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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초보 MZ세대의 山스타그램

기획 · 서울 트렌드

‘산 초보’ MZ세대의 山스타그램
2021.04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지 어언 1년여.
여럿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도, 그리운 이의 얼굴 보는 것도 힘든 요즘, MZ세대는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답답한 일상의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산’이다.

서울의 산을 훑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강은 씨.

인생의 느낌표를 찾아 오른 산

하늘이 물감이라도 푼 것처럼 새파란 아침,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김강은 씨는 휴대폰 앱으로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고 화구에 아이스커피를 챙겨 짐을 꾸린다. “오늘은 모처럼 벚꽃길이 예쁜 안산에 오를까 해요.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을 화폭에 담고 싶어요.” 어릴 적 아빠를 따라 취미로 즐기던 산행은 어느덧 그녀에게 ‘인생길’이 되었다. 한때는 스페인의 유명한 산티아고 순롓길을 포함해 전 세계의 트레킹 코스를 누볐고, 그때의 경험을 <아홉수, 까미노>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요즘은 도봉산, 수락산, 북한산, 관악산, 인왕산 등 서울의 산을 훑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르막을 오르며 뛰는 심장과 흐르는 땀을 느끼고, 여기에 자연의 촉감이 더해질 때마다 오감이 하나씩 일깨워지는 기분이다. “새로운 자연을 접하다 보면 가슴속에 희망이 일고 동기부여가 돼요. 높은 곳에 올라서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의 성취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요.”

꽃향기 가득한 안산 벚꽃길과 초록 캐노피가 드리워진 산자락길을 걸어 30여 분 만에 안산 봉수대에 도착했다. 봉수대를 호위하고 있는 암반 중 그는 가장 전망이 좋은 바위를 골라 ‘오늘의 장소’로 낙점했다. 그러고는 챙겨 온 화구를 꺼내 엽서 크기만 한 스케치북을 펴고 눈앞에 보이는 장관을 담기 시작한다. 안산 정상에서 바라다보이는 맞은편 인왕산과 성곽길의 파노라마가 그의 손을 거쳐 금세 화폭에 옮겨진다. 눈으로 보는 세상과 화폭에 담은 세상이 이란성쌍둥이처럼 다른 듯 닮았다. “번아웃으로 지쳤을 때,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산으로 떠나보세요. 말줄임표, 물음표를 안고 올라가지만 인생의 느낌표를 한 아름 안고 내려오게 될 테니까요.”

책 <아홉수, 까미노>는 전 세계 트레킹 코스를 누빈 경험을 담았다.

김강은 작가가 추천하는 서울 산 BEST 3

인왕산

안전 구간에 서울 시내 야경까지 다 갖춘 ‘야등’하기 좋은 산!

북한산

여름엔 무조건 북한산. 산세도 좋지만 그늘이 너무 시원하다.

불암산

동기부여가 안 된다면 불암산으로! 바위산이 도전 욕구를 고취한다.

야간 산행의 매력에 빠진 청년 목수 최형권 씨와 등산크루들.

‘산’이라는 키워드로 소통하는 등산홀릭

청년 목수 최형권 씨는 케이스가 조금 다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여의도의 신축 현장에서 작업을 마치자마자 트레이닝복에 러닝화로 갈아 신고 동료들과 응봉산으로 향한 그는 요즘 야간 산행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주말 낮에도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여유 시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자기 관리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트레킹을 선택했어요. 코로나19 상황이라 피트니스는 위험하고, 집에서 ‘홈트’를 하자니 뭔가 생생한 날것의 느낌이 결여된 것만 같아서요.” 밤에도 쉽고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을 선택하자 일명 ‘야등(야간 등산)’이 즐거워졌다. 헤드랜턴을 켜고 만나는 밤의 서울은 낮의 서울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야등을 하면 기초체력도 다질 수 있지만 복잡한 생각 정리가 잘돼요. 밤이 주는 또 다른 여백이 있어요. 산 위에서 어둠 속에 반짝이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도 묘미고요.” 주말마다 최형권씨와 함께 야등을 즐기는 동료 민태규 씨도 야간 등산을 예찬한다. “밤에 하는 트레킹이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한낮의 더위와 등산객 무리를 피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개인 방역 수칙과 등산 안전 사항만 잘 지키면 훨씬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어요.”

스타일, 크루, 줍깅으로 개성과 의미 찾는 등산

MZ세대는 산을 찾는 스타일 또한 다르다.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인 만큼 차별화된다. 등산 후 정상에서 춤추는 영상을 개인 계정에 올려 시선을 모으고 있는 이나연 씨도 남다른 방식으로 등산을 즐기고, 그 체험을 다시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소통하고 공감하는 ‘山스타그래머’다. “가슴이 답답할 때 바다를 바라보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껴봤을 거예요. 그 기분을 저는 산에서 춤을 출 때 느껴요. 제 등반 댄싱 영상을 본 분들도 같은 기분을 느끼고 힐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세대답게 산행과 함께 ‘줍깅’으로 환경을 위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줍깅이란 MZ세대의 용어로, 산행 과정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활동을 의미한다.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환경을 위한 의미 있는 몸짓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등산 모임 ‘서울하이킹’을 운영하는 박상준 씨도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다면, 등산과 하산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쓰레기를 줍는 ‘줍깅’은 서울에서 시작된 셈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의 숲을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서울둘레길

총연장 157km의 8개 코스로 서울의 외사산이 연결되어 있고, 그 밖에 한양도성길과 근교 산자락길도 추천.

홈페이지 gil.seoul.go.kr

서울의 공원

서울의 크고 작은 공원 중에는 산과 연결된 곳이 많다. ‘유아숲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홈페이지 parks.seoul.go.kr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등산에 대한 관심이 클라이밍, 산악 체험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 일명 ‘산찾사’가 느는 추세를 반영해 최근 서울시에서는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에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를 오픈했다. 산악인의 성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형상화한 외관이 인상적인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산악 체험과 문화, 커뮤니티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초보자와 숙련자, 어른과 어린이 누구나 스포츠 클라이밍을 체험할 수 있다. 최고 높이 14.4m의 실내·외 인공암벽장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의 강습 프로그램도 수강할 수 있다.
지상 1층과 3층에는 등산하기 좋은 서울의 산 지도와 불굴의 의지로 세계 최고봉을 누볐던 산악인을 기리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에서 클라이밍과 볼더링 강습을 하는 이재용 강사는 “클라이밍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만큼 성취감이 남다른 종목”이라며 스포츠를 통해 극기하려는 시민들이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를 찾은 김시현·최효정 씨는 강사의 지도로 암벽등반과 볼더링을 체험하며 색다른 시간을 가졌다. 서울 중구의 호텔에 근무하는 둘은 직장 선후배 관계로 팬데믹 이후 등산을 즐기다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오픈 소식을 듣고 클라이밍에 도전했다. 각각 설악산, 한라산, 백두산이라는 별명이 붙은 암벽등반 코스를 차례차례 오르내린 이들은 오토빌레이의 도움 없이 볼더링에도 도전해 깔끔하게 성공하기도 했다. “산에서는 실제 크랙을 잡고, 암벽등반 체험장에서는 홀드를 잡는다는 게 다른 것 같아요. 담력을 키우고 싶어 도전했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문가의 강습이 큰 도움이 되었고요. 자신감이 쌓이면 실제 산에서 암벽등반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초보자와 숙련자, 어른과 어린이 누구나 스포츠 클라이밍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서울에서 만나는 히말라야,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

산악 체험과 문화, 커뮤니티가 결합한 산악 복합문화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들의 영광의 순간을 담은 상설 전시실과 최고높이 14.4m의 실내·외 인공암벽장을 갖추고 있다.

위치 마포구 하늘공원로 112
문의 02-306-8848
홈페이지 seoulmccenter.or.kr

임지영 사진 이정우, 양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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