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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으러 떠나는 녹색 서울 여행

인터뷰 · 탐방 · 친환경 서울 여행법
일상에서 시작하는 즐거운 환경 놀이
보물 찾으러 떠나는 녹색 서울 여행
2022.04

따스한 햇살이 살갗에 살포시 와닿는 계절,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다.
이달엔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 씨가 봄의 활력을 닮은 어린 친구들과 함께 친환경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도심 속 생태 현장이자 서울 봄맞이 대표 명소, 양재천이다.

양재천에서 만든 정크 아트 ‘그만덕(Duck)!’. 쓰레기를 그만 버리자는 의미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다녀온 길

코스 정보 개포동역~배밭근린공원 ~ 청룡근린공원 ~ 원점 회귀
거리 약 3km
예상 소요 시간 약 3시간 40분 (클린 하이킹 및 정크 아트 3시간, 이동 시간 40분)

가족 클린 하이커스를 모집합니다!

모든 생명이 활동을 재개하는 계절, 봄이다. 서울둘레길, 북한산에 이어 이달은 서울 속 또 다른 대표적 자연 공간, 하천으로 향했다. 서울둘레길이나 북한산보다 어쩌면 더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자, 우리의 생명수와 같은 곳. 그 중 양재천 산책로를 선택했다. 양재천은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에서 발원해 양재동에서 여의천과 합류한 후,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 지나 탄천으로 유입되는 총 15.6km의 하천이다. 1970~1980년대에 강남 일대가 발전하면서 생활하수가 대량 유입되어 악취가 진동하는 오·폐수 하천으로 전락했으나, 1990년대에 생태 공원을 조성하면서 수질을 정화하고 시설을 정비했다. 현재는 녹지 공원과 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풍광과 함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인근 주민뿐 아니라 직장인의 쉼터이자 산책로로 애용되고 있다.

가깝고 문턱이 낮은 곳일수록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더욱 쉽게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 지난 5년간 클린 하이킹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또 절실히 깨달은 한가지는 ‘환경에 대한 교육’과 함께 ‘인식 변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 같은 우리의 활동 또한 제자리걸음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이 아닌 ‘가족 클린 하이커스’를 모집하기로 했다! 부모와 아이가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직접 체험하고 느낀다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쓰레기 찾기 게임

드디어 가족 클린 하이커스가 집결하는 날이다. 날이 흐릴 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아주 화창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 덕분에 클린 하이킹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클린 하이커스 멤버 김은영 씨가 두 딸 유진·예주와 함께 나왔다. 그리고 백패킹을 취미로 즐긴다는 박성희 씨와 그의 남편 박성현 씨는 열 살 라우, 일곱 살 라희, 여섯 살 라준 세 아이와 동행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양재천 변으로 이동하니 이제 갓 피어난 여린 연둣빛 수양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억새 숲과 아직 개화하기 전이지만 벚나무도 많았다. 완연한 봄엔 더욱 다채로워질 풍경이었다. 천변을 따라 남녀노소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봄 마중 나와 산책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따스한 봄 공기처럼 마음도 함께 들떴다. 말 그대로 쓰레기 줍기 좋은 날이다. 처음엔 쭈뼛거리던 아이들은 집게를 들자 금세 개구쟁이가 되었다. 억새 숲 사이를 비집고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기도 하고, 묻혀 있는 쓰레기를 꺼내려 땅을 파기도 했다. 잘 보이지 않는 쓰레기도 귀신같이 찾아내는 아이들의 예리함과 집중력에 놀랐다. 숨은 쓰레기 찾아내기 선수였다. 이 친구들에게 클린 하이킹은 환경보호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보물찾기 같았다. 누가 먼저 찾나, 특별한 것을 발견하나 하는 일종의 게임인 것이다.

“왜 치즈가 버려져 있지?” “이게 뭘까? 조개가 있어요!” “골프공이 어떻게 여기까지 날아왔지? 발이 달렸나?”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니 심각함은 사라지고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생태 습지와 두 마지기 논, 논두렁 속 개구리알 등 예기치 않은 구경거리도 가득했다. 양재천에는 청둥오리 가족이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양재천 산책로는 비교적 관리를 잘해 도심에서는 흔히 보이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길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나 물가에는 어김없이 방치된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금방 버린 게 아니라 오랫동안 수거하지 않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들이었다.

공사 후 방치한 폐콘크리트와 폐현수막을 비롯해 장난감 자동차, 담배꽁초, 리플릿, 모종 화분, 삽과 일회용 비닐, 썩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작은 플라스틱과 생활 쓰레기도 많았다. 가족이 합심해 줍다 보니 어느새 손에 든 쓰레기봉투가 제법 두둑해졌다. 오늘 주운 쓰레기는 약 15.5kg. 쓰레기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은 늘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

클린 하이킹은 환경보호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보물찾기 같다.

가족 클린 하이커스가 남긴 말, 말, 말!

쓰레기 NO, 그만덕(둬)! #쓰레기로 말해요

오늘 유난히 기대하는 마지막 미션! 직접 주운 쓰레기로 정크 아트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다. 쓰레기를 줍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이다. 정크 아트가 흥미로운 점은 참여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 “오늘은 무엇을 만들어볼까?” 하는 질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비닐에 싸인 고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오, 좋다! 하천에 오리들이 있으니 비닐로 고통받는 오리를 만들어볼까?” “오리에게 쓰레기를 먹이로 주는 사람 손을 넣어요!”

즉흥 아이디어 회의가 끝나자, 나뭇가지와 노끈을 이용해 오리의 실루엣을 스케치하고 주운 나무 봉으로 오리가 몸을 담그고 있는 하천을 표현했다. 각종 쓰레기로는 몸통을 채웠다. 그리고 화난 눈썹과 홍조까지 더해 성난 오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쓰레기 투기) 그만덕!’이라는 유쾌한 작품명까지 붙이면 끝! 마지막으로 다 함께 만든 쓰레기 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니 뿌듯함이 차올랐다.

서울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

아름다운 양재천 산책로를 함께 걷고 쓰레기를 줍는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졌다. 쓰레기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뼈 때리는 한마디에 어른으로서 마음이 뜨끔하기도 했다. 어린 친구들은 가르쳐주어야만 하는 대상인 줄 알았는데, 한 수 배웠다. 많이 웃고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시간이었다.

우리 세대가 범하고 있는 환경 재앙으로 인해 치러야 할 책임과 부담은 온전히 다음 세대의 몫이 된다고 한다. 우리야 조금만 버티면 그만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기후 위기와 기온 상승으로 코로나19보다 더 숨 막히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으로서 우리 역할은 무엇일까? 오늘 활동을 통해 한 줄기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녹색 서울 여행은 서울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자,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놀이이며, 산 교육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 혹은 여행 갈 때 쓰레기봉투와 집게 하나만 더 챙기자. 쓰레기를 찾다 보면 틀림없이 보물과 같은 시간을 발견할 것이다.

<서울사랑> 독자에게 한마디

은영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이 많아요.
이런 걸 알려주는 게 부모를 비롯한 어른의 몫이기도 하죠.
온 가족이 환경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것, 멋진 일 아닌가요?

유진

이미 훼손된 자연을 되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자연이 우릴 용서해줄 거라 믿어요.

예주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버리고자 하는 그 마음을 버리는 건 어떨까요?
우리 모두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어요.

성희

환경을 위해 가족과 함께 소소하게, 소신 있게 실천해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대화해보면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어른으로서 반성도 하게 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라우

많은 사람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싶어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많이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강은이 추천하는 걷기 좋은 하천 산책로 3

① 불광천

서울 은평구 불광동을 기점으로 역촌동, 응암동, 증산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 마포구 성산동을 거쳐 흐르다가 홍제천과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 서울둘레길 7코스와 일부 겹치며 걷기 좋은 길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불광천을 따라 트렌디하고 예쁜 카페도 많이 들어섰다.

거리 약 9.2km

② 중랑천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원해 의정부를 지나 남류해 한강으로 흘러드는 서울의 하천 중 가장 길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새빨간 장미를 구경할 수 있다. 벚나무 아래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저녁에도 꽃구경이 가능하며, 특히 둔치에 체육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거리 약 45km

③ 성내천

청량산에서 발원해 송파구 마천동·오금동·풍납동을 관통하며 한강으로 흐르는 하천. 농사 체험 학습장과 야생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풍납토성·올림픽공원·방이습지 등 송파구의 여러 명소로 진입할 수 있어 연계 체험이 가능한 지리적 특성이 장점이다.

거리 약 9.8km

김강은
두 발로 자연 속을 걷고 그곳에서 만난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길 여행 마니아.
자칭 타칭 하이킹 아티스트로 통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걸은 후 책 <아홉수 까미노>를 출간했다.
자연에서 받은 만큼 베풀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대표적으로는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킹’,
직접 주운 쓰레기로 이미지를 만들어 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정크 아트 프로젝트’ 등이 있다.

김강은 편집 제민주 사진 이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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