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월대가 복원되어 시민들에게 ‘월대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이제 이곳은 우리의 역사성을 회복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광화문 월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8월 발굴 조사로 시작한 광화문 월대 복원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함께 완성했다. 이제 이 일대는 역사와 문화를 갖춘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시민들을 초대하고 있다.
월대란 무엇인가
월대는 궁궐이나 건물 앞에 놓인 넓은 기단으로, 조선 시대에 왕과 백성이 소통하던 공간이다. 그동안 광화문 월대 일부는 그 앞 도로 아래 묻혀 있었는데, 고종의 경복궁 중건 과정을 모두 기록한 경복궁영건일기>와 이후의 사진 자료 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는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한 기단석(건물을 짓기 위해 터를 다진 후 터보다 한 층 높게 돌 로 쌓은 단)과 계단석 그리고 난간석(건축물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는 석물)을 두르고 내부를 흙으로 채워 만든 건 축 구조물이다. 고종 연간 월대 축조 이후 변화 과정이 있었다. 처음 월대 축조 당시는 남쪽에 경계가 나뉜 3개의 계단이 존재했고, 월대의 평면 형태는 역철자형이었다. 이후 중앙의 어도(御道; 임금이 다니는 길) 계단지가 경사로로 변화하 는 등의 변형이 있었고, 1920년대에는 통의동과 안국동 방향으로 전차 선로가 복선화되면서 월대가 파괴되고 난간 석 등이 철거되었다. 광화문 월대 복원은 일제에 의해 훼손된 우리의 역사 · 문화적 공간을 회복하고, 우리 민족의 역 사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의미를 지닌다.
월대를 복원한 것은 본래 우리의 역사이자 유산 그리고 우리의 정기를 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역사의식을 바로 세운 현장을 직접 마주하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계속될 경복궁 복원도 고증을 통해 차질 없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저희 또래에게 경복궁은 항상 매력적인 데이트 코스로 꼽혀요.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역사적 장소를 거닐며 즐겁게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데다 한복을 입고 오면 무료라는 것도 너무 좋아요. 좋은 추억을 쌓기로 한 날 월대마당까지 구경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광화문 앞이 더 넓어져서 광화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변화
광화문 현판
경복궁 중건에 대해 기록한 <경복궁영건일기>와 과거 고증 사진 및 전문가 자문 을 토대로 광화문 현판을 재제작했다. 현판 바탕과 글자 색은 ‘묵질금자(墨質金字;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이며, ‘光化門(광화문)’ 글자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 대장인 임태영이 썼다. 이는 도쿄대학교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이 소장한 유리 건판 사진을 통해 확인했다. 알판에 양각으로 글자를 각자했으며, 동판으로 글자를 오린 후 아말감 도금 기법(수은에 금을 녹인 아말감 을 금속 표면에 칠한 후 수은을 증발시켜 표면에 도금)을 적용했고, 글자를 동못으로 고정했다.
光化門 懸板 書寫官訓將林泰榮 墨質金字 以片銅爲畵 十品金四兩重塗之 銀匠 金景 祿 崔泰亨 金友三 等所願納 (『景福宮營建日記』 三, 乙丑年 十月 十一日)
광화문 현판 서사관은 훈련대장 임태영이다.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다. 동판으로 글자를 만들고 가장 좋은 금 넉 냥을 발랐다. 은장 김영록, 최태형, 김우삼이 원납했다(『경복궁영건일기』, 을축년(1865, 고종 2) 10월 11일).
해치상
해치는 옳고 그름을 가린다 는 상상 속 동물로, 예로부터 화재 나 재앙을 막는 신수(神獸)로 여겨져 궁궐이나 절 등 중요한 시설에 세워졌다. 본래 광화문 월대 앞 양쪽 에 각각 세워져 있었다는 기록을 참 고해 자리를 옮겼다.
난간석
동구릉(경기도 구리시)에서 보관 중이 던 원래의 난간석 부재 등 50여 점을 되 살려 본래 모습과 가깝게 복원했다.
서수상
월대 어도의 가장 앞부분을 장식 하던 서수상(瑞獸像; 상상속 상서로운 동물상)으로 추정되 는 석조각 2점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해당 석조각은 문화재청이 발굴 조사를 통해 확인한 소맷돌(돌계단 옆면의 마감돌) 받침석에 윗부재를 앉히 기 위해 가공한 부분의 모양과 크기가 동일하고, 형태와 규격 · 양식 등이 사진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되는 과거 광화문 월대와 일치해 고종 대 월대 건립 당시 사용된 부재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민들에게 공개된 월대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광화문광장은 2021 년 6월 발표한 ‘광화문광장 보완 · 발전계획’ 에 따라 재구조화 사업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되찾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광장의 역사성 을 되새기고, 역사 문화 스토리텔링을 더해 광장 주변과의 연계 활성화를 목표로 광화문 월대 · 해치상 · 매장문화재 복원 등에 집중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5일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을 통해 시민들에게 처음 월대를 공개했다.
저는 월대 복원과 월대마당 조성을 누구보다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마주하니 광화문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제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월대는 예로부터 백성과 소통하는 공간이었다고 하는데, 앞으로 그 의미를 받들어 이곳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월대마당 주변에서 함께 즐기자!
‘광화문광장 보완·발전계획’에 따라 월대와 육조거리를 복원하면서 광화문광장은 역사 문화 스토리텔링 기반의 즐길 거리는 물론, 광장주변과 연계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 공간으로 자리 잡은 광화문광장.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 및 전시를 소개한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
조선 시대 수문장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사대문인 흥인지문, 숭례문 등 도성과 궁궐을 지키는 책임자였다. 2002년부터 이어진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조선 시대 왕실 호위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전통 행사로, <조선왕조실록> 예종(睿宗) 1년(1469) 수문장 제도의 시행 기록을 근거로 재구성해 복식과 무기 등을 복원하고 조선 전기(前期) 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수문장 교대 의식
일 2회 진행(오전 10시, 오후 2시), 소요 시간 20분
광화문 파수 의식
일 2회 진행(오전 11시, 오후 1시), 소요 시간 10분
광화문광장 사헌부 문터
사헌부 문터 전시장은 이 일대를 발굴하며 나온 매장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전시장이 조성된 장소는 사헌부가 있던 곳으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 배수로와 우물, 사헌부 청사의 담장과 출입문 터, 행랑 유구(遺構) 등이 확인되었다. 전시장은 지상에서 대략 1.2m 아래 공간에 자리하며, 지붕은 한국 전통 가옥의 처마 곡선을 살리고 기둥은 인근 나무와 비슷한 두께와 높이로 만들어 기둥 사이로 광화문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글 임산하 사진 한유리 자료 문화재청,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