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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나 한 판 먹을까?

피자나 한 판 먹을까?>
2020.04

여행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미식 이야기

피자나 한 판 먹을까?

‘탄·단·지’ 가득한 한 끼

스마트폰의 배달 앱을 열어 주문하고 배달받기까지 불과 30여 분. 피자 한 판이 집 또는 사무실에 도착한다.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치즈와 토핑으로 무너질 듯 늘어지는 피자를 입에 재빨리 넣는 것이 기술이다. 음, 오늘은 유난히 더 맛있군.

피자는 사람이 좋아할 이유를 완벽하게 갖춘 음식이다. 탄수화물이되, 오븐에 구워 바삭하고 촉촉한 두 가지 질감과 구수한 향이 일품인 도가 아주 맛있다. 치즈는 쫄깃하고 깊은 미각을 선사하며, 토마토는 감칠맛의 대명사다. 여기에 상업적인 노력으로 온갖 맛있는 토핑이 올라가고, 테두리에 치즈를 넣는 방식까지 나왔다. 양념으로 뿌리는 치즈, 매운 소스, 마늘 소스 등 맛을 더하는 부가요소도 다양하다. 2000년대 들어 불황과 외식 시장의 흐름에 따라 치킨 체인점이 대폭 늘면서 주춤한 경향이 있지만, 피자는 그 전까지 명실상부한 외식 시장의 최강자였다. 배달보다는 직접 가서 먹는 중고급 외식 시장의 선두 주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피자는 배달 브랜드의 전성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양떡에서 피자 파이로

외식거리가 넘쳐나는 당대에도 여전히 피자는 선두 자리에 있다. 옛 기사를 하나 보자.

“사토 일본 수상을 비롯해 24개국 60명의 외교사절이 묵을 워커힐 호텔은 1일 오후 경회루에서 벌어질 리셉션까지 맡아 캐나디안 클럽 등 30여 종의 술과 구절판 등 한식안주 13종, 에그롤 등 중국식 안주 18종, 피자 파이 등 동양식 안주 30종을 마련하느라….”(동아일보 1967년 6월 30일 자. 현대 맞춤법에 맞게 일부 수정함)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 축하연에 올릴 음식 목록에 피자 파이가 있었다. 피자 파이를 ‘동양식 안주’로 분류한 것은 오기로 보인다. 파이는 당연히 양식이고, 과거에는 피자를 서양 음식의 대명사인 ‘파이’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피자를 이탈리아(이주민)로부터 받아들이고 나서도 오랫동안 피자 파이라고 불렀다. 앵글로색슨계의 일상 음식에 파이가 있는데, 피자가 이를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빵을 ‘양떡’이라고 부르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의 제과공들은 세계 최대 크기의 피자(파이의 일종)를 만들었다.”(경향신문 1974년 7월 6일 자)

우리나라에서 피자를 ‘피자 파이’로 부르던 시절은 1992년까지로 보인다. 그 이후 언론에서는 피자와 파이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어쨌든 피자는 도입 시기에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피자가 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많은 서양 음식, 이를테면 수프와 스테이크, 샐러드, 로스트비프 등은 대한제국 시기에도 이미 서울에 있었다. 고종 정부가 국제적 면모를 갖추고 외교사절을 접대하는 데 충실하기 위해 서양 음식을 적극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피자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피자가 이탈리아 음식이라 영국과 프랑스 음식이 대표하는 서양 음식의 표준 메뉴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피자는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가게를 열면서 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에 의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탈리아의 피자 맛에 반한 미군이 귀국해 피자를 원하는 수요자가 되었고, 이탈리아계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이 피자집을 퍼뜨리면서 현재 피자의 명성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원래 전쟁은 문화를 이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피자 맛에 반한 미군이 귀국해 피자를 원하는 수요자가 되었고,
이탈리아계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이 피자집을 퍼뜨리면서
현재 피자의 명성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될 듯하다.

대한민국 피자의 시작, 서울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피자를 최초로 선보이고, 크게 인기를 얻은 도시다. 특히 피자헛 등의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집중 공략한 도시였다. 피자는 당시 한국인에게 동경의 대상이던 미국 음식이었으며, 동시에 이탈리아라는 유럽의 뉘앙스를 가진 국제적 음식이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음식이었다. 본격적인 양식 레스토랑에 비하면 훨씬 싼 비용으로 국제적 음식을 먹는다는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서울의 경우 피자 전문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1960~1970년대 호텔에 피자 메뉴가 간혹 등장했다고 한다. 워커힐·반도·조선 호텔 등 당시 최고급 호텔은 외국인, 특히 미국인(주한 미군)이 주로 묵는 호텔이었기에 이들의 기호에맞는 피자 메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는 서울이 피자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사건이 여럿 있었다. 1985년 국내 대형 피자 브랜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피자헛이 서울에 처음 생겼다. 소득이 증가하고, 외국 문화에 갈증이 심했던 당시 시민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후 1988년에 워커힐 호텔이 피자힐이라는 브랜드로 본격 피자 전문 레스토랑 영업을 시작했다. 서울의 트렌드세터 사회에서는 이곳에서 피자를 먹어봤느냐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피자는 그 시절만해도 이처럼 멋진 건축물과 인테리어에서 우아하게 먹는 외식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편의성이 있었다. 즉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 않고, 반바지를 입고 먹으러 가도 괜찮으며, 복잡한 양식 에티켓에 대한 부담이 없는 음식이었다. 심지어 손으로 들고 먹어도 뭐라 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이러한 피자를 두고 캐주얼 레스토랑 메뉴라는 말이 나왔고, 이후에 쏟아진 외국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이 원칙에 충실한 마케팅으로 서울의외식 시장에 참여했다.

서울의 피자를 이야기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63빌딩이다. 1985년에 완공되어 당시 전 국민에게 큰인기를 모았다. 이 빌딩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버스가 쇄도할 정도였다. 1990년대에는 이 빌딩의 최고층에 자리했던 레스토랑의 예약이 밀려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렇듯 피자는 서울의 중요한 성장 기를 함께했다.

서울의 피자는 이제 보통의 국제도시가 지니고 있는 음식문화에 어울리게끔 이탈리아적 전통을 지키는 새로운 피자로 변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본고장의 기술을 습득한 이들이 이끈다. 알다시피 나폴리는 현대적 피자 문화가 생겨난 성지로 불리는 도시이며, 맨손으로 재빨리 반죽을 펴는 등 매우 까다롭고 독특한 제법의 피자를 만든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를 ‘핏짜’에 가깝게 발음한다. 어쩌면 서울의 피자는 피자 파이에서 피자를 거쳐 핏짜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선한 토마토로 직접 만든 소스를 바르는 스파카나폴리의 피자.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울에서 즐기는 나라별 피자

역사와 취향이 어우러진
한 판의 미학 #TMI

스파카나폴리

#재료 본연의 맛, 나폴리st.

참나무 장작 화덕에서 바로 구워내는 나폴리 피자를 선보이는 곳. 최상급의 신선한 재료가 어우러진 이곳의 피자는 재료 각각의 섬세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2015년 세계 나폴리 피자 대회 클라시코 부문에서 만점을 받고 우승한 이영우 셰프의 전통 피자를 만날 수 있다.

  • 가격 루콜라피자 2만3000원
  • 주소 마포구 양화로6길 28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휴식 시간 오후 3~5시)
  • 전화 02-326-2323
더피자필

#피자계의 집밥, 코리아타운st.

미국에서 피자는 샌드위치처럼 든든하게 한끼를 채워주는 주식이다. 그렇기에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맛이 중요한데, 더피자필은 자극적이지 않아 매일 먹고 싶은 그런 맛을 표현한다. 만두 모양의 피자인 칼초네도 놓치지 말 것.

  • 가격 뉴욕 깔조네피자 1만7000원
  • 주소 종로구 청계천로 59
  • 시간 오전 11시 ~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휴식 시간 오후 2~5시)
  • 전화 02-795-3283
스폰티니

#폭신한 빵 도, 밀라노st.

슬라이스 피자(조각 피자)의 대명사로 불리며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 시 꼭 방문해야 하는 피자 맛집으로 유명한 스폰티니가 4월 8일 서울에 문을 연다. 푹신한 빵 도 위에 치즈를 듬뿍 올리고 취향에 따라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밀가루와 토마토, 치즈 같은 재료를 대부분 이탈리아산으로 사용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 가격 마르게리타 조각 피자 6900원
  • 주소 강남구 강남대로 442 2층
  •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 전화 1688-5501
매덕스피자

#골라 먹는 즐거움, 뉴욕st.

철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 문을 여는 순간, 뉴욕의 어디쯤으로 공간 이동한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쇼케이스 가득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조각 피자 중에서도 치즈와 마카로니가 듬뿍 올라간 피자가 대표 메뉴다. 얇고 바삭한 뉴욕식 피자를 손으로 착착 접어 먹어보자.

  • 가격 맥앤치즈베이컨 조각 피자 6900원
  •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26길 26
  • 시간 낮 12시~오후 10시
  • 전화 02-792-2420
모터시티

#피맥을 부른다, 디트로이트st.

사각형 피자로 유명한 디트로이트 스타일의 딥 디시 피자로, 바삭하면서도 두께감 있는 도에 토핑을 얹고 오븐에 구워낸 뒤 마지막에 수제 소스를 올리는 방식으로 모양과 형태, 맛이 차별화된다. 다양한 맛의 수제 맥주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 가격 잭슨파이브피자 2만3900원
  •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 140-1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일요일 마지막 주문은 오후 9시까지)
  • 전화 02-794-8877
피자힐

#1963년부터 시작한 서울st.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로도 유명한 피자 전문 레스토랑으로, 전망대 겸 바도 갖추었다. 1960년대부터 피자를 선보인 곳으로, 시금치를 갈아 넣은 반죽으로 만든 도가 이곳 피자의 특징이다. 베스트 피자 메뉴 여섯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SEIS 피자가 인기 메뉴다.

  • 가격 SEIS 피자 11만1000원
  • 주소 광진구 워커힐로 177
  •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 전화 02-450-4699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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