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종묘 관통 도로를 만들며 갈라놓은 창경궁과 종묘가 90년 만에 숲으로 연결되었다.
이는 조선 궁궐과 국가 상징물의 가치 회복은 물론, 우리 역사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서울시는 일제가 갈라놓은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역사 복원 사업을 진행한 결과, 지난 2011년 첫 삽을 뜬 지 12년 만에시민을 위한 녹지축으로 개방했다. 축구장보다 넓은 녹지로 연결해 공원화한 이곳은 숲과 궁궐 담장이 어우러진 산책로로, 걷기 좋은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손색없다.
역사 속 전통 숲을 걷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율곡로 터널 방향으로 걷다 보면 호젓한 공원 입구가 나오고, 숲길을 따라 율곡로 터널 위쪽으로 연결되는 궁궐담장길을 만날 수 있다. 역사 속 창경궁과 종묘를 이은 숲길처럼 궁궐 담장 주변의 축구장보다 넓은 녹지로 연결되는데, 창경궁과 종묘 수림에 분포한 참나무류와 소나무·귀룽나무·국수나무·진달래 등 우리나라 고유 수종의 나무와 꽃을 심어 자연스러운 다층구조의 숲을 완성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우거질 전통숲이 기대된다. 그러나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으로 출입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하다.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이 부분을 협의 중에 있으며, 창경궁 함양문을 통해 창덕궁과 창경궁을 통행하는 것처럼 창경궁과 율곡로 궁궐담장길 그리고 종묘까지 연결되는 진출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역사 복원의 필요성
북신문을 통해 왕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에서 종묘로 이동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원래 종묘와 동궐(창덕궁·창경궁)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광화문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지나 조선총독부의원(서울대학교병원의 전신인 대한의원) 앞을 통과하는 도로(율곡로)를 만들며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놓고 구름다리(관덕교)를 놓았다. 풍수지리상 북한산의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게 되어 있는 것을 일제가 도로의 신설과 확장이라는 미명 아래 끊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창경궁과 종묘를 다시 잇는 이번 율곡로 터널 상부 공원 녹지축의 완성과 개방은 역사 복원 면에서 더욱 뜻깊다.
윤호근 (대학생)
“오랜 시간 공사 중이던 이곳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첫날 오게 되었어요.
일제가 끊어놓은 종묘와 창경궁의 연결 축을 복원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궁궐담장길을 통해 양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형을 살려 복원한 북신문과 공사 중 발굴된 옛 궁궐 담장을 실제로 볼 수 있어
뜻깊어요. 전통 숲으로 조성한 이곳도 시간이 지나더욱 울창한 숲길이 되길 바랍니다.”
창경궁과 종묘, 역사를 잇다
서울시는 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궁궐 담장과 북신문도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했다. 궁궐 담장의 경우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 발굴된 옛 궁궐 담장 기초석은 원래 자리에 보존·전시해 직접 볼 수 있다. 창경궁이 바라보이는 복원된 궁궐 담장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궁궐담장길(돈화문~원남동사거리)’도 새로 생겼다. 노약자·임산부·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경사로 설계했으며, 원남동사거리에는 산책로로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누구나 역사 복원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으로,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역시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재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시간제 관람(월·수·목·금요일)과 토·일요일 및 공휴일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1000원(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무료)이며, 관람 가능 시간은 홈페이지(jm.cha.go.kr)를 통해 확인하자. 화요일은 휴무.
위치 종로구 종로 157
동궐, 창덕궁과 창경궁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랫동안 임금들이 거처한 창덕궁의 돈화문 입구 오른쪽으로 궁궐담장길이 연결된다. 창덕궁에서 함양문을 통해 입장할 수 있는 창경궁의 주 출입구는 혜화동 방면 홍화문이다. 관람료는 창덕궁 3000원, 창경궁 1000원(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무료)이며, 두 곳 모두 월요일이 휴궁일이다.
위치 종로구 율곡로 99(창덕궁), 종로구 창경궁로 185(창경궁)
궁궐담장길과 연결되는 종묘 순라길 걷기
창덕궁 돈화문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순라길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길은 서순라길이다.
서순라길은 종묘의 서쪽 담장을 끼고 이어진 길을 말하는데,
돌담길 사이로 아기자기한 점포와 문화 공간이 자리해 인기를 끌고 있다.
① 공연부터 휴식까지,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도심 속에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 공연장과 야외 국악마당, 전통차와 간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위치 종로구 율곡로 102
② 전통 공예 배우기,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들의 작품 전시는 물론, 다양한 전통 공예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 일일 체험과 교육 신청은 홈페이지(seoulmaster.co.kr)에서 가능하다.
위치 종로구 율곡로10길 13(돈화문 교육전시장)
③ 콤부차 마시고 배우고, 슬로운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즐겨 마신다고 해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발효차, 콤부차 전문 스튜디오. 다양한 차를 맛보거나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발효차 제다 실습과 체험이 가능한 수업도 운영한다.
위치 종로구 율곡로10길 15-5 1층
④ 순라길 속 프랑스, 올랄라 파리
종묘 돌담을 바라보면서 프랑스 가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얇은 메밀전병 위에 햄·버섯·치즈 등을 올린 식사용 크레프(갈레트)가 유명하며, 예약제(070-4128-0008)로 운영한다.
위치 종로구 서순라길 127 1층
⑤ 감성 한옥 빵집, 솔방울베이커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멋진 한옥의 중정을 자랑하는 신상 카페.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으로도 입소문 났다.
위치 종로구 서순라길 89-15
⑥ 주얼리의 모든 것,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제2관 스페이스42
‘보석길’로 불리는 서순라길에 위치한 곳으로, 주얼리인들의 소통 공간이자 쇼룸·작업실·휴식 공간을 갖춘 열린 공간이다.
이웃한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제1관에는 주얼리 라이브러리가 있다. 모두 월요일 휴관.
위치 종로구 서순라길 83
⑦ 색동 유물을 한자리에, 한국색동박물관
혼례복·돌복을 비롯한 색동 관련 유물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한복 존을 마련해 직접 입어볼 수 있다.
일·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 요금은 성인 6000원, 6~19세 5000원이다.
위치 종로구 율곡로10길 85-7
⑧ 서울 정도 600주년, 삼봉정도전시비
조선의 도읍지를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정도전을 기리는 시비. 한양의 풍수지리적 이점과 태평성대를 노래한 ‘진신도팔경시’가 새겨져 있다.
위치 종로구 인의동 123(종묘광장공원 오른쪽)
⑨ 50년 역사, 함흥곰보냉면
원래 예지동 시계골목에서 시작해 지금은 종묘공원 옆 세운스퀘어에 자리잡은 노포 냉면집으로, 회냉면은 물론 만두도 인기메뉴다.
위치 종로구 창경궁로 109 세운스퀘어 401호
글 김시웅 사진 정지원, 이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