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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드는 종로 곱창골목

인터뷰 · 탐방 ·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사람이 모여드는 종로 곱창골목
2022.04

서울 골목을 채우는 시장

도시는 골목, 광장과 함께 발달한다. 서양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시장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골목이 모세혈관처럼 뻗어 도시를 채우고, 시장은 활력을 품는 심장이 된다. 시장이 잘 형성된 도시는 살기가 좋다.

서울은 시장을 통해 성장했다. 근대 초기, 서울이 아닌 한성(한양)으로 불리던 조선 시대에는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바로 동대문시장이다. 정승모 박사는 저서 <시장의 사회사>에서 동창여각에 대해 썼다. 동창여각이란 종로4가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지역 일대를 말한다. 이곳이 바로 오늘날 동대문시장이다. 물론 1970년에 주식회사 동대문시장이 설립되었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조선 시대에 강력한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은 서울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물리적 공간이었다.

물산을 거래하는 시장은 사람이 몰려들어 음식도 풍성했다. 시장 음식은 가장 싸고 푸짐한 음식을 상징했다. 과거 한식이 궁중 음식과 반가의 음식, 김치 중심의 상징적 코드를 내세웠다면 새로운 시대의 한식, 이른바 K-푸드는 가격이 좀 더 저렴하고 친밀하며 대중적이다. 떡볶이와 순대, 잡채와 빈대떡같이 시장에서 탄생하고 유통되는 음식이 그런 음식의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곧 동대문시장 언저리의 여러 먹자골목이 다루는 음식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있는데, 대체로 싸고 푸짐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시장 음식은 그렇게 성장해왔다.

시장엔 사람이 모이고, 먹거리가 넘치네

흥인지문을 기준으로 동대문시장이라고 부르는 너른 공간은 사실 여러 시장으로 얽혀 있다. 평화시장과 신평화시장, 패션타운 전체를 아우른다. 이 거대한 공간 곳곳에 별미가 숨어 있는데, 흥미로운 건 이 공간을 사실상 떠받치는 음식이 몰려 있는 또 다른 시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번 ‘닭 한 마리’ 편에서 소개한 종로신진시장이다. 다른 시장과 달리 뒤늦게 시장 이름을 달고 나와 서울시민도 정확한 이름을 잘 모른다. 그저 동대문이나 종로5가, 종로6가라는 통명으로 쓰인다. 앞서 닭 한 마리는 물론이고, 생선골목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곱창골목은 또 다른 인기 골목이다. 하나의 작은 소매시장 안에 별미 골목이 셋이나 들어선 것이다.

사람들은 이 시장 안에서 1차는 물론이고 2차, 3차까지 해결하곤 했다. 시장과 연결된 핏줄 같은 골목을 타고 넘어가면 생맥주를 파는 호프집이 줄지어 있고, 패션타운 뒷골목으로 가면 불야성을 이루는 시장의 힘을 느낄 수도 있었다.

“종로신진시장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작은 소매시장 안에
별미 골목이 셋이나 들어서 있다.”

가장 값싸고 든든한 서민의 음식

“이곳에 실향민이 많았어요. 시어머니께서 좌판으로 시작하신 걸 물려받아 하고 있어요.”

곱창골목의 가게 중에는 노포가 많은데, 그중 함남곱창 홍혜련(64) 대표의 말이다. 그는 연신 재빠른 손놀림으로 곱창을 볶으면서 밝게 웃는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들어 엄청난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여전히 곱창골목 가게에서는 불판을 달구고 곱창을 볶는다. 이곳의 곱창집들은 기본적으로 돼지 곱창을 쓴다. 지금도 그렇지만 돼지 곱창은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동물성 재료다. 깨끗하게 손질해서 풍성한 채소와 매운 양념을 넣고 볶는다.

“옛날 좌판에서는 연탄을 땠죠. 시어머니와 함께 그렇게 장사를 했어요. 더워서 힘들고, 또 추워서 힘들었죠.”

곱창을 손질해 고춧가루와 후추, 마늘을 섞어 만든 양념을 넣어 볶고 당면과 깻잎, 양배추 등을 넣어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 술안주가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요즘은 밥을 볶아주는 경우도 흔한데, 과거에는 당면 정도로 배를 채웠다.

“곱창볶음은 오랫동안 1인분에 1000원대였어요. 제 기억으로는 1500원부터 있었어요. 시어머니가 시작하셨을 때는 더 쌌겠죠.”

곱창볶음은 전형적인 서민 음식, 서민 안주여서 1만원을 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1만원으로 오른 것이 몇 년 전이고, 이제는 1만2000원이다. 장정은 2인분 정도 먹는데, 그래도 싼 편인 안주다. 돼지곱창볶음, 흔히 채소를 많이 넣어 ‘야채곱창’이라고 부르는 이 음식은 왕십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많다. 도살장이 있던 마장동과 가까워 리어카나 자전거로 재료를 싣고 와서 요리해 판 것이 시초다. 돼지 곱창은 손질하기 어렵고, 냄새가 나서 값이 싼 전형적인 재료였다. 그것을 냄새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바로 이 시장 골목 상인들이었다. 돼지 도축량과 고춧가루 생산량 증가, 사철 공급되는 채소, 1990년대 경제 호황 등으로 돼지곱창볶음의 명성은 드높았다. 말하자면 변화하는 서울의 힘이 만들어내고 띄운 음식이라 할 만하다. 도시의 역동성에 어울리는 거리 음식이었던 것이다.

넉넉한 인심이 담긴 곱창볶음 한 판

이제는 서울 시내에 비슷한 조리법으로 만들어 파는 집이 꽤 많고, 다른 지역에도 퍼져나간 명물이 되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종로신진시장의 곱창골목을 사랑한다.

“원래는 시장 사람들, 이 동네 사람이 들르는 백반집과 술집이 몰려 있는 시장이었어요. 곱창, 생선구이, 닭 한 마리 할 것 없이 모두요. 소문이 나면서 근처 직장인이 많이 찾고, 멀리서도 오고. 요새는 전국에서 찾아와요.”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서울의 서민 음식으로 서울시민의 기쁨과 슬픔의 동반자였던 돼지곱창볶음은 여전히 왕십리와 종로신진시장 안 골목에 살아 있다. 맵고도 뜨거운 그 음식을 먹으며 살아온 서울시민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 자리에서 돌던 말과 사연은 또 얼마나 다양할까. 가게 밖에는 봄바람이 선들선들 불고 있었다.

말끔하게 손질해 철판에 볶아내는 함남곱창의 막창.

2대째 종로 곱창골목을 지키고 있는 홍혜련 대표와 박찬일 셰프.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당신의 곱창 취향은? - 소 곱창에서 돼지 곱창까지

명품 소 곱창 #우대양곱

신용산 맛골목의 신흥 강자이면서 SNS 속 곱창 사진으로 유명한 곳. 신선하고 품질 좋은 한우 생곱창 전문점으로 곱창, 막창, 대창, 염통이 함께 나오는 모둠구이가 인기 메뉴다. 볶음밥 외에 차돌진칼국수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주소 용산구 한강대로42길 8
인스타그램 @woodae_company

달인의 곱창덮밥 #대낚식당

달콤한 간장 양념에 조린 대창을 올린 대창덮밥으로 이름난 곳으로 매일 한정 수량 판매한다.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을 잡을 수 있다. 대창덮밥과 대창낙지덮밥 외에 곱창과 닭볶음탕이 만난 곱도리탕도 인기 메뉴다.

주소 강남구 역삼로 137
문의 02-558-5561

반반 곱창 많이 #땡초곱창

끊임없이 주문과 배달, 그리고 매장을 찾는 손님으로 북적이는 황학동 곱창 맛집. 아찔하게 매운 땡초곱창과 순하게 볶아내는 소금구이 중에서 선택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곱창을 먹은 후 피자치즈를 올린 볶음밥까지 먹으면 코스 완성.

주소 중구 퇴계로87길 54
문의 02-2234-1240

몸보신 곱창전골 #향원정

깊은 맛의 육수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고소한 차돌박이, 잡내 없는 곱창이 만났다. 삼각지 평양집 출신 사장님이 솜씨를 발휘해 곱창구이만큼이나 잘 알려진 곱창전골 맛집. 환절기나 영양식이 생각날 때 추천한다.

주소 마포구 양화로7길 28
문의 02-338-3110

완벽한 막창 #함남곱창

종로신진시장 터줏대감으로, 시어머니 뒤를 이어 운영하는 2대 사장님의 손맛이 일품이다. 당면과 큼직한 채소가 입맛을 돋우는 돼지곱창볶음은 물론, 사과를 넣어 볶아 깔끔한 맛의 막창구이는 냄새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 인기가 좋다.

주소 종로구 종로38길 16
문의 02-2278-2261

종로신진시장 곱창골목을 찾는다면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이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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