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크다. 그리고 넓다. 인구 1,000만의 이 거대한 도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은 오늘도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하다.
이번 호부터는 서울시 산하 여러 공공 기관을 그림으로 담아보려 한다. 우리가 평상시 접하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래서 이 칼럼에서는 그 뒷모습을 다루고자 한다.
매달 1회 보존실 견학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니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를 참조하세요.
주소 종로구 새문안로 55 / 문의 02-724-0274~6
첫 번째로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심 있게 돌아보는 나에게 전시장은 낯설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유물 하나, 작품 하나가 전시장에서 일반인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은 전시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로 박물관 한쪽에 자리한 보존과학실이다.
유물은 발굴되거나 구입 혹은 기증되어 전시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우선 박물관에 들어오는 유물은 검사를 거친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픈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어떤 치료를 얼마나 받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유물 치료란 미적,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회복 과정이다. 처음처럼 완벽하게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시대를 이해하고 느끼게 만드는 일은 보존과학실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잊힐 뻔한 유물을 세상에 소개하는 부활의 장소인 셈이다. 더불어 수명 연장을 위한 예방 조치도 필수다.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맞거나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해 몹쓸 병에 대비하는 것처럼 유물도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게 유지되는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모든 보존 과정을 둘러보니 유물이라는 문화재가 인간적인 느낌을 입고 한층 가까워진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귀중하고 희소성 있는 유물이 이곳을 거치는 행운을 얻을까. 그 현장에서 민낯의 유물을 만나는 연구원들의 설렘이 느껴지는 듯해 둘러보는 내내 즐거웠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사연이 있는 나무 이야기> 저자. 다양한 매체에 글과 그림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