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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기획 · 서울 트렌드
<오징어 게임>이 소환한 추억의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2021.11

넷플릭스 웹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 놀이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SNS 게시물엔 달고나와 딱지치기가 등장하고, 술래가 외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려 퍼지는 지금,
사람들은 어릴 적 저마다 즐기던 추억의 게임을 소환하고 있다.

그리운 시절 추억 찾아 다시 시장을 찾는 사람들

‘동묘 앞 완구거리’로 더 잘 알려진 창신동문구완구시장.

코로나19로 인적이 뜸하던 시장이 요즘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며 붐비기 시작했다. 초대박을 터뜨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다. 게임은 끝났지만 여운은 길다. 사람들이 모이는 상점에는 여지없이 초록색 추리닝과 달고나, 구슬, 딱지 같은 아이템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20여 년간 문구점을 운영한 박창식 씨는 “구슬, 딱지 등 컴퓨터게임에 밀려 오랫동안 외면받은 놀이가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남매 준희와 재희는 엄마를 졸라 기어이 오징어 게임 도형이 그려진 딱지를 산 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 속 딱지치기를 재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컴퓨터게임을 하거나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 대신 아빠와 동생이랑 놀이터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해요.” 동생의 딱지를 뒤집는 데 성공한 준희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한다.

태국에서 온 니우 씨는 초록색 추리닝을 구입해 입고 한국인 친구 이민정 씨와 추억의 놀이 탐색에 나섰다.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든 그의 눈에 포착된 구슬과 딱총, 공깃돌, 딱지 등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다. “<오징어 게임> 속 아이템을 파는 문구 시장이 있다길래 꼭 한번 구경하고 싶었어요. 직접 와서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네요.”

명동 중앙로, 인사동 쌈지길 입구나 혜화역 2번 출구는 ‘달고나 성지’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인증 샷을 찍기 위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시민이 많다. 기존의 해·별·달 모양 외에도 <오징어 게임> 속 이정재를 당황하게 한 우산 모양 달고나까지 등장했다. 달고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다 보니 그 옆 군밤 리어카나 떡집까지 덩달아 호황이다.

패션 중심의 레트로와 또 다른 추억의 게임 열풍

가을색이 완연한 북촌의 공터. 대여섯 명의 아이가 깨금발로 아름드리 나무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간다. 나무에 이마를 대고 뒤돌아선 술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다. 술래의 눈을 피해야 하는 아이들이나 술래인 아이나 즐겁기는 매한가지다. 신지혜 씨도 스마트폰 모바일게임이 아닌 추억의 놀이에 심취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오래전 우리가 즐기던 놀이를 우리 아이들이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어요. 단절된 것 같았던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전 세계가 열광하는 드라마 시리즈가 된 <오징어 게임>덕분에 뉴욕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딱지치기를 하고, 파리 시민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한다는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이처럼 그동안 잊고 살던 복고 놀이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최근 30~40대의 대화 주제로 어린 시절 즐겨 하던 놀이가 떠오르며, 그들은 오징어 게임과 함께 골목길 놀이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던 팔방놀이나 사방치기, 와리가리뿐 아니라 공기놀이에 깃든 추억을 나누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나온 구슬치기 역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른들에겐 후미진 골목에서 구슬을 벽에 튕기거나 땅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 추억이 남아 있다. <오징어 게임> 속 ‘기훈’이 유독 자신감을 보인 종목인 딱지치기도 다시 유행이다. 달력을 뜯어 몰래 딱지를 만들다가 부모님께 혼이 나기도 했던 기억, 아직 10월인데 집 안 달력은 12월 한 장만 남아 계절을 일찌 감치 앞서가야 했던 기억이 추억의 놀이 속에서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드라마 속 여기 어디? 서울에서 찾은 <오징어 게임>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해 촬영 장소를 탐험하는 강재언 씨(인스타그램@eon2_K)가 찾은 서울 속 장면을 소개한다.

① “선생님, 저랑 게임 한번 하시겠습니까?”

<오징어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게임인 딱지치기 장면은 ‘양재시민의숲역’에서 촬영했다.

② 아빠가 생일 선물 사서 갈게

주인공 ‘지훈’에게 운수 좋은 날이었던 경마장 장면은 ‘상봉터미널’에서 촬영했다.

③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은 중단된다

투표로 게임이 중단되고,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들은 ‘남산 산책로’에서 헤어진다.

④ 깐부 사이에는 네 거 내 거가 없는 거야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함께 게임을 하던 주인공들이 만난 장소는 ‘쌍문동’이다.

올림픽공원, 혜화동에서 마주하는 골목 놀이의 추억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폭발적인 가운데 최근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술래 인형이 등장했다. 약 3개월간 전시할 예정인 4m 높이의 이 모형은 움직임이 없으며, 옆에 설치한 스피커에서는 <오징어 게임> OST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음성이 반복된다. 오래전 교과서에서나 보던 영희 모형 앞에서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일상에서도 <오징어 게임> 속 추리닝을 복제한 ‘오징어룩’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눈에 띄기를 좋아하는 패셔니스타들의 출근복으로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전의 레트로 열풍이 힙합 바지와 청재킷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X세대에서 불었다면,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시작된 레트로 무드는 그보다 더 어린 유년 시절로 돌아가 골목길에 깃든 추억을 더듬고 있다.

현대인에게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함께했던 골목길의 추억은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서 기억의 맨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희미해진,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해묵은 ‘옛것’을 더없이 신선한 ‘새것’으로 부활시킨 매개가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엄마가 주신 100원짜리 동전을 꼭 쥐고 달려가 달고나를 사 먹었던 어른들이 가장 먼저 추억 놀이에 반응하며 어린 시절 놀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아이들이 딱지치기나 오징어 게임 같은 원시적 놀이에 빠져 해 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어른들이 경험했던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가 걱정 없었던 ‘과거’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돈의문박물관마을, 인사동과 혜화동, 창신동과 천호동의 문구완구거리는 아련한 추억과 과거의 낭만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의 이야기였지만, 현실에서는 놀이를 통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단순한 놀이를 배경으로 언어가 다른 이들에게도 한국에 대한 흥미를 더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고 있다.

과거 탐험 한번 해보실래요? 서울의 숨은 명소

남산골한옥마을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한국 전통 놀이와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는 ‘남산골 전래놀이’를 운영한다. 원래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줄다리기 체험도 운영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즐길 수 없다. 대신 ‘날아라 예쁜 고무신’, ‘전통 팽이’, ‘윷놀이’ 등 다양한 전래 놀이를 마련했다. 6세 이상이면 체험할 수 있다.

위치 중구 퇴계로34길 28
문의 02-2261-0517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돈의문’. 돈의문 옛터에 들어선 박물관마을은 추억 따라 감성 따라 여행하기에 좋다. 특히 마을 아래쪽으로 난 좁은 골목에 조성한 ‘6080 감성공간’에는 돈의문 콤퓨타게임장부터 새문안 만화방, 새문안 극장, 서대문 사진관, 삼거리 이용원까지 사라져간 추억의 장소가 가득하다.

위치 종로구 송월길 14-3
문의 02-739-6994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에는 옛 거리, 추억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입구의 돌탑, 장승, 솟대부터 아련한 기억 속 시골 마을을 소환하는 추억의 거리는 1970~1980년대 거리를 재현했다. 만화방, 사진관, 연쇄점 등은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위치 종로구 삼청로 37
문의 02-3704-3114

SNS 속 <오징어 게임>의 뜨거운 인기

@lemonv33

한동안 푹 빠져서 본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마니아라 참지 못하고 레고를 사버렸다!

@_army_with_luv

이태원역에서 만난 영희 모형
레드 라이트와 그린 라이트, 난 대체 어느 쪽?

@no_jamae05021105

우산 대신 하트로 시도해본 달고나.
아슬아슬 하게 성공! 달고나 키트 참 좋아요.

임지영 사진 양성모, 김연제 자료 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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