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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로 떠나는 해외여행

인터뷰 · 탐방 ·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한 끼 식사로 떠나는 해외여행
2021.12

동대문에서 만나는 에베레스트

서울엔 외국인 거리가 꽤 있다. 아마도 서소문과 소공동이 최초일 것이다. 임오군란 이후 중국인이 조선 화교로 정착한 지역이다. 이후에는 이태원, 중국과 수교한 이후에는 중국 동포가 많이 몰려오면서 가리봉동이 집단 거주지역으로 변했다. 어쩌면 고려 시대에 이미 외국인 거리가 생겼을 것이다. 무역을 하던 개성의 벽란도가 아니었을까? 그 후에는 서역의 북방 민족이 조선에 들어왔고, 이들이 종사하는 도살업이 전문 직종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이 몰려 살던 한양의 동네가 지금의 혜화동 근처 ‘반촌’이라는 설도 있다.

동대문 지역도 어느새 외국인 거주 지역이 되었다. 네팔과 중앙아시아, 몽골 거리가 생겨나면서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다. 그중 네팔 거리는 창신동을 배경으로 한다. 사담인데, 요절한 가수 김광석의 과거를 취재하던 중 그가 결혼 전 살던 본가가 창신동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의 집을 직접 찾아가보기도 했는데, 지붕이 낮은 전형적인 서민 가옥인 걸로 기억한다. 그의 음악 서사에 서민적 삶의 기운이 스며 있는 것은 아마도 그의 서울살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 집을 일부러 찾아가는 팬들도 있고, 영화 <건축학개론>을 찍은 현장을 찾는 이도 많다.

창신동은 네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와 생활한 최초의 서울 동네로 알려져 있다. 봉제 공장이 밀집한 곳인데, 세가 싸고 일할 공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정 민족이 모이면 당연히 고향 음식을 파는 식당이 생기기 마련이다. 창신동은 2000년대 초부터 네팔인이 살기 시작했다. 네팔인은 한국과 일본에 많이 거주한다. 우리가 히말라야 등정이나 트레킹 등으로 현지에서 만나는 민족들­이를 테면 세르파도 히말라야의 고유 종족이다­이대체로 한국과 비슷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인데, 네팔 전체로 보면 20%가 안 되는 소수민족이라 할 수 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 달래줄 고향 음식 앞으로

창신동 네팔음식거리는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2번과 3번 출구부터 시작해 창신골목시장 진입로에서 만날 수 있다. 거리에서 네팔인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며, 외국인을 위한 휴대폰 개통점, 환전소 등이 몰려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런 동네는 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다. 디아스포라(Diaspora) 같은 느낌. 그런 기운이 풍기는 곳에는 이국음식이 맛있게 마련이다. 벌써 카레 냄새가 풍겨오고, 난 굽는 향이 나는 것 같다.

일과 중에는 보통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네팔인을 보기 힘들다. 그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나 주말로, 그때나 되어야 ‘네팔타운’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주업 중 하나가 식당이다. 네팔은 상당수의 인구가 인도와 같은 인종이며, 종교도 힌두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불교 8%, 이슬람교 4%). 불교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뜻밖에도 힌두교 신자가 대다수다. 어쨌든 네팔인은 국제적 명성을 이미 얻은 인도 음식을 기본으로 판다. 창신동 네팔음식거리도 마찬가지다. 이 거리의 터줏대감인 ‘에베레스트 레스토랑’의 매니저 로선 씨 말을 들어보자.

“인도 음식이 많아요. 이 집은 20년 된 가게입니다.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인도 음식은 거의 다 팝니다. 물론 네팔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또 손님 중에도 네팔 사람이 있기때문에 당연히 다양한 네팔 전통 음식을 팝니다.” 달바트라고 부르는 일종의 네팔 백반과 툭파라고 부르는 네팔식 국밥이 대표적 네팔 음식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 분들은 굉장히 잘 아는 메뉴일 것이다. 달바트 한 상을 받았다. 녹두죽 소스를 밥에 비벼 먹는다. 매콤한 양념의 감자조림도 반찬으로 곁들인다.

한국인이 주력 손님인 가게라 육류를 이용한 카레가 많이 나간다. 양고기와 닭고기가 메인이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많은 네팔과 인도의 성격에 맞게 채식 메뉴도 많아서 베지테리언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네팔과 인도의 로컬 디저트, 거기에 네팔 맥주도 한잔 마신다. 상당히 품질이 좋은데, 소량 수입하는 맥주라 상당히 비싼 편이라 는 게 아쉽다. 난을 죽죽 손으로 찢어 카레를 안주 삼아 맥주를 두어 잔 비웠다.

네팔의 가정식이라 할 수 있는 달바트와 카레 한 상.

“네팔 음식은 향신료도 크게 거부감이 없고,
채소를 튀기거나 볶는 메뉴가 많은 데다 매콤해서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에요.”

취향껏 섞어도 맛있는 비빔밥 같은 국제 골목

창신골목시장은 좁은 길에 싸고 싱싱한 농수산물과 축산물 가게가 가득하다. 네팔 분위기를 느끼려면 아무래도 주말이 좋다. 이때는 골목시장의 풍정을 느끼기 위해 서울 사람이 많이 온다. TV에 나오기 전에도 유명했던 매운 족발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수더분한 가게가 가득하다. 막걸리를 한잔하기 좋고, 물건값이 저렴해서 장 보기도 아주 좋다. 좁은 골목을 탐사하다 보면 유독 작은 섬유가공 가게가 많다. 이른바 ‘마치코바’라고 부르던 패션 임가공 가게다. 네팔인이 많이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공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고, 가게라고 하기엔 공장 같은 곳. ‘마도매(섬유가공업의 속칭)’, ‘돗도’, ‘아일렛’ 등 알쏭달쏭한 글자를 내건 공장형 가게다. 이런 가게의 기술자(대개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가 많다. 청계천 봉제 신화를 만든 세대인 이분들은 밥을 대놓고 먹는 데, 당연히 싸고 맛있는 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까운 광희동 일대는 중앙아시아, 몽골을 비롯한 우즈베키스탄 골목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위축되었다. 어쨌든 동대문은 묘한 다국적 도시 지구가 되었다. 물론 그곳에는 외국 음식이 있고, 그들의 삶을 슬쩍 들여다 볼 수 있다. 서울은 국제도시라는 걸 실감한다.

취재하고 며칠 후 다시 이 동네를 찾았다. 가면 갈수록 더 정이 붙는 특별한 곳이다. 이번에는 소머리 수육을 먹었다. 후한 인심. 서울은 살아 있다. 창신동 동네 골목에 특히 홍어 전문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지방 이주민이 몰려오던 1970년대부터 이미 이 동네는 호남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홍어 맛도 볼 수 있으리라.

네팔 전통 방식으로 밀가루빵인 난을 굽고 있다.

네팔 음식점 ‘에베레스트 레스토랑’ 직원과 함께한 박찬일 셰프.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알면 더 맛있는 미식 여행

네팔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달바트 (Dal Bhat)

납작한 네팔 콩으로 만든 수프인 달(Dal)과 밥을 한 접시에 담아낸다.
반찬으로 카레나 채소 타르카리를 곁들인다.

툭파 (Thukpa)

우리의 국밥이나 해장국처럼 히말라야의 추위를 녹여주는 네팔의 국수 요리.
저마다의 레시피로 얼큰하거나 개운한 토마토탕 맛도 느껴진다.

파코라 (Pakora)

채소나 치즈 등을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반죽에 섞어 작은 덩어리로 만든 뒤 튀겨낸 음식.
찍어 먹는 소스에 따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메뉴.

차나 마살라 (Chana Masala)

네팔 콩과 향신료를 넣어 만든 매콤한 맛의 카레로,
탄두리 화덕에서 구워낸 난이나 길쭉한 인도 쌀밥과 함께 먹는다.

쿨차 (Kulcha)

밀가루 반죽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 뒤 화덕에서 구워내는 빵으로,
빵 안에 다양한 견과류를 넣고 요구르트 소스에 찍어 먹는다.

도히 (Dohi)

음료 ‘라시’의 원재료이기도 한 도히는 네팔 가정에서 우유로 직접 만드는 요구르트로,
가벼운 느낌의 떠먹는 디저트다.

펜넬 시드 (Fennel Seed)

입안에 남아 있는 향신료의 뒷맛을 지우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회향씨와
얼음 설탕으로 네팔 미식 여행을 마무리해보자.

※ 식당 방문 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이용하세요.

박찬일 취재 김지영 사진 박충렬, 양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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