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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환경운동 '고기없는 월요일'

누구나 할 수 있는 환경운동 '고기없는월요일'>
2020.12

에세이

나의 서울

이현주

누구나 할 수 있는 환경운동 '고기없는 월요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진 동안 동물들이 거리로 나와 자유롭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캥거루가 텅 빈 도시를 질주하고, 태국에서는 50마리의 코끼리 무리가 거리를 가로질렀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물개 가족이 도심 한복판에서 여유로운 일광욕을 즐겼다고 한다. 이런 동화 같은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듯하다.

행복하기 위해, 평안하기 위해

서른 중반, 괜스레 마음이 불안했던 시기에 평안을 얻기 위해 지인의 권유로 채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식단에서 고기만 뺀 채식이었다. 그런데 100일쯤 채식을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무언가 나와 잘 맞는 기분이 들었으며, 채식 자체에 대한 탐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일과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채식은 단지 우리가 먹고살아가는 일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지속 가능성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숲이 파괴되고, 식량과 물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생물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기후 위기와 오늘날의 코로나 위기까지 모두 연결된 것이라는 점을 알고 나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20대 대학생 때 꿈꾸었던 비폭력적인 삶의 방식을 채식을 통해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식탁을 바꾸는 일, 환경을 위하는 일

채식으로 생각의 길이 바뀐 나는 동물성 약재를 쓰지 않고 순식물성 한약과 식단을 처방하는 한약국을 열었고, 지구환경과 개인의 삶, 특히 먹거리의 연관성에 관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 기사에서 비틀스의 전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 뜬금없이 한국에서 ‘고기없는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한약국을 찾는 분들을 대상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강의는 점차 시민 단체와 공공기관으로 확산되었고, 나중에는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환경 회의에서도 강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채식 레스토랑을 방문하거나 유명 채식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들의 요리는 고기가 빠진, 풀만 가득한 맛없는 밥상이 아니었다. 마치 채식의 대륙을 탐험하는 여행가가 된 것처럼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다. 세상에 이런 요리도 다 있구나, 이런 식으로 조리하는 방법도 있구나, 이런 맛도 있구나….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스펙터클 무비 같은 세계를 만날수록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이렇게 맛있고 아름다운 채식의 세계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게 되었다. 누구나 이렇게 맛있는 채식을 경험해본다면 고기를 적게 먹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위안을 받고, 사랑을 표현해왔기 때문이다. 기쁠 때나 행복할 때,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우리는 음식을 나누며 축하 또는 위로를 받고 관계를 형성해왔다. 음식은 단순히 가치로만 선택하기 어려운 삶의 스토리텔링 그 자체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채식을 소개하는 이현주 박사의 책 <채식연습>에서 발췌. © 레시피팩토리

작은 참여로 누구나 채식을 즐기다

채식을 알리는 방법으로 평소에 별로 관심 갖지 않고 선택해온 음식들 때문에 지구가 병들고 사람도, 동물도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미 채식의 가치에는 동의하지만, 쉽게 채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채식 초보자들을 위해 다양한 접근법으로 도움을 주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완전한 채식인이 되지 않을지라도 누구나 쉽게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어 ‘서울시혁신주간’에서 채식에 관심 있거나 입문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누구든지 처음 시작은 어린이처럼 낯설고 생소하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친절하게 정보를 전달해주고, 손을 잡아주면서 그 길이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면 스스로 잘 따라가게 될 것이라는 게 나의 믿음이다.

이현주

©이현주

이현주
비폭력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17년간 채식인으로 살면서 순식물성 한약재와 채식 식단으로 병을 고치는
‘한방채식 기린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로 활동해왔고,
최근 비건 요리책 <채식연습 : 천천히 즐기면서 채식과 친해지기>를 출간했다.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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