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바로가기 본문영역 바로가기 하단영역 바로가기

서울에서 만끽하는 빨간 맛

인터뷰 · 탐방 ·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서울에서 만끽하는 빨간 맛
2021.07

지하철 타고 가는 중국 미식 여행

자양4동, 도로명주소로는 동일로 18길. 하지만 대중은 이렇게 부른다. ‘건대앞 양꼬치거리’, ‘리틀 차이나’. ‘신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한국은 차이나타운이 거의 없는 나라다. 서울의 경우 주한 중국대사관과 한국한성화교소학교가 있는 명동을 중심으로 차이나타운이 있었으나 세가 기울었다. 이른바 구화교의 동네였다. 중국과 수교 후 1990년대 들어 형성되기 시작한 집단 지구다. 나라에서 구획을 지어준 것도 아니다. 자연스레 모이고 흩어지다가 특정 장소로 밀집됐다. 자양동 중국음식골목의 정식 명칭인 ‘(광진구) 중국음식문화거리’는 서울의 몇몇 차이나타운 중 가장 젊고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이제는 신화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남쪽으로 걷다 꺾어지면 700~800m에 이르는 길이 온통 중국의 색채를 띤다. 한국이지만 한국인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다. 광진구는 그동안 특색 있는 골목을 지원하고, 융성시켰다. 건대앞에는 인근의 젊은이들이 몰리는 맛의 거리를 위시해 개성 강한 타운이 형성되었다. ‘싸고, 맛있고, 즐거운 동네’가 모토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도 언제든 환영한다.

“2001년에 처음 이 동네에 왔어요. (중국) 동포들이 자연스레 모였죠. 당시 양꼬치가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었고, 동포들이 그걸 좋아하거든요. 애 아빠랑 같이 시작했어요. 테이블 4개짜리 작은 가게를요.” 이 동네에 처음 양꼬치 가게를 연 ‘경성양육관’ 박길자 사장의 말이다. 월세를 물어보니 50만원짜리였다며 웃는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그는 동네에 새 양꼬치집이 들어설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거래처를 나누고, 동네를 일궜다. 양꼬치는 싼 가격과 구워 먹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중국에서 인기를 구가했는데, 한국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무렵 가리봉동에서 양꼬치를 처음 먹어봤는데, 한국인이 들어오면 가게 안의 모든 손님이 쳐다보던 장면이 기억난다. 양꼬치 양념은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있어 인터넷에서도 팔린다. ‘쯔란’이라고 부르는 허브의 씨앗과 통깨·들깨·고춧가루·설탕·조미료 등을 배합해 양념을 만드는데, 사서 쓰는 집도 있고 직접 만들어 쓰는 집도 있다.

사람과 음식이 모여 문화가 생긴 골목

원래 양꼬치는 중국 동쪽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음식이다. 양고기를 즐겨 먹는 그들의 민족음식이 자연스레 중국 전역에 퍼졌다. 동포가 많이 사는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에도 양꼬치 메뉴가 외식의 대세가 됐다. 그 문화를 한국으로 가져온 것이 동포들인데, 처음에는 가리봉동이 시초였고 대림동 등으로 확장하다 건대 앞에서 꽃피었다.

“남편이 인근의 모든 동네에 스티커를 붙이고 홍보를 했어요. 초반에 고생을 많이 했죠. 처음엔 동포들 대상의 밥집이었지만, 점차 한국인 손님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여행을 추억하는 사람들부터 새롭게 유행하는 매운맛의 마라탕이나 훠궈가 이 골목에 사람들을 불러 들였습니다.” 건대입구역은 1980년 지하철 2호선 화양역이란 이름으로 개통했다. 지하철이 생기면서 서울 동부 지역의 뜨거운 장소로 성장했고, 시민들의 입말에서 ‘건대앞’이라는 말이 고정되면서 건대입구역으로 개칭되었다. 지하철 7호선이 연결되어 환승역이 되면서 볼륨이 더 커졌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세종대학교 가는 길과 양꼬치 거리 가는 길 등도 기세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일대가 신화교 집단 지구이기도 하다. 원래 성수동 일대 공장에서 일하던 동포들, 강남 일대로 출퇴근하는 동포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강남의 소비 지역은 더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건대입구역 인근이면 전철로 10~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어 거주지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광진구와 성동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 유학 온 중국인 학생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골목의 볼륨이 커졌다. 양꼬치거리지만 각종 편의 시설과 중국 동포들의 취향에 맞는 중국 상점이 속속 개업하면서 성장했다. 휴대폰 가게와 중국 식료품 가게, 여행사, 비자 관련 대행 업소 등도 들어서면서 요지로 부상했다.

“양꼬치는 싼 가격과 직접 구워 먹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유행하게 되었는데,
집집마다 차별화된 쯔란 양념과 양고기의 손질 숙련도에 따라 맛집으로 입소문을 탄다.”

양꼬치와 마라로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다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마라탕을 서울에서 제일 중국답게 하는 가게가 이곳에 있어요. 학교 유학생 친구들이 제일 좋아해요. 양꼬치와 훠궈의 경우 식사는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없고, 만두나 파오쯔(교자), 꽈배기와 콩물도 이 동네에서 다 먹을 수 있어요. 중국인이 즐겨 먹는 간식거리들이지요”라며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골목을 한 바퀴 돌면 온갖 중국식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동북3성의 동포 관련 음식뿐 아니라 전형적인 중국의 보편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름에 지진 센빙(호떡의 일종으로 달지 않아 식사로 먹는 간편식) 가게도 많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주춤했지만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물론 이 골목의 강력한 힘은 내국인의 소비력이다. 박길자 사장은 “우리 가게의 경우 95%가 한국인 손님”이라고 말한다. 매화반점, 송화양꼬치 등 인접한 인기 중식당도 한국인 손님이 태반을 차지한다. 우리의 미식 다양성이 이 골목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 골목의 터줏대감 중에는 중국식 면 요리를 파는 집도 있다. 한국은 산둥성 출신 화교를 통해 일찌감치 수타면(원래 이름은 라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음식이다. 직접 손으로 면을 뽑는다. 단, 소스나 국물, 향신료는 전형적인 중국식이어서 스타일이 다르다. 간장과 향신료를 많이 쓰는 ‘란저우’식이라고 할 수 있다. 란저우는 중국 간쑤성의 도시인데, 수타면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중국 산시성에서 크게 인기 있는 도삭면 (刀削麵)을 파는 식당도 최근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중국보다 더 중국 같은 골목, 자양동 중국음식골목을 부르는 또 다른 별칭이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면서 ‘다양성’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포용은 더 큰 곳으로 가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까지도.

양꼬치거리의 원조 ‘경성양육관’ 박길자 사장과 박찬일 작가.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당신을 위한 먹킷 리스트

건대앞 중국음식골목 3대 천왕

복만루

#훠궈무한리필 #신선함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는 매콤한 홍탕과 깔끔한 백탕을 기본으로 복만루 특유의 새콤달콤한 토마토탕을 선택할 수 있다. 사골과 각종 한약재를 넣어 우려낸 육수와 취향에 따라 각종 채소와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신선하게 무한 리필로 제공해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훠궈 무한 리필의 원조답게 7월부터는 막창과 갈빗살 등 육류 무한 리필을 새롭게 추가해 1인당 1만8000원에 제공한다.

  • 메뉴 훠궈·구이 무한 리필
  • 주소 광진구 동일로18길 43
  • 시간 낮 12시~오후 10시
  • 전화 02-467-9645

송화산시도삭면

#칭기즈칸의후예 #산시성출신

건대앞 양꼬치거리의 중심에서 파생된 골목 안에 위치해 있지만, SNS에서의 인기만큼은 가장 뜨거운 곳이다. 칼국수와 수제비의 장점과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도삭면은 주문 즉시 현란한 칼질로 만들어낸다. 마라 향 가득한 국물과 만난 면 요리인 도삭면과 가지튀김, 육즙이 풍부한 다양한 종류의 딤섬으로 중국 미식 여행을 즐겨보자.

  • 메뉴 도삭면, 쇼마이딤섬
  • 주소 광진구 뚝섬로27길 48
  •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휴식 시간 오후 4시~5시)
  • 전화 02-6052-7826

경성양육관

#이구역의원조 #잡내없는풍미

중국 신장 지역에서 시작해 중국의 대표적 먹거리가 된 양꼬치는 양고기의 손질부터 찍어 먹는 쯔란 소스까지 준비 과정에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건대앞 양꼬치거리에서 제일 처음 양꼬치를 선보인 곳으로, 늘 단골 고객들로 북적인다. 감자전분 특유의 찰진 식감과 톡 쏘는 새콤달콤한 소스가 군침 돌게 만드는 탕수육 궈바오러우도 강력 추천.

  • 메뉴 양꼬치, 궈바오러우
  • 주소 광진구 동일로18길 52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 전화 02-467-6880

중국 거리 간식 열전

동일로18길과 연결되는 아차산로30길 양쪽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튀긴 빵이 가득한 매장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국민 아침 메뉴인 튀긴 빵 유타오와 따뜻한 두유 그리고 다양한 꽈배기와 전병은 가격도 1000원에서 3000원 사이로 부담 없다.

중경소면관

  • 주소 광진구 아차산로30길 42
  • 전화 02-462-7712

식당 방문 시 마스크 착용과 출입자 명단 기입,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잊지 마세요.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양우승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