장에서 곧바로 식당으로 나오는 ‘따끈한’ 고기가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는 ‘예랭’(고기를 일정 온도 이하로 냉장해 맛도 들이고 유통 중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을 해야 나올 수 있으므로 사실이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골목에서 고기를 구워 팔고 있었고, 이것이 서울에서 좀 ‘먹는다’는 풍류객, 맛객이 몰리는 이유가 됐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마장축산물시장은 어엿한 서울미래유산이라는 점이다. 2013년 단일 육류 시장으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데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시장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마장축산물시장은 동서남북에서 진입할 수 있다. 시장 내부는 지붕을 씌워 현대화되어 있고, 아주 많은 도소매점이 나열해 있다. 아침에 이곳을 지나가면 엄청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물건을 꺼내고 넣는 각종 차량(오토바이도 아주 많다)의 소음, 막 가게를 열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분주한 움직임 등이 이곳이 1000만을 넘어 2000만 수도권 사람들의 육류 공급 기지임을 대변한다.

2013년 불과 스물넷의 나이로 이곳에 입성해 이제는 어엿한 사장(하늘축산)이 된 홍석태(33) 씨는 바로 이 골목의 주인이다.

“제가 광주 출신이에요. 아버지가 큰물에 가서 일하라고 해서 올라왔죠. 이 동네는 대개 도소매를 같이 하는데, 가게는 작아 보여도 처리하는 물량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판매원으로 시작했어요. 고객을 잘 대하고 단골 관리도 잘하니 사장님이 예뻐해주셨죠. 그러다 고기 다루는 걸 배워 직접 정형을 합니다. 사장님이 가르쳐주시고 배려해주셨죠. 지금도 스승님으로 모시고 있어요.”

고기는 칼질 한 번으로 질과 상품의 가치가 달라진다.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돈’이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칼을 맡기지 않는다. 손질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에서 살점 발라내는 일로 시작해서 점차 간단한 정육 일을 하게 된다. 홍 사장도 그런 과정을 거쳐 이제는 기술자 겸 사장이 됐다. 6명의 젊은 직원이 이곳에서 일한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하늘축산을 비롯해 모든 가게가 엄청나게 바빴다. 이제 마장축산물시장은 온라인 판매도 많이 한다. 하늘축산을 포털 쇼핑몰에서 찾아보니 리뷰도 많다. 인기 업체라는 얘기다.

“요즘 소비자는 온라인으로도 많이 구매합니다. 구색을 잘 갖추고, 품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온라인으로는 선물용 주문이 많아요. 그만큼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에 대한 갈망은 서울시민의 삶을 상징했다.
불고기, 갈비, 삼겹살로 이어지는 고기의 유행은 대한민국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런 고기를 잡고 공급하는 곳이 마장동이었다.”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는 기술이 중요한 정육 정형.

한우에 진심인 축산물 전문 시장

마장축산물시장에는 조합에서 직영하는 식당이 있다. 이른바 양념집, 불판집이다. 1층의 여러 한우 판매점에서 고기를 사서 2층이나 3층에 있는 식당에 가면 양념값(숯불값) 명목으로 상차림비를 내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 된다. 손님이 좋은 한우를 마음대로 골라 시장에 위치한 식당에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으므로 가성비, 가심비 모두 만족하는 사람들로 시장은 늘 북적인다.

“요즘은 새우살이니 살치살이니 해서 부위별로 아주 세분화하는 게 유행입니다. 그만큼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졌다는 얘기죠. 마장축산물시장도 거기에 맞춰서 팔고 있어요.”

홍 사장의 말처럼 요즘은 한우 등급이 더욱 세분화되었다. 과거 투플러스(++)를 다시 숫자로 분류한다. 최대 9까지 붙는다. 근내지방도(마블링)가 최고로 높다는 뜻이다. 이런 고기는 확실히 살살 녹는다. 하지만 등급이 좀 낮다고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색다른 맛이 있다. 씹는 맛이 좋을 수 있다.

노장과 신세대 일꾼들이 다 같이 모여 일하는 마장축산물시장의 활력을 하늘축산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에는 모름지기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 상 차려 먹는 날이기도 하다. 올 추석에는 마장동에서 고기 두어 근 떼어 가야겠다.

30대 홍석태 사장과 활기 넘치는 젊은 직원들이 운영하는 마장축산물시장 내 하늘축산.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마장축산물시장, 이렇게 즐겨보세요~

단골 환영 #마장동먹자골목

서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육류 단일 시장으로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장축산물시장 북문 입구에는 40년 역사의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축산물시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만큼 물류 비용이 들지 않고 신선함을 보장하기에 가성비 또한 여느 식육 식당보다 좋다. 전봇대집, 대구집, 충청도집, 한우일번지 등 취향에 맞는 매장에서 다양한 부위의 고기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성동구 살곶이길 40 마장축산물시장 북문 앞

상차림 식당 #고기익는마을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입했다면 멀리 가지 말고 시장 내 상차림 식당을 이용해보자.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나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처럼 소비자가 직접 주재료를 구입한 뒤 숯불이나 불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기본반찬을 제공한다. 그중 마장축산물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이 운영하고 행정안전부, 서울시, 성동구가 인증한 마을기업인 이곳은 위생은 물론 단체 손님용 공간까지 갖추어 더욱 믿음이 간다. 상차림 메뉴는 성인 6000원, 어린이(5~10세) 3000원이며, 식사·음료·주류도 있다.

위치 성동구 고산자로24길 11-1 마장축산물시장 서문 3층
문의 02-2292-8999

고기 말고 해산물 #마장동꽃게거리

그동안 ‘마장동’ 하면 고기만 떠올렸다면, 꽃게를 비롯한 해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마장동먹자골목에서 청계천을 따라 500m 정도 가볍게 산책하다 보면 마장동꽃게거리가 나오는데, 가게마다 서해안 일대에서 직배송한 신선한 꽃게가 수조를 채우고 있다. 얼큰하고 시원한 탕과 찜이 주메뉴. 한 블록 안에 목포, 군산, 서산, 연평도 등 지역명을 내세운 해산물 식당이 이웃해 모여 있다.

위치 성동구 마장로 331(목포 산꽃게 아구찜·탕)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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