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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살아 움직이는 용리단길

오늘도 살아 움직이는 용리단길>
2021.06

여행

취향의 발견

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오늘도 살아 움직이는 용리단길

음성·문자 지원

용산 골목길에 무슨 일이?

원래 무슨 길이라는 말은 가로수길로 대중의 취향을 확실히 끌었다. 경리단길이 생기고 ‘?리단길’이라는 말이 유행이 된 건 다 아는 사실. 홍대의 변방 격이었던 망원동 조차 망리단길이 생겼다. 대중은 예리하고 유머가 넘친다. 그러면서 실리적이고 냉정하다. ‘힙’한 ‘핫플(레이스)’도 맘에 안 들면 금세 등을 돌린다. 유행을 만들고, 좇아가고, 뒤집는다. 용리단길은 지금 그런 시각에서 가장 ‘핫’하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대형 음식점도 들어섰다. 기왕이면 젠트리피케이션(낙후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이 없고, 기획 부동산 안 뜨고, 젊은 장사꾼들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이 되고, 지역 주민들과 잘 지내는 동네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 같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내려 걸어와도 되고, 신용산역에서 바로 들어와도 된다. 용산우체국은 원래 초대형 우체국 중 하나였다. 여전히 크다. 하역장에서 택배와 우편물을 싣고 내리는 직원들이 바쁘다. 그 근동이 용리단길의 메인이다. 입소문 탄 가게들, 주로 식당과 카페, 술집이 빼곡하다. 원래 이 지역은 국방부와 육군본부, 태평양그룹, 국제그룹 등의 직장인이 드나들면서 꽤 오랜 노포들이 생성된 동네다. 음식 맛 좋고 정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 적산(敵産) 가옥이 꽤 있을 정도로 도심 속의 오랜 변방이었다.

골목의 새로운 신화를 쓰다

대부분의 ?리단길이 그렇지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큰 몫을 했다. 광고할 여력이 없는 젊은 셰프와 사업자들이 재기 발랄한 홍보와 입소문을 탈 수 있는 통로다. 돈은 없지만 능력 있고 꿈 있는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 누구라도 사람들을 매혹시킬 자신이 있으면 ‘뜰’ 수 있다. 용리단길에는 그런 가게들이 즐비하다. 용리단길 초창기에 본토 느낌 물씬 나는 베트남 식당을 열어 크게 히트 친 남준영 셰프는 이렇게 말한다. “저도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진심은 통한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큰돈 없이, 에너지와 상상력으로 시작한 가게거든요. 저 말고 다른 셰프들도 비슷해요.” 가게들의 구색 또한 용리단길은 차별적인 면이 보인다. 가게마다 솜씨가 충분하며, 창의적인 공간으로 꾸며놓는다. 양식을 팔아도 평범한 버거와 파스타가 아니라 한 번씩 비튼 메뉴를 선보이며, 중식 역시 홍콩 거리에서 맛보던 현지풍의 메뉴를 낸다. 이런 파격은 용리단길에서 가능한 일이다. 저변이 넓지 않은 대신 더 충실한 조리법을 내세운다. 이런 태도가 용리단길 셰프들의 기본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용리단길이 서울에, 그중에서도 용산에 자리 잡은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도심인데도 오랫동안 지명도에서 소외되어 있던 이 별난 동네는 서울에서 어떤 곳이었을까. 조금 먼 옛날 얘기지만, 서울은 언제부터 서울이었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가 뚝딱 지금의 서울 땅을 수도로 정했을까? 물론 아니다. 이미 고려 시대에 서울은 주요 도시였고, 천도 얘기가 있었다. 개성보다 서울이 더 낫다는 주장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은 풍수를 모르는 이가 봐도 완벽한 지형, 경제성, 기후를 갖춘 지역이다. 삼각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자연스레 수로(청계천 줄기들)를 형성해 오염을 해소하는 동시에 물을 공급하며, 게다가 한강은 엄청난 용수와 외적(남으로부터 쳐들어오는 왜) 방어에 유리했다. 북쪽의 외적이 조선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험한 서부지역의 고개를 넘어야 했으며, 서울을 둘러싼 산에 산성을 쌓아 자연과 인공의 이중 방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여튼 이러한 이점으로 서울은 조선의 수도로 낙점되었다.

“상전벽해라는 말은 이럴 때 가장 어울린다. 용리단길 말이다.
용산 미군부대가 이전하면서 골목엔 새로운 활기가 넘친다.”

홍콩 현지 느낌이 나는 식당 ‘꺼거’의 주방.

넉넉하게 품어내는 용산 골목길

그렇다면 용산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사실 용산은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도성으로 묶이지 않았다. 성저십리(城底十里)라고 하여 주요 4대문부터 밖으로 10리 정도까지만 한양의 경계로 삼았다. 용산은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용산에는 일제의 조선주둔군사령부가 있었으며, 이는 나중에 적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미군정의 주요 부대가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용산은 해방 후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다. 호남선의 출발역으로 삼은 용산역이 있었고, 철도청의 주요 시설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용산역 건너 용산시외버스터미널이 오랫동안 자리 잡으면서 교통의 핵심 거점으로 용산의 위상을 확인해주었다. 위쪽으로는 미군 사령부가 있어 권역을 넓혀갔다.

용리단길은 오늘도 사람들로 붐빈다. 30년을 훌쩍 넘긴 노포 칼국숫집부터 개성 넘치는 신상 카페와 식당이 손님을 맞이한다. 흥미로운 건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가족 단위’나 ‘중장년’도 얼마든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용리단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용리단길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남준영 셰프와 박찬일 작가.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당신을 위한 먹킷 리스트

여권 없이도 신나게 떠나요~
취향 따라 선택하는 신당동 #즉떡맛집

꺼거

#홍콩 #중경삼림의한장면

좁지만 활기 넘치는 홍콩의 어느 작은 골목길에서 만날 법한 이곳은 커다란 불길이 치솟는 주방과 음식을 즐기는 이들 그리고 실내에 흐르는 오래된 홍콩 영화의 음악이 감성을 자극한다. 사진으로 된 메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새콤달콤하면서도 불 맛이 강한 음식은 일반적인 중국 음식과 차별화된 맛을 자랑한다.

  • 메뉴 원앙볶음밥, 쏸라펀, 꺼거비빔면
  • 주소 용산구 한강대로48길 10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휴식 시간 오후 3시~5시 30분, 월요일 휴무)
  • 전화 인스타그램 @wearegege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이탈리아 #포카치아피자

이탈리아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포카치아. 얼핏 보기엔 피자와 비슷하지만, 폭신한 빵 위에 햄이나 버섯, 향신 채소 등을 올려 구워낸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낱개 포장이 가능해 용산가족공원이나 한강공원으로 나들이 갈 때 포장 음식으로 제격이다. 시원한 아페롤 스프리츠와 질 좋은 치즈, 프로슈토 등도 인기 있다.

  • 메뉴 마리나라, 프로슈토와 루콜라 샌드위치
  • 주소 용산구 한강대로46길 11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 전화 070-4271-3377

효뜨

#베트남 #용리단길슈퍼스타

용리단길의 시초로 불리는 이곳은 그야말로 SNS 스타 맛집이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1·2층의 넓은 테라스 덕분에 사진발 잘 받기로 소문나 있으며, 베트남식 쌀국수와 튀긴 달걀은 이곳의 베스트셀링 메뉴다. 저녁에만 즐길 수 있는 매콤하면서 시원한 해산물 쌀국수는 물론이고, 닭 목살튀김과 베트남 북부식 만두튀김은 놓치지 말 것.

  • 메뉴 신용산 국밥, 파파야 샐러드, 쌀국수
  • 주소 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6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휴식 시간 오후 3시~5시)
  • 전화 02-794-0526

#TMI NEWS 별책 부록

라오스_라오삐약(@laopiak)

맥주 안주로 추천하는 낭까이(닭 껍질튀김), 파파야 샐러드

영국_어프로치(@approachcoffee_)

영국 어셈블리 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올데이 브런치 맛집

멕시코_버뮤다삼각지(@bermudasamgakji)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퓨전 멕시칸 메뉴가 다양

미국_범스피자(@bums_pizza)

넉넉한 양의 미국식 피자와 절대 궁합 피자

※ 식당 방문 시 마스크 착용과 출입자 명단 기입,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잊지 마세요.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양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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