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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애틋한 서울의 그날을 만나다

새롭고 애틋한 서울의 그날을 만나다>
2018.03

문화

문화 인터뷰

서울 탐험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새롭고 애틋한 서울의 그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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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탐험을 함께 한 카탈리나가
한국의 역사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친구 3명을 불러냈다.

이들과 함께 서울은 물론 한국의 옛이야기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자리에 모인 네 사람이 최종 탐험지로 선택한 곳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특별히 삼일절에 찾은 이곳은 더욱 생생한 그날의 기억 속으로 네 사람을 소환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99년 전 3월 1일

올해로 99주년을 맞이한 삼일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과거 그날의 순간을 되새겼다. 북적거리는 형무소 내부에 들어선 네 친구 카탈리나와 자미라, 시타, 그리고 카를로스. 이들은 서대문형무소를 안내하는 영문 책자를 손에 꼭 쥐고 곳곳을 꼼꼼하고 진지하게 둘러봤다.

“여기 이 작은 문은 뭐야?” 형무소 내부에 들어서자 시타가 문 하단에 뚫린 구멍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마 이곳으로 밥을 넣어주지 않았을까?” 카를로스가 대답했다. 약 100년 전, 한국이 겪은 아픔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공간에서 네 친구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때론 찡그리고, 또 때론 미소 지으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대문형무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내부에 마련한 독립투사들의 사진. 카를로스는 어린 나이에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의 사진 앞에서 유독 오랜 시간 머물렀다.

열악하고 협소한 공간에서 옥살이를 한 독립운동가들의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네 친구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체험 프로그램

이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는 삼일절의 의미인 자유와 평화 정신을 생각해볼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태극기를 새긴 가방 만들기, 태극기 모양의 쿠키 만들기, 한국의 전통 연 만들어 날리기 등이 그것. 이 가운데 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방패연 만들기.

각자 역할을 정하고 하나의 연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태극 모양 종이 위에 머릿살과 장살을 겹쳐 휘어지게 붙이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완성한 연은 형무소 뜰로 나가 직접 날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독립운동가 복장을 한 사람들이 형무소 내부를 돌며 방문객들과 기념사진을 찍자, 자미라는 “저 사람들이 외치는 ‘만세’가 무슨 뜻이야?” 하고 물었다. “자유를 원한다는 뜻이 아닐까?” “자유 너머의 평화를 바라는 것 같아.”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낯선 타국, 한국을 향한 이해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운동가 복장을 한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카를로스와 시타. 두 사람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따라 부르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10월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개소한 이후, 해방 때까지 한국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 등이 수감된 장소다. 해방 후에는 서울구치소로 이용하며 민주화 운동과 관련 있는 이들이 투옥되기도 하는 등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대표적 역사 장소로 손꼽힌다.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후, 1998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개관해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자유·평화 수호 정신을 기리는 교육 현장으로 운영 중이다.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들이 실제 수감된 11~12옥사에서는 옥사 구조는 물론 직접 감방 안에 들어가 수감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독립운동가의 공을 알리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선정한 이달의 독립운동가 기획 전시를 상설 개최하고 있다.

주소
서대문구 통일로 251 독립공원
입장료
일반 3,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 6세 이하 및 65세 이상, 장애인·국가유공자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휴관), 매년 1월 1일, 설ㆍ추석 당일

외국인 서울 시민, 시민청을 찾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둘러본 후 네 사람이 향한 곳은 시 민청. 서울시청 지하에 자리한 시민청에서도 삼일절을 기념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열려 시민에게 독립 만세 운동 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흰색과 검은색, 빨간색과 파란 색 무궁화 모양의 종이를 오려 거대한 태극기를 만드는 작 업에 카를로스와 시타의 시선이 멈췄다. 두 사람은 각자 자 신들의 언어로 ‘평화’라는 글을 적어 태극기를 완성하는 일 에 동참했다. 자미라도 태극기를 구성하는 각각의 의미를 설명 들은 후 색칠해보기도 했다. 완성한 태극기를 흔들며 연신 “아름답다”고 말하는 자미라. 모두 자라온 환경도, 서 울을 찾은 이유도 제각각 다르지만 서울 시민의 일원으로 이 도시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와 견주 어도 부족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청에서 진행한 태극기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시타와 카를로스. 두 사람은 각자 자국 언어로 ‘평화’라는 글자를 적었다.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전시회 구경

위안부 피해자를 꽃으로 표현한 작품이 시민청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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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주변 즐길거리,
“여기 어때?”

3월호 서울 탐험에 나선 외국인 네 사람,
이들이 관심을 보인 다른 장소들은 과연 어디였을까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합니다!


서대문구 영천시장

#먹거리 - 영천시장

서대문구 영천시장

60여 년 역사를 가진 영천시장은 먹거리의 절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한줄로 길게 이어진 약 300m 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주전부리들을 맛볼 수 있는데, 특히 이곳에서 유명한 건 떡. 다양한 떡볶이부터 인절미를 포함한 떡까지, 쫄깃쫄깃한 식감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주전부리 여행지 7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주소
서대문구 성산로 704
찾아가는 길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도보 5분

#볼거리 - 이진아기념도서관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딸을 기억하기 위해 그 가족들이 기부한 건립기금으로 서대문구립도서관이 탄생했다. 딸의 이름을 따 이진아기념도서관으로도 불린다. 평소 책을 좋아한 이진아 양의 생일에 개관한 이곳은 개인적인 슬픔을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로 옆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의 어울림을 위해 비슷한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으며 외관 역시 과하지 않은 것이 특징. 지역민은 물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잠시 쉬며 독서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곳.

주소
서대문구 독립문공원길 80
찾아가는 길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도보 11분

#누릴거리 - 독립근린공원/독립문

서대문구 독립문

대한민국 사적 제32호 독립문이 위치한 공원. 한양에서 의주로 이어지던 길의 출발지점이기도 한 영은문을 허문 자리에 독립문을 세웠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발간된 독립신문 발간자인 서재필 선생이 건립을 주도했다. 대한제국 시대 당시 독립협회의 본사 역할을 했던 '독립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독립근린공원 북쪽으로는 순국선열추념탑도 마련되어 있다.

주소
서대문구 통일로 247
찾아가는 길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새길거리 - 서울역사박물관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전시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전경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서울도시역사박물관으로 2002년 5월 개관했다. 서울의 유물은 물론 도시유적과 역사가옥 등을 보호하고 전시하고 있으며 새문안로 본관 외에 한양도성박물관, 백인제역사가옥, 경희궁 내 분관 등으로 구성되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 대해 이해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장이자, 서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둘러볼 만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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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탐험 4인 4색 인터뷰


자미라, 시타, 카를로스, 카탈리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미라

우즈베키스탄 국기

Q 서대문형무소에서 소개하는 독립투사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일본군에 맞서 싸운 인물들이 거의 젊은 세대였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젊다는 건 이데올로기의 상황 속에서 언제나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독립을 외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며 존경심이 저절로 생기더라고요.

Q 시민청 프로그램 중 하나로 태극기를 색칠해보는 체험을 했죠. 어땠나요?

태극기의 의미를 듣고 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날 저녁 궁금한 마음에 위키피디아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기도 했지요. 우즈베키스탄 사람과 한국인은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저희 나라도 한국과 같은 의미로 국기에 흰색을 사용하고 있고요. 우즈베키스탄 국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인도에서 온 시타

인도 국기

Q 한국의 삼일절처럼 나라마다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날이 있는 것 같아요.

공감해요. 인도 역시 영국에 의해 100년 동안 식민지화된 경험이 있어요. 자유를 위한 싸움은 조국과 다음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목숨을 바쳐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한국의 삼일절이 더욱 와닿은 것 같아요. 모든 성공 뒤에는 실패와 희생이 따른다고도 생각했고요.

Q 서울에서 둘러본 곳 중 인상에 남는 곳은 어디였나요?

광화문광장이 특별했어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라서가 아니에요. 그곳에 한국의 역사가 담겨 있고, 그만큼 중요한 곳이란 걸 알기 때문이죠. 왕이 궁궐 안에서 바라보던 장소도 광화문광장이잖아요. 또 임진왜란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과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동상은 저에게도 매우 위엄 있게 다가와요.

파나마에서 온 카를로스

파나마 국기

Q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볼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어요. 감옥은 원래 나쁜 사람을 위한 곳이지만, 서대문형무소는 주로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갇혀 있던 곳이잖아요. 공정하고 더 나은 삶을 원한 사람들이 갇혀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숙연해지더군요.

Q 서대문형무소에는 많은 체험 프로그램이 있었죠. 가장 인상적인 건 뭐였나요?

대부분의 범죄자는 적당히 큰 공간에서 여럿이 지내요. 그런데 서대문형무소는 내부를 둘러보니 아주 작은 공간에서 혼자 있게끔 되어 있더라고요. 고시원보다도 더 작은 공간에서 말이에요. 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인물 중 소녀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적극성에 매우 놀랐어요.

루마니아에서 온 카탈리나

루마니아 국기

Q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볼 때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걸 여러 번 봤어요. 무슨 생각을 했나요?

서울에서 여러 곳을 방문해봤지만 서대문형무소는 처음이었어요. 처음에는 독립을 꿈꾸던 사람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감옥에 갇혀 지낸 그분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무섭기도, 슬프기도 했어요.

Q 오늘 하루 태극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체험을 했는데요, 어땠나요?

저는 한국의 국기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색상뿐만 아니라 모양까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아주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국민은 국기를 볼 때마다 자랑스럽겠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연간 서울 방문 외국인 수 1,300만 명 시대. 서울을 찾는 외국인은 전형적인 관광보다 좀 더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원한다. <서울사랑>이 그들과 함께 ‘서울 탐험’을 시작한다.

제민주 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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