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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 내리는 날에는 거리로 나가야 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낙엽비 내리는 날에는 거리로 나가야 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2014.11

여행

서울 풍경

서울 24시

낙엽비 내리는 날에는 거리로 나가야 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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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 내리는 날에는 거리로 나가야 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 가로수길(강남구 신사동)은 음식에 곁들여 먹는 양념 같다. 굳이 '꼭'일 필요는 없지만, 같이 먹으면 왠지 더 맛있고 색다를 것 같은름, 사랑, 이별, 청춘, 가을, 그 어떤 음식이든 좋다. 가로수길은 우리의 시간을, 그리고 우리를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양념과도 같다. 가을이면 은행잎도 솔솔 뿌려지는 거리, 가로수길로 나가보았다.

9:30 AM

패션 문화의 거리, 젊은이의 거리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닌 신사동 가로수길. 그러나 이곳을 생업의 터로 잡은 사람들에게 이 거리는 말 그대로 출근길이다. 오전 10시, 11시 가게 영업 시간에 맞추어 장사 준비로 분주한 가로수길 사람들. 이들에게 가로수길은 ‘삶의 거리’다.

11:50 AM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신사동 주변 직장인들은 가로수길 골목골목, 일명 ‘세로수길’의 밥집으로 향한다. 주로 고급 식당이 자리한 가로수길과 달리 백반집, 분식집 등 지갑 얇은 직장인들의 속사정 잘 아는 식당이 많은 세로수길.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은 이심전심, ‘점심의 거리’다.

01:20 PM

창(窓)이란 참으로 묘한 재주를 지녔다. 창은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마주 보게 하고 이야기하게 하고 또 듣게 한다. 볕 좋은 오후. 창가에 앉아 사람을 즐기고,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 창이 있는 가로수길은 ‘이야기의 거리’다.

02:40 PM

누군가는 가로수길에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이미 맺은 인연을 이어가며, 누군가는 떠난 인연을 기억한다. 계절도 마찬가지. 길 위로 노란빛을 뿌리는 은행나무는 가을과의 이별을 온몸으로 이야기한다. 세상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존재하는 가로수길은 ‘시간의 거리’다.

04:10 PM

여러 이름을 붙여본다 한들 가로수길과 패션만큼 잘 어울리는 조합은 없다. 크고 작은 상점 앞 발길이 분주하고, 옷걸이 사이사이, 액세서리 사이사이 손길이 분주하며, 거리를 배경으로 화보를 촬영하는 셔터 소리가 분주하다. ‘옷 좀 입는다’ 하는 이들의 까다로운 손길이 닿는 가로수길은 역시 ‘패션 문화의 거리’다.

06:50 PM

젊음이 있는 곳에 음악이 빠질 리 없다. 경쾌한 라이브 음악이 있고, 카페 안에는 분위기 있는 발라드·재즈 음악이 있으며, 도로에는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럽 음악이 있는 거리. 귓가마저 즐거운 가로수길은 ‘음악의 거리’다.

09:20 PM

두 볼에 꽃잎을 얹은 젊은 남녀와 두 어깨에 고된 한 주를 걸친 직장인. 모두가 가로수길에 모여 이 밤의 끝을 불태운다. 저마다의 불빛으로, 그리고 낯빛으로 화려한 가로수길의 밤. 늦은 밤 가로수길은 ‘불빛의 거리’다.





글 이성미 사진 이서연(AZA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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