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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찾은 토박이말

인터뷰 · 탐방 · 서울 옛 이름

거리에서 찾은 토박이말
2021.12

서울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토박이말 지명의 흔적은 동네 이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길을 일컫는 거리에서도 토박이말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도 이름을 활용해 동네의 특색을 지켜나가는 곳에서는 순우리말의 건재함마저 느껴진다.
이달에는 토박이말로 남아 있는 서울의 거리 속으로 향한다.

말죽거리

서초구 양재동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역사거리 일대를 가리키는 말죽거리는 그 유래에 말(馬)과 관련한 다양한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말죽을 쑤어 먹인 장소라는 뜻과 관련이 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말을 올려 보낼 때 이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말을 관리했다는 것. 반대로 서울에서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역시 이곳 근처 주막에서 여장을 풀고, 자신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이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재도 양재역이라는 명칭이 지하철 3호선의 역명으로 쓰이지만, 양재역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역참 이름으로 불려왔다. 역참은 말을 키우면서 공무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말과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다. 이러한 배경이 말죽거리로 불리게 된 가장 유력한 이유로 꼽힌다.

+ 이야기 하나 더
인조 2년인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남쪽으로 향할 때 일이다. 양재역을 지나던 인조가 기갈을 느끼자 유생들이 급히 팥죽을 쑤어 임금에게 바쳤다고 한다. 말 위에서 죽을 먹고 기갈을 해결한 인조가 무사히 여정을 이어가자, ‘임금님이 말 위에서 죽을 드셨다’ 하여 말죽이라는 이름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양재역사거리 부근이나 말죽거리공원 등에는 말과 관련한 이미지를 응용해 토박이말 지명의 정체성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떡전거리

동대문구 청량리동

도로명주소로 왕산로와 제기로 그리고 전농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의 이름이 ‘떡전교사거리’다. 과거 ‘떡전교’로 불리던 다리 터가 자리한 곳이라 이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떡전교는 동대문구 간선도로망 확충과 중앙선 복선화에 맞춰 지난 2004년 철거되었다. 떡전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고가차도 옆에 세운 기념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시대 때 충청도와 강원도, 경기도 등 각지에서 한양(서울)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은 인지문(동대문)을 앞두고 이 일대에서 쉬어 갔다고 한다. 먼 길을 이동하며 배고픔을 느끼던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자, 이들을 대상으로 떡을 파는 전(상점)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떡 가게가 점점 더 모이며 자리를 잡게 되자 사람들은 이곳을 떡전거리 또는 떡점거리, 한자로는 병점리(餠店里) 등으로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 이야기 하나 더
떡전다리 준공 기념비를 살펴보면 흥인지문을 앞두고 사람들이 이 일대에서 쉬어 간 이유로 ‘청량한 그늘’이 언급된다. 인근에 청량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이 위치가 수목이 울창한 숲과 맑은 샘물이 흐르는 곳이어서 늘 청량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라고. 현재의 지명이기도 한 ‘청량리’라는 이름은 ‘청량사가 있는 터’라는 뜻이다.

제민주 사진 이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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