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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재발견, 필카 시대

아날로그의 재발견, 필카 시대>
2021.08

문화

서울 트렌드

아날로그의 재발견, 필카 시대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필름 카메라는 늘 아버지와 함께했던 애장품이다. 또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엄마가 필름 카메라로 찍어준 어색한 표정의 첫 입학 기념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기억과 추억 사이,
약간의 향수를 머금고 필름 카메라가 부활했다. 그것도 무려 MZ세대에서 말이다.

지나간 유행이 아닌, 새로운 즐거움

서울 연남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연남필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필름 카메라와 추억의 필름이 진열된 이곳에는 요즘 필름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빠르고 정확한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MZ세대는 왜 느리고 흐리고 답답하기까지 한 아날로그 카메라에 심취하게 된 걸까.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은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는 필름을 사서 끼우고 한 컷 한 컷 심혈을 기울여 찍은 다음 그걸 현상하는 과정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류성주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여름 뉴트로 열풍을 타고 불어온 아날로그 열풍으로 필름 카메라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고객이 차츰 늘더니 올해는 작년의 2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연남동과 연희동 주택가에 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엘리카메라’도 필름 카메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메카다. 1800~1900년대 독일과 영국, 미국에서 제작된 진귀한 필름 카메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매장은 전시만 할 뿐이고 판매는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강혜원 대표는 “쉽게 지우는 디지털카메라 사진에 비해 필름 사진은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며, “사진을 찍는 것도 독특한 경험이지만 그 사진을 간직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고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설명한다.

필름 카메라의 감성으로 채워지는 서울

시간이 멈춘 듯한 을지로 골목과 경인선 옛 철도길, tvN드라마 <빈센조>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세운상가에서도 필름 카메라를 든 MZ세대의 ‘출사’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손때 묻은 롤라이나 펜탁스, 브라운 카메라를 목에 건 채 허름한 골목과 철길을 헤집고 다니는 이들에게 필름 카메라의 렌즈는 이미 오래전 이들의 일상에서 단절된 과거의 것들을 만나는 창구다. 세운상가 3층에서 전신주에 걸린 노을을 찍던 이도연 씨는 “내게 말을 거는 장면을 포착해 셔터를 누르는 재미가 있다”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이유를 말한다. 디지털 화면으로 보고 버튼을 클릭해 가장 잘 나온 컷을 한 장 고르는 대신 걸음 하나, 시선 하나, 호흡 하나를 신중히 해 최고의 순간을 선택한다. 그리고 셔터를 눌러 그 순간의 모든 흔적을 남긴다.

필름 카메라, 서울에서 찍고 사고 즐기고!

제일카메라수리센타

필름·각종 전자 카메라·수동 카메라·플래시·디지털카메라 등을 만날 수 있고, 수리도 할 수 있는 곳. 인의동 세운스퀘어 안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거치면 소중한 필름 카메라의 수명을 오래오래 연장할 수 있다.

엘리카메라

연남점과 연희점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 제작·판매되던 필름 카메라를 주로 취급하며, 구입과 대여는 물론 현상도 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 입문자를 위한 클래스도 수시로 운영하니 홈페이지를 확인해볼 것.

연남필름

1980년대 신디 로퍼나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무지갯빛 아크릴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곳. 인화와현상을 위해 주로 찾는 곳이지만 필름 카메라 구입도 가능하다. 합리적인 가격은 가성비를 따지는 MZ세대를 사로잡는다.

당근카메라

남대문 카메라 거리를 대표하는 카메라 매장. 카페를 연상시키는 아늑한 인테리어에 다양한 필름 카메라와 관련 소품을 갖추고 있다. 필름 카메라 문외한에게는 ‘카메라통’인사장님이 친절하게 설명도 곁들여준다.

#1 일삼오-삼육 이진혁 대표에게 듣는 ‘일회용 카메라 즐기는 법’

1. 촬영의 기본 3요소는 촬영 전 숙지 필수
조리개 값, 셔터속도, 감도(ISO)에 대해서는 미리 숙지해두세요.
2. 손가락이 렌즈를 가리고 있지 않은지 항상 확인하세요
뷰파인더에 손가락이 보이지 않더라도 인화된 사진에 나올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세요.
3. 다 찍은 일회용 카메라는 그대로 현상소에!
일회용 카메라를 다 찍으면 분해할 필요 없이 그대로 현상소에 맡기면 됩니다.

“처음에는 ‘굳이 일회용 카메라에 대한 설명서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직접 현상소를 운영하다 보니 점차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디지털 세대의 첫 필름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도록, 필름 사진에 더더욱 정을 붙일 수 있도록 일회용 카메라와 일회용 카메라 생활 안내서가 함께 든 키트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 신혜림 사진작가에게 듣는 ‘감성 사진 찍기 꿀팁’

1. 사진은 일상의 기록
지나치기 쉬운 흔한 사물, 일상의 소소한 순간도 얼마든지 멋진 기록이 될 수 있답니다. 일상 속 작은 여유를 기록해보세요.
2. 빛이 좋은 순간을 포착하세요
필름 사진은 조명이나 보정 등 인공적 요소에 기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채광이 좋은 순간을 포착하는 게 좋아요.
3. 기다림은 필름 사진의 미덕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수십 장을 찍고 지울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땐 인공적으로 빛을 만들어내기보다 기다려서라도 가장 완벽한 빛을 포착해야 해요. 필름 사진은 데이터가 아니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그 결과는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바로 그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것이 매력입니다.”

#3 필름 카메라 마니아들이 담은 서울, #WELOVESEOUL

@feel_lim05

키 작은 건물, 구닥다리 간판, 골목에 주차된 흔한 차의 개성 있는 조화가 마음에 들어 현상소 가는 길에 신사동에서 찍은 사진.


@fall_in_filca

여름이라는 계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N서울타워. 녹사평역을 지나다 가슴에 스며드는 풍경에 오랜만에 미놀타 카메라를 들었다.


@staris_d

일을 마치고 들른 마포구 노고산동의 한 카페. 조명은주변을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도 한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기 좋은 서울의 ‘필카발’ 대박 장소

세운상가 3층

얼핏 ‘핫 플레이스’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세운상가.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순간 건물 아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빈센조>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필름 카메라 마니아라면 꼭 한번 기념사진을 남겨야 할 만큼 완벽한 레트로 무드를 자랑한다. 1920~1930년대 경성 분위기의 카페, 문구점, 분식집, 철물점, 아트 숍 등이 남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종로 익선동

40~50년째 변치 않는 정겨운 골목과 오래된 한옥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매력을 풍기는 곳.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서울의 명소로, 필름 카메라로 서울의 숨은 매력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날렵하게 뻗은 한옥 처마 아래 서양식 카페가 들어선 이색적인 풍경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이다.

※ 코로나19 상황에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지금, 기사에 소개된 장소의 방문은 잠시 미루고 랜선으로 즐겨보세요.

임지영 사진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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