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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생활 기록 보고서 ‘혼자서도 잘 산다’

1인 가구 생활 기록 보고서 ‘혼자서도 잘 산다’>
2021.06

문화

서울 트렌드

1인 가구 생활 기록 보고서 ‘혼자서도 잘 산다’

기존의 공동체 생활 방식을 거부하고 혼자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싱글(Single)’과 ‘솔로(Solo)’의 이니셜 ‘S’와 ‘세대’가 결합한 새로운 용어 ‘S세대’가
대두하고 있는 것.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것이 즐겁다는 S세대의 삶을 들여다봤다.

모던한 분위기에 빈티지한 감성을 더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차민오 씨의 옥탑방.

혼자 자신을 재발견하며 더욱 온전해지는 ‘나혼산족’

영상 촬영 일을 하는 차민오 씨는 퇴근길을 손꼽아 기다린다. 숨을 고르며 구절양장 같은 경리단길 언덕을 오른후 계단을 4개나 더 올라야 하지만, 그 끝에는 그의 ‘스위트 홈’인 옥탑방이 기다리고 있어 집으로 가는 여정이 즐겁기만 하다. “영상 촬영이란 게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일이거든요. 편집하느라 밤을 새는 경우도 많고요. 처음에는 가족에게 지장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독립했는데, 지금은 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어요.” 고시원 같은 허름한 옥탑방이었지만, 남산과 N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에 반해 지금의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는 모던한 분위기에 빈티지한 감성을 담은 집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3평 남짓한 야외 공간. 이곳에서 그는 책도 읽고, 디제잉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한다. “혼자의 삶이 외롭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혼자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보다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거든요.”

차민오 씨는 야외 공간에서 친구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하며 혼자의 삶을 즐긴다.

연남동에 사는 박여민 씨도 ‘혼산’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이다. 독립한 지 1년 남짓 된 그는 혼자 살면서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 살 때는 도저히 알 수 없던 제 취향을 혼자 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어요. 매일 새로운 저를 발견하는 느낌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해요.” 독립하기 전에는 가족과 함께 TV를 보거나 낮잠을 자며 무의미하게 보냈던 주말을 독립한 후에는 홈 트레이닝과 화분 가꾸기, 요리, 향초 만들기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즐겁게 보내고 있다.

원하는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혼자의 삶을 즐기는 지향미 씨.

직장은 서울에, 집은 시골에 두는 나 홀로! ‘쩜오족’도 대세

인구 자체는 감소세지만 서울의 1인 가구는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일과 쉼을 구분해 집은 근교에 얻고 직장은 서울에 두거나, 반대로 집은 서울에 있고 직장은 교외에 있는 ‘쩜오족’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일상의 2분의 1만 보내는 이들에게 서울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활력을 얻는 도시다. 크리에이터로 일하며 오랫동안 강남을 삶의 기반으로 삼아온 지향미 씨는 몇 달 전 건강상의 이유로 양평으로 이사했다. 때론 익숙한 것에 거리 두기가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는 법이다. 집과 직장을 완전히 분리하자 서울이 새로운 도시로 다가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한 서울 독립생활은 장점이 많았지만, 한 가지 큰 단점은 매년 높아지는 주거 임대료 걱정이었어요.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컸죠. 그래서 양평과 서울의 쩜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흥 많은’ 제주도살이를 공개한 배우 곽도원 씨도 ‘쩜오’ 라이프 찬양자다. 서울 광진구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인 그는 요즘 한 발은 제주도에, 한 발은 서울에 걸치고 사는 ‘쩜오’ 생활자다. 바쁜 스케줄에도 활기를 잃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적극 찾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덕분이라고. 농담 삼아 “난 어쩔 수 없이 혼자 산다”고 투덜대지만, 알고 보면 요리 장인에 취미 부자, 인맥 부자라 외로움을 느낄 틈조차 없는 ‘프로혼살러’다. 일상의 반복이 지속되다 보면 지루 과 무기력함을 느끼기 쉽다. 지향미 씨는 자신이 원하는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주어진 일상을 적극 누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혼자의 삶이 불완전한 대신 온전해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지향미

크리에이터

“ 혼자라도 기쁨이 배가되는 건 분명해요.”

지금껏 어려운 일은 혼자서도 잘해냈어요. 둘, 셋이 산다고 외로움이 덜어지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면 비록 혼자라도 기쁨이 배가되는 건 분명해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과 함께 지내는 반려묘들과의 휴식은 나 혼자 사는 즐거움이니까요.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제주도살이를 공개한 배우 곽도원 씨와 초보 ‘독리버’들이 서툴지만 점점 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공감을 얻고 있다.

독리버들의 ‘찐’ 혼산을 위한 프로그램과 서비스

1인 가구가 늘면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찐’ 독립생활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고 있다. 혼자 사는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솔로 생활기를 담아내는 MBC <나 혼자 산다>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스타들의 진짜 일상을 보여주는 tvN <온앤오프>,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않은 연예인이 생애 최초로 독립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JTBC <독립만세>는 혼자라서 누리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삶의 면면을 잘 보여준다. JTBC <독립만세>를 연출하는 채성욱 PD는 “개인이 독립하는 과정을 따라가고 싶었다”며 “초보 ‘독리버’들이 서툴지만 점점 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미와 공감을 느끼기 바랐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오롯이 혼자 살게된 이들이 독립 초반에 느끼는 즐거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의 당혹스러움 등을 담은 이야기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1인’과 ‘경제’가 결합한 ‘일코노미’는 가히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혼밥’ 하는 1인 가구가 선호하는 가정 간편식은 지난해 이미 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외에 건강 음료·세탁·홈 클리닝 등의 구독 경제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년째 다양한 구독 경제를 이용하고 있는 성동구의 1인 가구 김진성 씨는 “다양하고 디테일한 서비스 덕분에 주변의 우려와 달리 혼자서도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가구 수만큼 1인가구의 소비 규모도 2010년 60조원에서 2030년 194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혼밥’ 하는 1인 가구가 선호하는 가정 간편식인 밀키트와 청소 앱, 빨래방은 ‘1인’과 ‘경제’가 결합한 ‘일코노미’의 대표적 예다.

1인 가구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서울

이렇듯 1인 가구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이들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취약함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게 현실이다.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자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1인 가구에 대한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정책적으로 따라가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4월 ‘1인가구특별 대책추진 TF’를 가동했다. 남녀노소, 계층 구분 없이 고르게 분포하는 1인 가구가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등에 대한 불안 없이 ‘혼산’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1인 가구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1인 가구에 가장 취약한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 20개소에 ‘안심마을 보안관’ 80명을 배치하고, 2020년 11개 자치구에 지원했던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 세트(현관문 이중 잠금장치, 휴대용 비상벨, 창문 잠금장치 등)’를 올해는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해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대학가 주변 원룸촌에는 고화질 CCTV 372대를 확대 설치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 및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2020년 ‘서울시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을 꼽았다. 서울시는 거동이 불편한 1인 가구의 의료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병원 동행 서비스도 시행할 예정이다. 1인 가구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거복지센터를 통한 1인 가구 주택 관리 서비스도 시행한다. 1인 가구 주택 관리 서비스를 통해 1인 임차 가구는 긴급 생활 불편 처리, 소규모 맞춤형 집수리, 청소 및 정리·정돈 서비스 등을 지원받게 된다. 더 많은 나혼산족이 편견 없이 그리고 장벽 없이 혼자서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서울시는 더없이 든든한 동반자로서 동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서울의 1인 가구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39%가 혼자의 삶이
‘자유로운 생활과 의사결정’
측면에서 좋다고 응답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24%가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의 삶이
힘들다고 응답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48%가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53%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77%가 전세월세로, 원룸
거주한다고 응답했다.

※ 출처 2020년 서울시 복지실태조사

※ 코로나19 거리 두기 단계에 맞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촬영했습니다.

임지영 사진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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