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요즘, 탁 트인 공간에서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는 캠크닉이 대세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울의 감성 캠크닉 장소를 눈여겨보자.
소풍 가듯 손도, 마음도 가볍게 떠나는 캠핑
깊어가는 가을 정취만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캠크닉’이 인기다. 캠크닉은 ‘캠핑’과 ‘피크닉’을 합친 신조어로, 소풍을 가듯 도심 근교에서 가볍게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캠핑과 피크닉의 경계에 있어 먹고 즐기면서 캠핑 특유의 감성은 온전히 누리지만, 소풍 다녀오듯 하루만 즐기다 오기에 더 간편하다. 잠을 자지 않아 캠핑보다 챙길 짐이 간단하고, 피크닉보다는 좀 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간을 보내기 좋다. 캠핑과 피크닉의 장점만 쏙쏙 골라 취할 수 있는 것. 또 멀리 떠나지 않고도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줄어서 속상했는데, 가까운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싶어 캠크닉을 시작했어요.” 김도현·한지우 커플도 그런 이유로 캠크닉 마니아가 됐다. 지난해부터 주말을 이용해 캠크닉을 시작했다는 이들은 주로 반포한강공원, 노을공원 등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긴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 랜턴 등 캠크닉용품을 구입하면서 캠크닉에 푹 빠졌다고.
홍보 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임도현 씨는 주로 혼자 캠크닉을 즐기는 ‘나 홀로 캠크닉족’이다. 그가 전하는 캠크닉의 매력은 가까운 곳으로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이 없다는 것. 오늘은 한강달빛야시장도 구경할 겸 모처럼 친구들과 반포한강공원을 찾았다. 그는 야시장의 낭만을 백배 즐기기 위해 인근 잠원동의 캠핑용품점에서 캠크닉 장비를 대여했다. 대여한 ‘별빛캠크닉세트’에는 기본 캠핑 장비는 물론, 조명 2개와 담요,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포함되어 있다. 세빛섬과 불을 밝힌 야시장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텐트와 테이블을 펼치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쳇 베이커의 재즈를 듣고 있으면 센강이나 템스강이 부럽지 않다.
별빛 보는 루프톱부터 캠핑 감성 도서관까지
캠크닉은 단순한 여가, 취미에서 라이프스타일이자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독서가 취미인 김민정 씨는 아주 특별한 장소로 캠크닉을 떠난다. 그가 선택한 곳은 중구 만리동의 손기정 체육공원 내에 있는 손기정문화도서관. 도서관 2층으로 올라가면 독서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캠핑존’이 있다. 캠핑존은 캠핑 콘셉트로 꾸민 여행 서적 중심의 서재로, 마치 외부에 나와 여행을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이야말로 안전하게 캠크닉을 즐기기에 정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공간별로 다른 향기를 더해 사실적 느낌을 더한다. “캠핑존에 앉아 여행책을 읽고 있으면 묵직하게 느껴지는 파촐리 향에 싱그러운 비자나무 향이 더해져 마치 깊은 숲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캠크닉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여의도한강공원이나 반포한강공원 등지에는 주말 최고의 데이트 코스인 한강달빛야시장을 즐기기 위한 캠크닉족이 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감성적인 캠핑용품을 대여해 배달 음식이나 야시장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는 것이 트렌드다. 근사한 캠핑 테이블을 차려놓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스낵 타임을 가지면서 아름다운 한강을 조망하다 보면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없다. “자기 영혼의 재산을 증식시킬 시간이 있는 사람은 참휴식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올가을, 가벼운 차림으로 캠크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캠크닉 마니아는 필독! 서울의 캠크닉 명소 3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한강공원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캠핑장으로, 총 155면이 있다. 자갈형과 덱형으로 구성된 일반 캠핑 존 83면, 잔디밭에서 즐기는 프리 캠핑 존 36면, 글램핑 존 5면과 바비큐 존 26면, 캠프파이어 존 5면 외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실개천·매점 등 편의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서울시 대표 캠핑 명소로 쾌적하고 다양한 시설에서 캠크닉을 즐길 수 있다.
위치 마포구 한강난지로 28(난지한강공원 내)
문의 02-373-2021(전화 문의는 오전 9시~오후 6시)
인디언소울
날도 선선해지고 놀러 가고 싶은데 멀리 가기엔 부담스러울 때 방문하면 좋은, 도봉산역 근처에 위치한 캠핑 식당으로 텐트 안에서 완벽한 캠핑 기분을 낼 수 있다. 다른 텐트와도 거리가 멀어 프라이빗한 느낌이다. 2인·3인·4인 세트 등 연인이나 친구, 가족 단위로 즐기기 좋다.
위치 도봉구 도봉산길 12-15
문의 02-955-3977, 010-9845-3077
부우이
뚝섬역과 서울숲 부근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와인 바. 회색 일색인 공장 건물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2층 건물 옥상에 위치한다. 너른 잔디밭에 알록달록한 캠핑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선선한 가을바람을 쐬며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위치 성동구 서울숲2길 16-12 2층
문의 0507-1335-5986
MINI INTERVIEW
이은경 (손기정문화도서관 관장)
“캠핑 콘셉트로 꾸민 공간은 저희 도서관의 핫 플레이스입니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이국적 공간에 반해 찾는 분이 많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책과 함께 떠나는 캠크닉이라고 할까요.”
임도현
“예전에는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주말을 보냈는데,
캠크닉에 눈뜨면서 종종 야외로 나와요.
멋진 풍경과 즐거워하는 사람들,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하니 정말 좋네요.
이만한 피크닉이 또 있을까요?”
김도현 & 한지우
“어디든 캠핑 테이블과 의자만 펼치면 그곳은 우리만의 공간이 돼요.
잠깐이지만 자연과 가까이하면서
정서적 안정과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캠크닉의 매력입니다.”
글 임지영 사진 정지원, 이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