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지닌 힘과
취향을 소비하는 문화가 어우러져 가능한 것이다.
팝업 스토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팝업 스토어도 함께 살펴보자.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말한다. 웹사이트의 떴다 사라지는 팝업 창과 비슷하다 하여 ‘팝업’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그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미국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이 신규 매장을 설치하지 못해 마련했던 임시 매장이 의외로 성공을 거두자 다른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생겨난 개념이 바로 팝업 스토어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부터 화장품업계와 유통업계의 주도로 팝업 스토어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그 이후로 10년 넘게 지난 지금 팝업 스토어는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브랜드
이제 하나의 ‘핫 플레이스’가 된 팝업 스토어. 이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 그들에게 즐거운 놀이터이자 트렌드를 경험하는 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실제로 대학내일에서 운영하는 트렌드 미디어 ‘캐릿’에서 올 초 Z세대 2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팝업 스토어 관련 설문 조사에서 97.2%가 팝업 스토어 방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팝업 스토어 방문 후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했나요?’라는 질문에는 81.6%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수동의 한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대학생 수현 씨는 “단지 외관이 눈에 띄어서 입장하게 되었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공간을 경험하다 보니 이 브랜드의 철학에 대해 알게 되어 제품에도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것이 팝업 스토어의 핵심 전략이다. 여러 체험을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와 더욱 가까워지게 해 브랜드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는 것. 여기에 포토존을 설치해 SNS를 통한 홍보 효과도 높인다. 이 팝업 스토어의 매니저는 “공간을 기획할 때 고객 경험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었다”며 “제품과 접목한 공간이지만, 제품만을 앞세우기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공간의 힘’, 즉 ‘공간력’이다. 공간력이란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뜻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외부 활동을 막았지만, 역설적으로 현실 공간에서의 활동에 대한 동경을 이끌었다. 대면이 가능해지면서 소통할 수 있는 매체로서의 공간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공간은 잡지”라고도 표현했다. “공간은 단순히 브랜드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매체”라는 것이다. 팝업 스토어는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브랜드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누구나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채워진 공간에서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며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제품을 소비하고 취향을 완성하다
2025년 전 세계 팝업 스토어 시장 규모는 127조 원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평균 일주일 정도 문을 여는 데 수억 원의 운영비가 들어감에도 소비자에게 각인 효과가 커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10월 15일까지 운영했던 ‘메이플스토리 월드 투어’ 팝업 스토어는 사전 예약이 5분 만에 마감되었고, 오는 11월 26일까지 운영하는 ‘닌텐도 팝업 스토어 in 서울’은 사전 예약이 매진되지 않은 시간대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이미 명실상부한 기업들은 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일까.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거나 홍보를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굿즈 판매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때 우리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한정판’이다. 한정된 기간과 공간에서 운영되는 팝업 스토어에서는 제한된 수량의 한정판 굿즈를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디깅 소비’다. 디깅 소비는 채굴하듯 땅을 파내는 것을 뜻하는 ‘디깅(Digging)’ 과 ‘소비’를 접목한 용어로, 자신이 몰두하는 영역 안에서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스스로의 행복과 만족에 집중해 소비하는 MZ세대의 ‘취향 소비’로도 볼 수 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연수 씨는 “영화 <슬램 덩크>를 보고 푹 빠져서 올해 초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에 다녀왔다. 오픈 런을 해서 유니폼과 피겨 등 다양한 제품을 사왔는데, 몇십만 원을 쓴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취향을 완성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영화·드라마, 패션, 식품, 게임 등 자신의 취미 생활에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에 집중하는 것이 팝업 스토어를 더욱 경쟁력 있는 문화로 만들고 있다.
이런 팝업 스토어는 어때?
오픈 런과 사전 예약 등으로 팝업 스토어에 쉽게 접근하지 못해 아쉬워할 이들에게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팝업 스토어의 유형도 경험하고, 재밌게 즐길 거리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요넥스 테니스 라커 룸
테니스를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다. 팝업 스토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라커 룸처럼 꾸민 공간과 요넥스에서 선보인 애니메이션 콘셉트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어 가볍게 들어가 둘러보기 좋다.
기간 11월 22일까지
주소 성동구 성수이로 77
순후추네
‘순후추네’라는 이름에서 이미 연관된 브랜드가 떠오르게 하는 이곳은 냉동 삼겹살 외에도 분식집 후추 진라면 등의 다양한 협업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재미있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기간 2024년 1월 10일까지
주소 강남구 선릉로155길 23-4 2층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 서울
영화 <해리 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곳! 국내 유일의 <해리 포터> 공식 팝업 스토어로, 영화 속 그래픽 소품을 직접 디자인한 영국 디자이너들의 스토어라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간 2024년 9월까지(예정)
주소 강남구 선릉로62길 5
서울의 팝업 스토어 성지
서울시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바로 K-뷰티 팝업 스토어. 경쟁력 있는 중소 뷰티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K-뷰티를 게임하듯 경험하는 체험형 공간과 셀프 메이크업을 한 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 존도 준비되어 많은 이가 직접 제품의 질을 확인하고 추억도 만드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기서 팝업 스토어가 열린 장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뷰티 팝업 스토어는 7월 14~16일 성수를 시작으로 8월 24~27일에는 여의도(더현대 서울), 9월 21~23일에는 동대문(DDP)에서 진행했는데, 이 세곳은 모두 서울의 ‘팝업 스토어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외에 많은 이가 모이는 강남에서도 다양한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DDP
DDP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DDP 어울림광장에서 ‘2023 농심 안성탕면 두 번째 스무 살’ 팝업 스토어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특히 ‘안성탕면체’를 개발한 윤디자인그룹이 함께 참여해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개성과 예술성 등을 알렸다. DDP는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으로, K-컬처와 K-푸드 등에 대해 알리는 다양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열자 열광한 건 MZ세대였다. 더현대 서울은 일명 ‘쇼루밍족(오프라인에서 상품만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이들)’으로 불리는 MZ세대를 타깃층으로 한다. 이들의 물품 소비력이 아닌, ‘트렌드 소비력’에 주목한 것. 특히 기존 백화점과는 다른 종류의 편집매장 등을 내세우고, 과감하게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더욱더 인기를 끌고 있다.
성수
여러 제조업체가 모여 공업지대를 형성했던 성수동에는 오래된 공장 건물을 개조한 카페, 공방 등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로컬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성수동은 MZ세대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골목으로 자리매김했고, 기업들의 새로운 타깃층이 된 MZ세대가 모이는 곳이 팝업 스토어 성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실제로 성수동거리는 다양한 팝업 매장으로 넘쳐나며, 이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붙어 있는 ‘팝업 매장 상담’ 등의 문구가 증명한다.
강남
대도시의 마천루를 감상할 수 있는 테헤란로부터 맛집과 편집매장 등이 모여 있는 가로수길, 명품 매장이 즐비한 청담동 거리와 다양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 도산대로, 복합 쇼핑몰 코엑스까지 강남구는 번화한 서울의 도심을 만끽할 수 있어 언제나 유동 인구가 많고, 그렇기에 상권이 발달했다. K-팝 아이돌의 소속사나 연습실 등 해외 팬들이 들러야 하는 성지도 가득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글 임산하 사진 한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