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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영역을 허문 공간, 스페이스 딤

기획 · 서울 트렌드

경계와 영역을 허문 공간, 스페이스 딤
2022.02

팬데믹 장기화로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하던 공간은 점차 그 영역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신개념 공간이 있다. 기존의 경계와 구분을 허물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포괄하는 ‘스페이스 딤(Space Dim)’이다.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확장 공간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이용자의 관점을 변화시켰다. 많은 것이 변했고, 특히 공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공간 제한, 이동 제약이 오히려 일정한 사유 공간의 용도를 확대하고 팽창시켰다는 해석이다.

스페이스 딤은 공간을 뜻하는 ‘스페이스(Space)’와 경계가 흐려진다는 뜻이 있는 ‘딤(Dim)’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경계가 흐려지고 용도가 섞인 공간을 의미한다. 팬데믹에 따른 이동 제한과 거리 두기로 인한 제약을 해소하고자 멀티스페이스와 레이어드 홈을 절묘하게 섞었다. 기존 공간의 기능 외에 ‘멀티’ 기능을 한 공간에 ‘레이어드’한 만큼 불편은 줄고, 편의는 개선되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지금까지 공간의 주 용도가 주거였다면, 팬데믹을 거치며 주거에 대한 경계가 사라지고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모든 곳이 주거 영역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MZ세대가 문화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자아를 담은 딱 하나의 내 공간을 의미하는 ‘페르소나 원픽’이 부상하는가 하면, 일터가 곧 휴식처가 되는 ‘워케이션’, 택배 수령지가 주소가 되는 ‘멀티어드레스’ 시대가 도래했다. 즉 주거 공간과 ‘내 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곧 내 주거 공간이요, 공간의 경계가 흐려짐으로써 한 공간에서 다양한 업무와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스페이스 딤’ 시대가 우리 앞에 안착한 것이다.

기존 공간의 공식을 파괴한 ‘뉴노멀(New Nomal)’ 공간

성수동 공업지대에 들어선 ㅁ자형 복합 건물인 ‘LCDC 서울’은 최근 SNS를 통해 급부상 중이다. 겉보기에는 건물의 용도를 짐작하기 어렵다. 미술관 같기도 하고, 거대한 레스토랑 같기도 하며, 건축 사무소의 사무 공간 같기도 하다. LCDC 서울은 단순한 복합 공간을 넘어 감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려는 마음을 담아 완성한 공간이다. 카페, 레스토랑, 편집 숍, 베이커리, 팝업 스페이스 등으로 구성된 각 층과 공간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진다. 매장에서 매장으로 용도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 층마다 테마에 맞는 설치물·조명·음악·색감 등을 배치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 가치, 콘셉트를 소비자가 직접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었어요. 밖에서 상상하는 안과 실제 경험하는 내부가 백팔십도 다를 뿐더러 경계가 모호한 공간을 탐험하는 것이 흥미진진한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기분을 안겨주거든요.”
SNS 속 뜨거운 입소문을 듣고 친구와 함께 LCDC 서울을 찾은 이주영 씨의 말이다.

LCDC 서울 관계자는 오프라인이 위기를 맞았으나 앞으로도 중요한 채널로 남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와 빠른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기존 오프라인 공간의 공식을 파괴해야 했다.” 또한 “새롭게 변화해 젊은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힙’한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이라고 LCDC서울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어디까지 가봤니? 서울의 가볼 만한 스페이스 딤

쌀롱드무지끄
‘거실’이라 쓰고 ‘음악 살롱’이라 읽는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부암동 주택가의 주택인데, 작은 콘서트도 열고 발표회·세미나 등도 개최한다. 귀족이 된 기분으로 살롱 연주를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종로구 창의문로 129 2층

LCDC 서울
겉모습은 실험적 갤러리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매장과 레스토랑, 이벤트 공간, 팝업 스페이스, 동선을 아우르는 중정까지 500평에 달하는 낡은 공장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위치 성동구 연무장17길 10


문화실험공간 호수
피상적으로 표방하는 콘셉트는 갤러리지만, 갤러리 기능에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모두 담았다. 강의부터 카페, 헬스케어 존, 쿠킹 스쿨까지 다양한 문화 실험이 이루어진다.

위치 송파구 송파나루길 256


스페이스딤
이름부터 ‘스페이스딤’인 이곳은 와인 바이자 3명의 크루가 함께 쓰는 작업실 겸 실험적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푸르스름한 조명으로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딤(Dim)’을 형상화했다.

위치 용산구 독서당로14길 37

새싹기업이 활짝 피어날 수 있는 스페이스 딤

지난해 12월 마곡산업단지에 문을 연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는 경계가 흐려짐으로써 오히려 멀티 용도가 혼재된 스페이스 딤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본래 연구개발 중심의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과 새싹기업의 융복합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건립했지만, 실내는 놀랍게도 사무 공간 외에 다양한 휴식·교육·교류·실험·힐링 공간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1층에 들어서면 미팅, 세미나, 강의, 공연 등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 이노베이션 홀이 펼쳐진다. 홀을 중심으로 자리한 공유 오피스는 기존 오피스 프레임을 완전히 탈피한 공간이다. 격조 있는 중앙 테이블과 프라이빗한 개인 공간은 기업의 채용 면접부터 개인 문서 작업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3층부터 7층까지 들어선 기업 사무 공간에는 층마다 실내 정원과 아일랜드 바 형태의 주방을 갖추어 업무와 휴식이 동시에 가능하다. 8층에는 공유 주방과 피트니스 룸, e스포츠실, 옥외 산책로를 마련해 오피스 개념에 엔터테인먼트와 다이닝, 힐링 기능을 더했다. 엄격한 틀을 적용하던 기존 오피스 형태에서 탈피해 이용자가 업무를 진행하며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것을 창업허브 안에서 해결하게 한 것이다.

경계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서울의 스페이스 딤 공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 LCDC 서울, 후암연립.

김상용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 입주 기업 ‘휴마스터’ 이사

“경계를 허물자 소통의 벽도 허물어졌어요.”

“저희는 습도 제어 기반의 제습, 환기, 냉각 겸용 에어컨 ‘휴미컨’을 개발·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 입주했습니다. 마곡산업단지에 있는 대기업과 협업하기 위해 이곳에 12명 규모의 엔지니어 중심 개발팀을 두고 있는데요, 시설이 워낙 좋고 다용도 공용 공간이 많아 사무실 외 다른 공간도 두루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열린 소통과 유기적 협력, 고효율 업무가 가능합니다. 외국인 바이어조차 와서 보고 오피스 공간의 혁신에 놀라워할 정도입니다.”


산업 지원은 물론 공공정보센터까지 포용하는 공간

지난해 5월 종로구 삼일빌딩에 새롭게 문을 연 ‘서울관광플라자’ 역시 전통적 관광정보센터 역할에서 탈피해 기능을 확장한 무경계 복합 공간이다.

1층 여행자 카페와 관광정보센터 외에 기념품 판매점, 여행 관련 서적을 직접 큐레이팅한 트래블 라이브러리,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메디컬 센터까지 한데 모아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행의 지평을 넓혀주는 다양한 도서를 비치한 라이브러리와 ‘서울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 수상작 전시는 센터 자체를 즐거운 놀이터로 접하게 해준다. SNS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은 서울 지하철역 키링이나 TV 프로그램 <알쓸범잡>에서 소품으로 사용한 ‘미소호랑이’ 등은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대기 중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꿔준다. 스페이스 딤 공간답게 서울관광플라자는 시민과 여행자를 위한 공간 외에도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지원센터와 관광 스타트업 입주 사무실, 비짓서울TV 방송국, 시민 아카데미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상복합의 새로운 정의를 만드는 시도

정겨운 후암동 골목길에 위치한 ‘후암연립’은 또 다른 스페이스 딤이다. 이름과 형태로 보면 영락없는 연립주택이지만, 후암연립은 오래된 연립주택이 동네 분위기에 어울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1층과 2층에 들어선 카페는 골목길을 내부로 끌어들인 것이 특징이다. 카페 안에는 일상의 이야기와 취향을 담은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이 자리한다. 분리돼야 할 것 같은 두 공간이 하나로 합쳐져 더욱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맨꼭대기 층에는 연립주택의 본래 용도인 주거 공간이 마련돼 있다. 후암연립과 마주하고 있는 ‘후암거실’은 작은 사치를 통해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를 만나고, 작은 화면으로는 오롯이 그 감동을 느끼기 힘든 다큐멘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후암연립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던 주민 최진섭 씨는 “예상을 깨는 공간의 등장은 동네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는다”며 “경계와 용도를 과감히 허문 이색 공간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오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무엇에 쓰는 건물인고? 이제는 묻지 말자. 지금은 답이 뻔한 공간보다 알쏭달쏭 답을 알 수 없는 공간이 각광받는 ‘스페이스 딤’ 전성시대다.

지금까지 이런 공간은 없었다! 서울시 무경계 공간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

지하 4층~지상 8층 규모의 창업지원센터로 마곡산업단지 내 기업과 입주 기업 간 상생을 위해 탄생했다. 유망 창업 기업을 발굴해 입주시키고 집중 육성하기 위한 기관이지만,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간이 상당히 많다. 감각적으로 배치한 사무 공간과 소통 공간은 물론 공유 오피스, 오픈 홀, 촬영 스튜디오, 심지어 e스포츠실과 공유 주방 같은 시설도 갖추었다. 압권은 각 층마다 마련한 오픈 바와 라운지. 호텔을 방불케 하는 휴게 공간으로, 업무 중이나 이동 중 자연스럽게 휴식을 유도한다.

위치 강서구 마곡중앙8로 14
홈페이지 mplus.startup-plus.kr

서울관광플라자 관광정보센터

서울 관광 관련 협회와 해외 관광청, 유망 새싹기업 등 핵심기관이 한곳에 모여 서울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관광플라자. 가장 돋보이는 것은 1층에 위치한 관광정보센터의 변신이다. 종합관광안내센터는 기본이고 기념품 판매점, 의료 관광 헬프 데스크, 여행 관련 서적을 읽을 수 있는 라이브러리 등을 갖추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구하던 기존 공간에서 탈피해 각각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방문자가 직접 참여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위치 종로구 청계천로 85 삼일빌딩 1층
문의 02-6365-3100

임지영 사진 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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