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늘고 있다. 반려동물 가족을 뜻하는 ‘펫밀리’는 코트라(KOTRA)에서 발간한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정서적으로 기댈 ‘누군가’로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그 이유다. 서울의 펫밀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04년 17.4%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6년 20.4%를 기록했다. 야외에서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의 활동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캣맘은 단순히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는 것뿐 아니라, 사람과 길고양이의 자연스러운 공존을 위해 관련 규칙과 정책을 정립하는일에도 힘쓴다.
동물과 한집살이를 하는 ‘펫밀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동물을 평생 함께할 반려동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사람에게 상처 입은 동물을 아끼고 보듬으면 그들은 반드시 기쁨을 되돌려준다.
봉사 활동으로 체험해보는 반려동물과의 일상
작은 동물이라도 하나의 생명체를 거두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반려동물이 없을 때의 일상에서 일정 부분은 포기해야 할 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사료비에 기본 접종비도 무시할 수 없으며, 늙고 병들어 상당한 치료비가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적·경제적 여건을 갖춰도 다른 가족의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과 같이살 수는 없지만 밀접한 관계를 맺거나 가까이에서 돌보고 싶다면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이 사는 보호소 봉사 활동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입양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은 이에게 가장 권장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혜경 씨와 민지원 씨는 동물권 단체 ‘케어(Care)’의 입양센터 답십리점에서 강아지들을 산책시키거나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청소하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2년 전 처음 이곳을 찾은 김혜경 씨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지만 사정상 집에서 키울 수는 없기에 봉사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기쁨이 크다. 민지원 씨는 대학 시절 유기묘 보호소 봉사 활동 경험이 있고,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동물 사랑 캠페인 연극도 했지만, 어릴 때 강아지에게 심하게 물린 기억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생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해 입양센터에 어떤 강아지들이 있는지, 실제로 함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배변을 처리하는 법 등 실제 반려견과 함께하면 겪게 되는 점을미리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봉사의 이득이다. “과연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더 큰 두려움을 갖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용기를 내니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강아지들과 지내는 동안은 마음이 녹아내리듯 편안해요.”
말 못 하는 동물도 끝까지 책임져야 할 가족
김은일 케어 동물관리국 팀장은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봉사 활동을 통한 체험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반려동물과의 생활이 늘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는 물론, 사육 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도 갖춰야 한다.
<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에서 반려동물을 얻은 경위를 보면 지인을 통한 경우가 50% 이상이었고, 약 26%가 동물 판매업소(동물병원 포함), 7%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바른 사육 교육을 철저히 받는 유기동물 입양은 10% 이내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지는 동물이 연간 약 9,000마리에 이른다.
김은일 팀장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은 말 못 하는 아기를 평생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마치 물건을 고르듯 입양했다가 반려동물을 잃게 된다면 사람이 입는 트라우마는 상당하다”고 경고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결정해야 해요. 가족이 늙고 병들었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 것처럼 동물도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사정상 반려견을 직접 키울 수 없다면 입양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강아지와 일대일 결연을 맺는 방법도 있다. 케어는대부 혹은 대모를 자처한 이들의 후원금을 결연 동물의 양육과 입양 등에 사용하고, 대부와 대모에게는 결연 동물의 소식과 사진을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다.
위험에 처한 동물의 구조부터 병원 치료, 입양 전 보호까지 책임지고 있는 케어의 입양센터 답십리점 봉사자. 강아지 산책, 미용, 보호소 청소 등을 돕고 있다.
입양센터 1층의 애견 카페 ‘바로나도’에는 유기견 6마리가 생활하며, 유기견 봉사와 후원 활동을 하는 이를 대상으로 입양을 보낸다.
더불어 건강하게 놀아요! 반려견 놀이터
서울시는 반려견이 견주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인 반려견 놀이터를 광진구 어린이대공원과 마포구 월드컵공원에 조성했으며, 동절기 휴장을 마치고 오는 3월 1일 재개장한다. 월드컵공원 내 놀이터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시민 단체와 함께 하는 유기동물 입양 행사와 반려동물 교실도 운영한다. 4월 중에는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세 번째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할 예정이다.
이용 대상 동물 등록을 마친 반려견과 13세 이상 견주(13세 미만 어린이는 반드시 성인 보호자와 동반 입장)
이용 요금 무료 이용 시간 매주 화~일요일 10:00~20:00, 하절기(5~8월) 10:00~21:00
문의 서울시 동물보호과 02-2133-7657
유기묘를 새로운 가족으로 품다
유기묘들의 쉼터 ‘나비야사랑해’는 입양 전 고양이들을 임시로 보호해줄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반려동물 사육자 중 고양이 보유 가구 비율은 2004년 5%에서 2016년 14.2%로 크게 늘었다. 마치 유행처럼 번진 반려묘 열풍에는 유기묘 증가라는 어두운 이면도 자리한다. 용산구에 위치한 유기묘 보호소 ‘나비야 사랑해’에서 유기묘 입양을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강민정 씨와 나눈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유기묘 보호소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보호소 청소 등의 봉사로 시작해 현재는 주로 유기묘 입양을 위한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어요. 포털 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메일로 입양 신청서를 받고 대면 상담 후 입양을 결정해요. 평생 지켜줄 가족을 만나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랑받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죠.
Q. 강아지와 다른 고양이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에요. 감정의 깊이와 크기도 표현할 줄 아는 신기한 면이 있어요. 사람에게 상처 입은 고양이들이 다시 사람을 믿고 따르기 시작하면서 그 마음이 조금씩 천천히 회복되는 걸 느껴요. 고양이와 함께하려면 강아지와는 다른 고양이의 습성을 잘 이해해야해요. 예를 들어 강아지에게 하듯 복종 훈련을 하거나 잘못했을 때 혼내면 고양이는 반려인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오해해 서로 멀어질 수 있어요.
Q.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와의 일상은 어떤가요?
보호소 청소 등의 봉사로 시작해 현재는 주로 유기묘 입양을 위한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어요. 포털 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메일로 입양 신청서를 받고 대면 상담 후 입양을 결정해요. 평생 지켜줄 가족을 만나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랑받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죠.
반려견과 반려묘 입양할 수 있는 곳
서울시 반려동물 입양센터 cafe.naver.com/seoulrehoming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서울 시민의 품으로 보내자는 취지에서 서울대공원 내에 마련한 서울시 제1호 반려동물 입양센터. 입양을 원하는 경우 절차에 따라 상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만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동물원 업무 지원에 따라 반려동물 입양센터도 임시 휴관한 상태다. AI 경보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문의 02-500-7979
케어 fromcare.org
현재 3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는 비영리 단체로, 1년 평균 150여 마리를 입양 보내고 있다. 입양자의 입양 요청서를 받으면 보호견의 특징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담하며, 주거 요건을 확인하기 위해 가정 답사도 거친다. 입양자는 입양 후에도 꾸준히 반려견에 대한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의 02-313-8886
아름품 www.ekara.org/introduce/cafe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Kara)’에서 운영하는 입양 카페. 어리고 예쁜 품종의 강아지·고양이 대신 상처와 아픔을 딛고 새 삶을 찾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물들이 생활하고 있다.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은 제한한다.
문의 02-313-8886
나비야 사랑해 cafe.naver.com/kittenshelter
학대 등의 이유로 외상을 입고 방치된 유기묘를 구조·치료하고 이들을 두 곳의 보호소에서 임시 보호하며 새 가족을 찾아주는 시민 단체다.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서울시의 TNR(중성화 수술)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글 안송연 사진 홍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