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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걷는 도시, 서울

인터뷰 · 탐방 · 서울을 걷다

시간을 걷는 도시, 서울
2020.10

서울을 걷는 일은 서울의 시간을 걷는 것과 같다. 과거가 남아 있는 한양도성 순성길부터
현재를 담아내는 도심과 미래의 변화를 꿈꾸는 길까지, 서울의 시간을 걸어보자.

과거에서 현재까지, 한양도성

역사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유산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 속에서 서울은 매일 새롭게 변화한다. 하지만 빠른 변화만이 서울의 전부는 아니다. 서울은 600여 년의 두터운 과거가 일상에 녹아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1396년(태조 5년) 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의 내사산 능선을 따라 축조된 한양도성은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성곽으로,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 도성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했다. 한양도성은 처음 축조된 뒤에도 여러 차례 보수되거나 개축되었다. 성벽에는 이러한 개보수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군데군데 성돌에 새겨진 글자들과 시기별로 다른 돌의 모양을 통해 축성 시기와 축성 기술의 발달 과정을 알 수 있어 성벽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유산이다.

낙산공원에서 바라보는 한양도성.

각자성석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흥인지문공원 부근의 성벽.

한양도성을 두루 걷는 ‘한양도성 순성길’

한양도성은 순성길을 따라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있지만, 내사산을 중심으로 한 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 구간과 도성이 멸실된 흥인지문·숭례문 구간 등 여섯 구간으로 나누어 걷기를 추천한다. 성곽을 따라 걷는 것이라 길을 찾기도 쉽고, 성곽에 담긴 이야기와 볼거리가 많아 혼자 걸어도 심심치 않다. 한양도성 순성길은 구간별로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 걸린다.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과 신발을 준비해 걷는 것이 좋다.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 seoulcitywall.seoul.go.kr

한양도성 완주, 어렵지 않아요

‘서울 한양도성’ 앱

한양도성 순성길의 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흥인지문·숭례문 총 여섯 구간에 대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양도성 지도 서비스는 스마트폰 GPS 기능을 적용한 약식 지도맵, 네이버 지도를 통해 한양도성 내 관심 지점에 대한 위치 및 콘텐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 한양도성 관련 이야기로 꾸민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양도성 순성길 완주가 더욱 즐거워진다.

‘스탬프 투어’

한양도성 순성길은 아름다운 내사산 숲길과 도심 및 주택가 골목길 등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잠시 쉬어 가는 곳에서 구간 완주를 인정하는 스탬프를 찍어보자. 4개 지점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 기념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종이 지도 외에 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1지점 말바위 안내소(02-3011-2175)
2지점 흥인지문 관리소(02-2148-4166)
3지점 돈의문박물관마을(02-2148-1872)
4지점 숭례문 초소 우측 5m 지점(02-3396-4623)

※ 한양도성 순성길을 걸을 때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잊지 마세요.

한낮 추천

자연 속에서 느끼는 역사의 흔적, 인왕산 구간

인왕산은 거대한 바위들이 노출되어 있는 바위산으로 치마바위, 선바위, 기차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자연 암반이 성벽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큰 바위와 어우러져 끊어질 듯 이어진 성벽은 한양도성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인왕산 성벽에 서면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인왕산 구간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야기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은 돈의문터에서 시작해 인왕산을 넘어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조선의 5대 궁궐 가운데 경복궁과 경희궁, 덕수궁을 품고 있는 덕분에 이 구간에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이야기,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신궁을 지으며 남산에서 인왕산으로 옮겨온 국사 신당인 국사당과 한양도성의 경계 설정을 놓고 정도전과 무학대사 등이 논쟁을 벌인 일화가 전해지는 선바위도 인왕산 구간 걷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명소다.

‘봉선화’, ‘고향의 봄’ 등으로 유명한 난파 홍영후가 살던 집.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보는 인왕산 구간

‘인왕제색도’(1751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겸재 정선은 인왕산 기슭, 현재 경복고등학교 자리에 집이 있던 까닭에 인왕산 주변 풍경을 많이 그렸다. ‘인왕제색도’는 겸재 정선이 60년지기인 사천 이병연이 병들자 인왕산의 웅장한 모습처럼 다시 강건한 모습으로 일어나기를 바라며 그린 그림으로, 인왕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한양도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창의문도’(연도 미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중 하나인 ‘창의문도’는 도성 안쪽에서 창의문을 바라 본 모습이다. 창의문을 중심으로 왼쪽이 인왕산, 오른쪽이 백악산이다. 창의문 양쪽으로 산 능선을 따라 성벽이 이어져 있다.

인왕산 구간

돈의문터(돈의문박물관마을) → 경교장 → 월암근린공원 → 홍파동 홍난파 가옥 → 편의점(구 옥경이식품) → 인왕산 순성 안내 쉼터 → 인왕산 곡성 → 인왕산 범바위 → 인왕산 정상 → 윤동주 시인의 언덕 → 창의문

4km 약 2시간 30분 소요, 난이도 상

안서영

시민

역사적 의미도 있고, 아름다운 성곽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걷기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는데,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것 같아요. 한양도성 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밤 추천

삶의 이야기와 함께 저무는 야경 명소, 낙산 구간

노을이 지는 하늘과 성곽을 둘러싼 조명, 빛으로 반짝이는 도심까지. 서울의 야경 명소로 유명한 낙산은 높이 124m로 서울의 내사산 중에서 가장 낮다. 모양새가 낙타등처럼 생겨 낙타산, 타락산 등으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 이후 낙산으로 이름이 굳어졌다. 혜화문에서 낙산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낙산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적당하다. 특히 낙산 구간은 바깥 순성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15세기(세종)와 19세기(순조)의 성벽이 번갈아가며 보인다. 다채로운 성벽에는 한양도성을 보수하고 관리하던 역사적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낙산 구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이야기

낙산은 내사산 중 가장 낮은 산으로, 방어 기능은 덜했지만 사람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낙산 끝자락에 위치한 동대문 일대에는 도성을 지키던 병사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18세기에 생겨나 아직도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남아 있다. 또 장수·이화마을 등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성곽 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이화마을 계단 끝에 오르면 울타리처럼 마을을 감싼 한양도성이 나타난다.

성벽으로 보는 축성 시기와 축성 방법

태조 때의 도성 축조(1396년)

1396년 1월과 8월, 두 차례의 공사를 통해 축성을 마무리했다. 산지는 석성, 평지는 토성으로 쌓았다. 성돌은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사용했다.

세종 때의 도성 축조(1422년)

1422년 1월, 도성을 재정비했다. 이때 평지의 토성을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성돌은 옥수수알 모양으로 다듬어 사용했다.

숙종 때의 도성 축조(1704년~)

무너진 구간을 여러 차례에 걸쳐 새로 쌓았다. 성돌 크기를 가로 세로 40~45cm 내외의 방형으로 규격화해 성벽이 이전보다 더 견고해졌다.

순조 때의 도성 축조(1800년~)

가로세로 60cm 가량의 정방형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쌓아 올렸다. 각자성석(글자를 새긴 성석)은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에 있다(현재 학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낙산 구간

혜화문 →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 → 나무 계단 → 가톨릭대학교 뒷길 → 장수마을 → 낙산공원 놀이마당 → 낙산 정상 → 이화마을 → 한양도성박물관(서울디자인지원센터) → 흥인지문공원 → 흥인지문

2.1km 약 1시간 소요, 난이도 하

이승열

해설사

한양도성은 국가적인 중요한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백성들이 동원돼 목숨 바쳐서 쌓은 성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끼고 가꿔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죠. 이런 중요한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현재에서 미래까지, 서울로7017·세종대로

구 서울역사 옥상의 ‘그린 루프톱’과 서울로7017로 연결되는 ‘공중 보행길’의 전체 조감도.

걷는 도시 서울로 나아가는 ‘서울로7017’

서울로7017은 2017년 낡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찻길에서 사람 길로 재탄생한 서울의 대표 공중 보행길이다.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광장과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진 도심 속 산책길로, 개통과 동시에 많은 사람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로7017은 10월 28일(예정) 구 서울역사 옥상에서 바로 연결되는 공중 보행길을 추가로 개통해 걷는 도시 서울의 미래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번 공사를 통해 서울로7017 공중 보행길에서 구 서울역사 옥상을 지나 서울역 대합실까지 막힘없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공중 보행길은 서울로7017과 구 서울역사 옥상의 폐쇄 램프 상부를 길이 33m, 폭 6m로 연결한다. 겨울철 쌓인 눈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는 열선을 매립하고, 야간 조명도 설치한다. 서울시는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교량 2개를 크레인으로 각각 기둥에 얹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최소화했다. 또한 구 서울역사 옥상과 서울로7017의 높낮이 차이에서 오는 약간의 경사를 고려해 교량 상판에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 썼다.

서울역은 대한민국 대표 철도역이자 서울의 관문임에도 그동안 도심 속 섬처럼 고립돼 있어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공중 보행길의 추가 개통으로 서울로7017에 부족한 휴게 공간을 보완해 서울역의 공공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시민들의 도심 속 쉼터가 되고, 침체된 지역 상권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중 보행길과 현재 모습을 유지하며 공원으로 조성될 폐쇄 램프 외부 이미지.

구 서울역사 폐쇄 램프 상부 야경 이미지.

새롭게 태어나는 ‘녹색문화쉼터’

주차장이었던 약 2300㎡(700평) 규모의 구 서울역사 옥상은 서울역 일대를 조망하면서 여유롭게 쉴 수 있는 도심 속 ‘그린 루프톱’으로 변신해 공중 보행길의 추가 개통과 함께 시민의 발길을 기다린다. 콘크리트 바닥 대신 잔디를 깔고 옥상 곳곳에 층꽃, 옥잠화 같은 다양한 초화를 식재해 사계절 내내 푸른 공간을 자랑할 수 있다. 걸터앉을 수 있는 앉음벽과 벤치, 장미터널 같은 편의 시설도 곳곳에 설치해 방문객은 물론, 서울로7017을 건너가는 보행자들에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 서울역사 옥상과 서울로7017 사이에 20여 년간 방치 되었던 폐쇄 램프 주변으로는 공중정원을 조성한다. 폐쇄 램프 상부에 격자무늬의 사각형 구조물(2.4×2.4m)을 세우고, 구조물 벽면 사이사이에 공중 화분을 매달아 정원 속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화단과 의자도 설치해 녹음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서울시는 폐쇄 램프의 원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재생할 계획이다. 현재 폐쇄 램프 내부(옥상~지상)를 어떤 방식으로 재생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 중이며, 우수 아이디어를 채택해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어디까지 왔나?

시민의 보행 편익을 높이고, 문화와 역사가 숨 쉬는 서울의 대표 보행 거리로 새롭게 태어날 ‘세종대로 사람숲길’의 공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핵심 도로라 할 수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숭례문 교차로를 거쳐 서울역 교차로에 이르는 1.5km 구간이 ‘사람 중심’의 길로 변화하고 있다.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광화문광장, 덕수궁, 숭례문, 서울로7017 등 세종대로의 대표적 명소를 걷는 길로 연결하고 조경과 역사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접목해 서울만의 브랜드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 일정

1구역
1단계 8월 18일~9월 16일 덕수궁길 입구 → 삼성본관 입구
2단계 9월 14일~11월 16일 서울광장 → 세종대로 사거리
3단계 11월 7일~12월 19일 세종대로 사거리 → 대한문

2구역
1단계 8월 18일~10월 13일 서울역 교차로 → 숭례문
2단계 10월 9일~11월 16일 숭례문 → 서울광장
3단계 11월 8일~12월 19일 삼성본관 → 서울역 교차로

김은석

시민

“도심 속 녹음이 어우러진 곳에서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밤이면 멋진 조명과 함께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어 서울로7017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곧 구 서울역사 옥상과 이어지는 공중 보행길이 생긴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역을 이용할 때도 편리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황혜민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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