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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소유 #선취력 #멀티페르소나 MZ세대, 그들이 온다

#탈소유 #선취력 #멀티페르소나 MZ세대, 그들이 온다>
2021.02

문화

서울 트렌드

#탈소유 #선취력 #멀티페르소나 MZ세대, 그들이 온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MZ세대’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지금 우리의 도시 서울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접하고 있을까?

MZ세대인 강신환 씨의 출근 복장에서는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취업준비생에게 필요한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구매 부담을 덜었다는 강유림 씨.

MZ세대가 열광하는 가심비와 공유

지난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있었다. 어느덧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부상한 90년생을 이해하고 그들과의 사이좋은 공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90년생이 1990년대에 출생한 이들을 통칭하는 것이라면, 그들과 나이는 비슷하나 사회행동학적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개념의 ‘MZ세대’가 있다. 밀레니얼(Millennials)을 가리키는 M세대와 Z세대를 합쳐서 부르는 말로,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주목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주로 모바일을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와 독특한 경험을 추구한다.

30대 MZ세대인 강신환 씨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는 정장과 넥타이, 구두로 대표되던 기존 출근 복장 대신 청바지와 패딩 조끼에 헌팅캡을 쓴 가벼운 차림으로 출근한다. 그에게 직장은 오랜 안정을 추구하는 생계 현장이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무대다. “일 하러 가는 사람 같지 않다고들 하는데, 일하는 복장이 따로 정해져 있나요? 이동이 잦은 저로서는 슈트에 구두 차림이 오히려 불편해요. 가장 저다운 스타일이야말로 자신감은 물론, 업무 역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신촌과 사당동 등지에 매장을 두고 있는 ‘마이스윗인터뷰’는 필요한 만큼만 선택적으로 소유하고,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것은 공유를 통해 해결하는 MZ세대의 ‘클라우드소비’ 특성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면접 정장 역시 공유와 대여로 소비하는 이들을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취업날개서비스’ 참여업체로 등록되어 MZ세대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주말 낮 시간에 이곳을 찾아 다음 주에 예정된 면접 정장을 대여한 강유림 씨는 취업 분야부터 평소 스타일, 체형까지 고려해 정장을 골라주는 세심한 서비스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생수 한 병을 사더라도 가성비를 따지는 그이기에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충족하는 대여가 만족스럽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래도 정장 한 벌쯤은 사두는 게 좋지 않을까 했는데, 부담스러운 구매보다는 합리적인 대여 서비스를 여러 번 이용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을 이용하는 많은 취준생이 저와 같은 마음일 거예요.”

작곡, 기타 연주, 시나리오 작가 등 여러 직업에 도전하는 항공사 운항관리사 박찬희 씨.

다양한 교류와 자극을 즐기는 멀티페르소나

MZ세대는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 또한 크다. 이들이 꿈.꾸는 삶의 형태 역시 다양하다. 이들은 다양한 삶 속에서 자신의 변화 가능성을 확장해간다. <라이프 트렌드 2021: Fight or Flight>의 저자이자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은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한 MZ세대는 ‘편리미엄’이 트렌드가 된 일상 속에서 ‘나다움’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박찬희 씨는 항공사 운항관리사라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비행 계획과 운항 안정성을 고려해 항공기 운항을 통제하는 업무를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일을 하며 얻는 즐거움을 맛본 후부터 여러 직업에 도전하며 살고 있다. 최근에 그는 ‘망원동 청년회장’이라는 번외 직함까지 얻었다. 생각이 비슷한 인근의 MZ세대와 삶의 편린을 함께 나누고 공감한 까닭이다. “일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어요. 하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죠. 그 첫걸음이 밴드 활동이었고, 지금은 시나리오가 되었어요. 이런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이 저의 자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꿔나가는 그에게 다양한 자극이 즐비한 서울은 정말 좋은 생활 터전이다.

MZ세대 탐구 생활, 그들을 이해하는 키워드

다만추

깊게 한 우물만 파는 외길 관계는 가라! MZ세대는 다양한 만남을 추구한다. 누구나 그 공간 속에서 평등하게 존재하는 SNS를 통해 깊이는 얕지만 다채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간접경험과 위안을 얻기도 한다.

후렌드

온라인과 SNS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MZ세대의 특성에서 비롯된 키워드. SNS는 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삶의 무대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만나기 쉬워진 까닭에 MZ세대는 누구(Who)와도 친구(Friend)가 될 수 있다.

숏확행

소확행은 들어봤어도 숏확행은 다소 낯설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대신 ‘짧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 먼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롸잇나우!’ 지금이 순간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할 뿐.

판플레이

단순히 콘텐츠를 열람하고 소비하는 건 재미없다. MZ세대는 ‘놀이판’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판을 탐색하고 만든다. 단순히 ‘좋아요’, ‘공감’을 누르는 대신 빨간 하트를 부르는 놀이터를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와 다르다.

가잼비

가성비도, 가심비도 이들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가잼비’의 시대다. MZ세대는 재미를 찾아 소비하는 ‘펀(Fun) 컨슈머’다. 가성비, 가심비는 기본! 여기에 재미가 더해져야 지갑을 연다. 얼마나 재미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탈(脫)세끼

MZ세대에게는 정해진 식사 시간이 따로 없다. 아점, 점저, 야식, 네 번째 끼니 등 배고플 때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또한 ‘요리’를 자신만의 콘텐츠로 활용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SNS에 맛집이나 직접 만든 음식 등 경험의 공유를 중시한다.

건강과 환경 모두 챙기는 플로깅에 참여하는 MZ세대.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 MZ세대의 매력이라는 한유사랑 씨의 플로깅 현장.

세상에 대한 관심이 이끌어낸 선한 행동

온라인에서의 넓고 얕은 소통에 익숙한 MZ세대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서슴없이 소통한다. 이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유로운 소통을 기반으로 한 ‘참여’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은 ‘개취’로 존중하되, 자신의 의견을 토로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다. 이미 숱한 선택과 도전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성취를 쌓아 올린 경험이 있는 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나비의 날갯짓’을 믿는다. MZ세대의, MZ세대에 의한 문화 기부 공동체 ‘이타서울’도 흔히 말하는 ‘선취력’, 즉 ‘먼저 착함(善)을 취하려는 힘’에 의해 결성된 그룹이다. 이타서울의 안가영 씨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MZ세대는 개인적 생활을 중시해요. 동시에 집단의 가치도 중시하죠. 집단의 가치를 개인적으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미세먼지,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타서울을 통해 서울시민으로서 유의미한 활동을 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타서울을 설립한 한유사랑 대표는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통해 깨끗한 서울을 만들어가는 활동에 많은 MZ세대가 참여하고 있다”며 “호스트들의 시선이 ‘나’에서 우리, 공동체로 확장되며 더 큰 책임의식을 갖는 걸 경험한다”고 말한다. 이왕 하는 운동을 의미 있게 하고 싶어 함께하게 되었다는 이들처럼 작고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는 물론, 사회와 기업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MZ세대의 선취력은 분명 기성세대에게서는 볼 수 없던 이들만의 힘이다.

MZ세대의 슬기로운 서울 생활

초록 품은 자전거, 따릉이

공유하는 소비가 익숙해진 사회적 흐름. 그 배경에는 MZ세대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하는 ‘소확행’이라는 세 글자가 말해주듯 MZ세대는 집단보다 개인을 위한 소비를 더 중시하는 세대다.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와 서울시의 따릉이는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고, 편리함 이전에 환경을 생각하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동 수단이다.

팡팡 터지는 공공 와이파이

길조인 ‘까치’와 와이파이가 켜진다는 뜻의 ‘온(On)’을 합쳐 지은 이름 ‘까치온’. 까치온은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주요 도로와 공원 등에 구축한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다. 현재 은평구를 비롯해 성동구와 구로구, 강서구, 도봉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와이파이 기능을 켜고 아이디와 패스워드에 영어 소문자 ‘seoul’을 입력하면 된다. 또한 서울 골목골목을 누비는 모든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서울에서 출발하는 광역버스까지 무료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임지영 사진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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