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작은 책방이 서울 골목골목을 채운다. 작은 책방에서는 주인의 취향으로 고른 책이 곧 내 것이 된다.
커피나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고, 독서 모임이나 강연도 열린다. 책을 매개로 발길을 불러들이고 소통의 장을 만드는 책방이 더 반가운 가을이다.
가을의 어느 느지막한 오후, 은은하게 퍼지는 불빛 아래 삼삼오오 모인 이들이 책을 읽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자’라는 의미의 ‘즐봄책봄’ 모임 회원들이다. 그들이 읽는 책은 하나같이 동화책이다. “그림책을 보는 모임인데 5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오늘은 동화 전문 책방인 ‘달달한 작당’에서 모였어요. 구비한 책의 수량이나 주제 등이 다양하고, 커피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으며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아주 좋네요.” 연남동에 자리 잡은 달달한 작당의 김민정 대표는 “이곳은 어른을 위한 쉼터 같은 공간이에요.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책은 참 예쁘고 아름답죠. 책으로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많은 이와 교감할 때 가장 뿌듯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달달한 작당에서는 동화책을 비롯해 만화, 라이프스타일 북 등 그림 위주의 책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술을 마시며 책을 보는 ‘북바이북’도 있다. 서울 상암동 미디어시티 빌딩 사이 먹자골목 어귀에 자리한 이곳은 인근 젊은 직장인과 방송국 등이 있는 특징을 살려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을 주로 다룬다. 이병률·은희경·김은희 등 작가와의 번개 모임이나 드로잉, 수채화 등 다양한 클래스를 여는 것도 눈에 띈다. 책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책맥, 혼술 책방, 심야 책방 등의 원조로도 유명하다.
추리소설만 전문으로 다루는 ‘미스터리 유니온’은 이화여대 길의 대표적 동네 책방이다. 골목길, 결이 드러나는 나무 책장과 전선이 보이는 조명 기구 등 아날로그 분위기가 책방의 정체성을 더하는 듯하다. 추리소설에 조예가 깊은 유수영 대표의 추천으로 만난 미스터리 세계가 자못 궁금해진다.
신촌역 뒷골목에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
해방촌에 있는 고요서사
술파는 책방 북바이북과 동화책 전문서점 달달한 작당
콘텐츠를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서점을 열게 됐어요. 술 파는 책방은 일본의 동네 서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책과 술을 접목한 곳이에요. 초창기부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주력했어요. 무엇보다 책에 플러스알파의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요. 기존 서점과 다른 방식으로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북바이북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큐레이션 개념으로 선별하고 있어요. 주인의 취향과 고객의 추천이라는 두 가지 조합으로 책을 결정하고 고객의 검증을 거치는 식이죠. 서로 조언하고 보완하는 관계가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동네 작은 책방이 물꼬를 트기 시작한 3년 전에 문을 연 북바이북은 지속적이고 차별화한 기획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했으며, 출판 문화 조성에 앞장섰다는 인정을 받아 올해 10월에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어요.
-북바이북 김진양 대표
퍼니플랜의 동네 서점 지도
동네 작은 책방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던 추세를 역전시키는 유쾌한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네 책방의 부활은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문화 트렌드를 반영한다. 술을 파는 책방부터 여행을 주제로 한 책만 취급하거나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책방까지 ‘취향 저격’을 노린 책방이 동네를 거점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동네 책방의 가장 큰 매력으로 공감을 꼽을 수 있다. 지식보다는 생활이나 감정 위주의 책, 주인이 직접 고른 책들로 꾸린 작은 책방이 한층 감성적이며 인간적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단순한 책방이 아니라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북파크’는 과학·지식·나눔을 모토로 카오스재단이 운영 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국내외 양질의 과학 도서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더불어 과학 강연, 과학 저자 특강, 미니 콘서트 등도 진행한다.진행한다. 수익금 전액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기부한다.
저자 특강이 열리는 북파크
달달한 작당 02-322-1933 , 마포구 양화로23길 22-7
북바이북 02-308-0831, 마포구 월드컵북로44길 26-2
미스터리 유니온 02-6080-7040,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1
북파크 02-6004-8106~7, 용산구 이태원로 294
고요서사 010-7262-4226, 용산구 신흥로15길 18-4
짐프리 02-322-1816, 마포구 양화로 156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일구는 도시 농부예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더 쉽게 이해시키고 관심을 갖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림책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이후 ‘자연’ 주제의 동화책을 전부 섭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달달한 작당이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와서 보니 책이 많고 다양하며 보기 편리하게 전시되어 있네요. 자연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다른 책도 많고요. 같이 온 어린이집 원장님들과 책을 보면서 의견도 편안히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혼자서 조용히 책 읽을 수 있으면서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는 자리까지 있고, 카페와 탁 트인 옥상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 더욱 맘에 들어요.
-김심환 씨
서울책방
서울에 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책방. 지난 2014년 5월,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에 문을 연 ‘서울책방’은 도서 570여 종과 서울을 소재로 한 지도와 엽서, 일반 도서 290여 종을 판매한다. 모든 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서가가 있고, 테이블에는 서울시 관련 고지도를 전시했다. 책방 유리 벽면에 책상과 의자를 넉넉하게 마련했고 테이블마다 은은한 조명의 스탠드가 있어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문의 02-739-7033 주소 중구세종대로 110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1층
퇴근길 책 한잔
‘한잔’이라는 표현대로 술을 파는 책방이다.
작은 공간에는 대여섯 명이 앉아 맥주 한잔, 와인 한잔에 ‘책 한잔’을 더할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책에 술이 더해지니 책방지기와 마주 앉은 손님과도 쉽게 말동무가 된다.
문의 instagram.com/booknpub 주소 마포구 숭문길 206
스토리지 북 앤 필름
‘한잔’이라는 표현대로 술을 파는 책방이다.
대형 서점이나 일반 서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립 출판물이 즐비하다. 용산구 해방촌의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한 서점은 낡고 바랜 듯한 인테리어가 이국적 분위기를 더한다.
책뿐 아니라 필름 카메라, 소품 등도 만날 수 있다.
문의 070-5103-9975 주소 용산구 신흥로 115-1
서울의 오래된 서점
종로구 서촌 명물로 떠오른 대오서점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이다. 한옥 창고를 개조해 만든 대오서점은 헌책방 외관을 유지한 채 카페를 함께 운영한다. 은평구에서 20여년간 터를 지켜온 불광문고는 규모가 크고 다양한 책이 잘 갖춰져 있다. 게시판을 통해 출판사들이 벌이는 이벤트나 지역행사들을 알 수 있다. 불광문고를 비롯해 노원문고, 연신내문고, 한강문고, 햇빛문고, 홍익문고 등이 지금까지 독자들과 만난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와 함께 헌책의 매력과 헌책에 대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청계천 헌책 산책’이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린다.
글 양인실 사진 홍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