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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사분 서촌을 걷다

2022.02

여행

서울 풍경

사분사분 서촌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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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쪽에 자리 잡았다 하여 ‘서촌’으로 불리는 그곳.
나지막한 한옥 지붕과 담벼락 사이로 미술관과 전시장, 오래된 주택, 시장,
저 멀리 든든하게 펼쳐진 인왕산까지 아기자기한 서촌을 걸어보았다.

천천히 시간이 흐르는 그곳

서촌에서 만나는 골목의 담벼락은 그리 높지 않다. 딱 사람키만 한 담장을 두고, 어깨가 닿을 만한 좁다란 골목길을 이리저리 걸어보았다. 문득 고개를 들면 저 멀리 인왕산 자락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옛 한옥 형태를 그대로 갖춘 집부터 말끔하게 단장한 양옥이 혼재된 풍경 또한 서촌만의 매력이다. 남대문에서 시작해 수성동 계곡 앞이 종점인 마을버스 종로09번이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타보자. 종점부터 시작하는 서촌 골목 탐험이 진짜다.

‘ㄱ’, ‘ㄴ’ 형태의 기와지붕 사이로 보이는 소박한 중정.

서촌 골목에서 만난 다양한 담벼락.

진경산수화의 배경이 된 수성동 계곡.

정감 있는 한옥에서의 한때

서울이 매력적인 이유는 고층 빌딩부터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궁궐과 아파트 그리고 기와지붕의 한옥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데 있다. 특히 서촌에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득 마주치는 한옥의 흔적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버스 정류장을 앞두고 있는 ‘일일호일’은 한옥의 틀은 간직한 카페이며, 기울어진 길 형태를 그대로 살려 자리 잡은 갤러리 ‘서촌재’ 앞 벤치는 지나가는 이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책, 커피, 차가 어우러지는 서촌 한옥 카페, 일일호일.

수성동 계곡을 따라 서촌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아주 작은 갤러리, 서촌재.

잠시 쉬어가도 괜찮은 하루

지금이야말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나를 미처 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왔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쳐 쓰러져 있다면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나를 위해 진짜 휴식 시간을 선물해보자.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인 통의동 보안여관은 전시장은 물론, 카페와 서점, 북 스테이, 다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우수 한옥 ‘동촌재’에서의 하룻밤 역시 잊지 못할 쉼과 충전을 선사할 것이다.

예술 공간이자 통의동 예술가들의 사랑방 보안여관의 다실, 몽재.

전통 한옥 동촌재에서 바라본 뒤뜰 풍경.

고전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듯, 마치 오래된 사진첩에서 무심코 떨어진 한 장의 사진처럼 서촌 골목에서 만나는 풍경. 옛 노래를 재해석한 가수 아이유의 음반 사진 배경이 되기도 하고, 방탄소년단 RM이 찾아 서촌의 명소가 된 ‘대오서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대오서점은 현재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같은 골목에 뚝심 있게 자리한 ‘영화루’는 또 어떤가. 50년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중화요릿집으로, 서촌을 찾는 이들의 사랑방이 되곤 한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오서점.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한옥 대문.

인증 샷을 부르는 외관이 매력적인 중국집 영화루.

감성을 담아낸 공간이 매력적인 이유

일상에 제약이 많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임에도 서촌이 주목받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곳곳에 자리 잡은 미술관과 갤러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수형이 아름다운 백송이 있던 터이자,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건축물 ‘그라운드시소’에서 4월까지 만날 수 있는 <요시고 사진전:따뜻한 휴일의 기록> 덕분에 많은 이가 서촌을 다시 찾고 있다. 작가 이상의 작품집을 접할 수 있는 ‘이상의집’이나 박노수 화백의 작품과 예술품을 아름다운 가옥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박노수미술관’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