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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을 담는 마음으로 먹는 새해 만두

복(福)을 담는 마음으로 먹는 새해 만두>
2020.01

여행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미식 이야기

복(福)을 담는 마음으로 먹는 새해 만두

박찬일의 미식 이야기


서울 만두1

우리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다.
만두는 밀가루 등으로 만든 피에 소를 채우는 음식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나뉘는 이북 만두와 한양 만두

만두는 북방에서 유래한 우리 전통 음식이다. 옛날에는 경기도와 서울 정도가 만두의 남방한계선(?)이었다. 그러다가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도 만두를 빚기 시작했고, 이내 전국적으로 인기 음식이 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만두는 제사상에도 올라갈 정도로 전통과 관련이 있다. 원래 제사상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이 올라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당대에는 먹지도 않는 산적이니 전이니 탕이니 하는 음식이 반드시 제사에 쓰이는 게 그 증거다.

우리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다. 만두는 밀가루 등으로 만든 피에 소를 채우는 음식이다. 그 유래는 설이 많다. 예를 들면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다. 적어도 중국을 통해 한반도로 전래된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래서 북방과 가까운 신의주, 평양, 개성, 서울 지역에서 만두가 발달했다.

신의주는 아주 큰 왕만두로 유명했지만, 전국적 명성은 평양이 차지했다. 평양이 대도시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북 만두 하면 그래서 평양이다. 개성은 편수로 유명한데, 만두 조각이 물에 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모양이 예쁘고, 크기가 적당하다. 서울 만두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양으로 사람과 문화가 대거 이동하면서 발생했을 것이다. 서울 만두는 흔히 개성식과 비슷하지만, 소를 채운 후 반죽의 양 귀를 여유 있게 여며서 그 속에 육수가 배도록 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어쨌든 반죽에 소를 넣고 반달이 되게 접은 후 다시 양 귀를 맞붙이는 방법은 개성과 서울 만두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신의주와 평양의 만두는 교자의 전형으로, 반달 모양으로만 빚었다. 물론 남북 분단이 오래되고 북한에 독자적으로 음식 문화가 생기면서 현재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졌다. 그래서 서울에서 빚는 ‘이북식 만두’를 본 북한 주민(새터민)이 생경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두에 얽힌 알쓸신잡

송나라 때의 문헌 <사물기원(事物紀原)>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제갈공명이 남만(南蠻; 미얀마 부근)의 맹획(孟獲)을 치고 돌아올 때 어느 강에 이르러 건널 수가 없었다. 부하가 남만의 풍습에 따라 사람 머리 마흔아홉 개를 바쳐 물귀신에게 제사를 올리자고 말하자, 제갈공명은 생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고기를 밀가루로 싸고 남만인의 머리(蠻頭; 만두)처럼 만들어 제사를 지냈더니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허구에 가깝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견해다. 이미 이루어진 사실에 그럴듯한 역사적 에피소드를 창작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어쨌든 만두는 중국에서 흔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현재 만두라는 이름을 둘러싸고 복잡한 이해가 있다. 즉 만두는 고기를 채운 음식으로 중국 것인데, 당대 중국의 만두는 소(속)가 없다. 중국의 시장이나 식당, 아니 중국인이 많이 사는 대림동에 가서 만두를 달라고 하면 소 없는 ‘찐빵’을 준다. 이것을 볶은 고기나 채소, 소스 등에 찍어 먹는 것이 중국인의 주식이다.

소가 있는 것을 만두라 부르고 주식으로 먹는 건 한국이다. 일본도 만두라는 한자어(발음은 만쥬)가 있다. 그러나 이는 단팥이나 콩으로 소를 채운 일종의 과자다. 한국은 물만두, 찐만두로 구분한다. 중국은 자오쯔, 바오쯔가 이에 해당한다. 일본의 경우 바오쯔는 별로 없고 자오쯔가 대부분이다. 자오쯔의 일본식 발음은 ‘교자’다. 이런 일본의 만두는 중국에서 건너간 지 오래되지 않았다. 중일전쟁 이후 귀국한 사람들과 화교에 의해 1930년대 이후 퍼져나갔다. 지금도 한국인은 중국 식당에 가서 만두를 먹고, 이를 고유한 중국 음식으로 수용한다.

중국의 만두는 호떡과 함께 팔았고, 그래서 호떡집이라고 하면 만둣집을 의미했다. 그런 만둣집은 명동에 있던 취영루가 마지막 노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식 만두는 거의 군만두를 의미하며, 이는 중국요리를 시킬 때 서비스로 나오는 하품의 만두 문화로 전락했다. 물론 연희동을 중심으로 한 전통 있는 화교 중식당에서는 여전히 손으로 맛있게 빚는 물만두, 찐만두 등의 만두를 제공한다. 이 또한 서울의 만두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요인이다.



주문 즉시 만두피를 밀어 속을 채우는 ‘천진포자’ 주방장의 손길

주문 즉시 만두피를 밀어 속을 채우는 ‘천진포자’ 주방장의 손길.

우리가 즐기고 사랑하는 만두

우리 조상의 만두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 중에 가장 극적인 것은 역시 고려 시대의 <쌍화점>이라는 문학작품으로, 이렇게 시작한다.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回回)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여기서 ‘쌍화’는 만두를 말한다. 따라서 ‘쌍화점’은 만두 전문점이다. 쌍화를 ‘상화’로 부르기도 하는데, 상화란 찜을 할 때 생기는 뿌연 김을 의미한다. 흰서리처럼 꽃이 핀다는 뜻이다. 만두 찌는 장면을 멋지게 묘사한 한자어가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런데 회회 아비란 누구일까. 바로 위구르족 등의 유목 민족이다. 고려는 국제적 국가였다. 개성에는 이런 세계인이 와서 교역하고, 장사도 했다. 당시 쌍화점은 일종의 국제적인 테이크아웃 만두 가게였다. 회회 아비가 고려의 여인을 유혹하는 장면이다.

만두는 이후 여러 저술에 등장한다. 1611년 허균이 쓴 <도문대작>(그가 알고 있는 맛있는 음식을 간단히 기술한 책)에는 의주 사람들이 왕만두를 중국 사람처럼 잘 만든다고 나온다. 앞서 신의주의 명물 왕만두가 허균 시대에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보기 드문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만두와 상화 만드는 레시피가 실려 있다.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사용했다. <음식디미방>에 만두는 메밀가루로, 상화 (쌍화)는 밀가루로 만든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메밀만두도 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밀가루가 귀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 화북 지방은 밀가루 주 생산지여서 쫄깃한 만두를 많이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는 밀가루 농사가 쉬운 곳이 아니다. 대신 비교적 구하기 쉬운 메밀로 만두를 많이 만들었다. 메밀만두는 특이하게도 제주도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 산간에서 메밀을 많이 심었기 때문. 제주도는 알다시피 쌀이나 밀 농사는 잘 안 되는 지역이다.

서울의 만둣집은 외식점으로 한국전쟁 이후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한말에 떡국, 만둣국을 파는 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크게 성행하지는 않았다. 돼지고기, 밀가루 등의 주재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서울에는 서울식과 개성식(둘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을 표방하는 만둣집이 성업 중이다. 주로 만둣국 형태로 제공한다. 맑은장국을 만들고 만두를 넣어 낸다. 맑은장국은 전형적인 서울의 요리 방법이고 외식의 핵심 아이콘이다. 그런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먹는 서울의 만두는 각별하다.

이번 명절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마다의 모양으로 만두를 빚으며 정담을 나눠보자. 다음 날 아침 첫 끼니로 소복하게 담아낸 만둣국 한 그릇에 새해 덕담을 더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새해 식탁이 완성된다.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울 속 세계 만두 즐기기
굽고, 찌고, 튀기는

만두 통해 떠나는 세계 여행 #JMT

만두 통해 떠나는 세계 여행




김치냐, 고기냐? ‘손 왕만두’

 


가메골손왕만두


남대문시장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만둣가게다. 한국 전통 방식으로 발효한 만두피는 호빵처럼 폭신하면서도 촉촉하고 쫄깃하다. 왕만두는 돼지고기 혹은 김치를 기본으로 한 두 가지 맛 으로 속이 넉넉하게 채워져 있다.

가메골손왕만두
가격 반반 왕만두 4개 4000원
주소 중구 남대문시장4길 42
문의 02-755-2569




든든한 애피타이저, ‘브릭’

 


꾸스꾸스

듀럼밀을 반죽해 만든 얇은 피에 달걀, 으깬 감자, 양파, 파슬리 등을 넣고 펼친 상태로 팬에 넣어 튀기면서 반달 모양으로 접어 만드는 브릭. 한 입 베어 물면 안쪽의 달걀 반숙이 고소한 맛을 더하는 튀니지 가정식 메뉴로, 무슬림의 라마단 기간엔 꼭 먹는 메뉴다 .

꾸스꾸스
가격 브릭 1개 8000원
주소 종로구 자하문로5길 16-2
문의 02-6357-5762




접어서 지져 내는 ‘궈톄’

 


천진포자


중국의 만두, 그중에서도 톈진에서 즐기는 궈톄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지짐 만두다. 궈톄는 모양이 특이한데, 위쪽만 살짝 여미고 양쪽은 열린 형태다. 부추와 돼지고기의 육즙이 풍부한 만두소와 노릇하게 구워낸 바닥면의 궁합이 좋다.

천진포자
가격 지짐 만두 6개 7500원
주소 종로구 창의문로 133
문의 02-391-4639



빵과 만두 사이, ‘바오’

 


바오바


찜기에 찐 만두빵 위에 다양한 재료를 얹어내는 바오는 대만의 길거리 음식이다. 중화요리에서 쉽게 접하는 꽃빵과 비슷하지만, 좀 더 부드럽고 찰진 느낌의 스팀 번이다. 풍성한 속 재료가 특징으로 돼지고기부터 새우튀김까지 다양해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바오바
가격 바오 1개 5900원(2개씩 주문 가능)
주소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1(2층)
문의 02-6012-0780



물만두처럼 삶아 버무리는 ‘라비올리’


바오바


이탈리아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주식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물만두처럼 모양을 내어 끓는 물에 삶아 다양한 소스에 버무려 먹는 라비올리(끝을 여미면 ‘토르텔리’)는 속 재료에 따라 소스의 궁합이 중요하다. 라비올리는 제철 재료로 속을 채운다.

카밀로라자네리아
가격 라비올리 3개 8000원
주소 마포구 동교로12길 41
문의 02-332-8622



바삭하게 튀겨내는 ‘엠파나다’


까사라티나


빵 반죽 안에 다양한 속 재료를 넣고 반죽을 반으로 접어 튀겨낸 남미 등 스페인어권 나라의 전통 요리. 보통 밀가루에 올리브 오일과 식초를 섞어 만든 반죽을 사용하지만, 버터를 넣은 파이나 페이스트리를 이용 해 튀긴 만두와 빵의 중간 정도 되는 식감을 자랑한다.

까사라티나
가격 엠파나다 1개 5000원
주소 마포구 와우산로29가길 13
문의 010-8757-7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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