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더 이상 어른들의 전통 음료나 감기에 걸렸을 때 찾는 따뜻한 음료가 아니다.
말차 라테와 말차 디저트, 티 칵테일과 티 클래스, 티 오마카세와 다회까지.
MZ세대는 차를 건강하게, 감각적으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긴다.

족욕을 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티테라피

한옥의 정취를 즐기며 차를 마시는 아름다운 차 박물관

만남의 기회도 만들어주는 효하우스의 다회

커피와 차를 함께 다루는 커·차·그외 티 클래스
MZ가 차를 즐기는 진짜 이유
MZ세대가 차를 즐기는 첫째 이유는 ‘헬시 플레저(Health Pleasure)’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대신 차를 고르거나 무카페인, 논카페인 티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실제로 2024년 국내 차 시장 규모는 1조5,818억 원으로, 2020년 1조973억 원보다 약 44% 성장했다.*** 건강과 힐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젊은 소비자가 새로운 차 소비층으로 유입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빠른 배송과 숏폼,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한 일상에서 차를 우리는 ‘기다림’ 자체가 휴식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는 출근하면서 습관처럼 마시는데 차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마셔요. 차를 고르고 기다리는 과정까지 쉬는 느낌이죠.” 김유진 씨의 말처럼 차를 내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여러 번 우려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세대를 끌어당긴다.
종류가 많다는 것도 매력이다. 말차로 입문해 녹차·홍차·우롱차·보이차로 넘어가고, 꽃과 과일을 더한 블렌딩 티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는다. 정승호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원장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개성이 차 문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요즘 젊은이들은 티 블렌딩을 통해 차를 쉽고 다채롭게 즐긴다”고 분석했다.
*** “말 많던 술자리는 가라…술잔 대신 찻잔, MZ 모임 달라졌다” <매경이코노믹>
초록빛이 피드를 점령했다
‘오늘의 할 일: 마음도 잠시 비행기 모드로 바꾸기.’
요즘 MZ세대의 휴식은 특별한 여행보다 일상 속 여유에 가깝다. 알림을 끄고, 창밖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멍때리기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니라 감각을 재부팅하는 방법이다. 그 일상의 여유에 차 한 잔이 놓인다. 물을 올리고, 향을 맡고, 찻잎이 천천히 펴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소 번거로운 이 과정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부터 MZ들의 SNS에 말차 라테와 말차 디저트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여러 종류의 차를 코스로 맛보는 티 오마카세와 다회에도 예약이 몰린다. 성수동에서 열리는 다회는 신청 공지가 뜨자마자 마감되는 ‘티(tea)케팅’까지 등장했다. 슈퍼말차처럼 말차를 라테·디저트·굿즈로 가볍게 풀어낸 전문 브랜드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탠다. 이런 변화는 서울만의 풍경도 아니다. 일본에서는 세계적인 말차 열풍으로 원료인 덴차 생산량이 2024년 5,336톤으로 10년 전보다 크게 늘었음에도 라테·스무디·디저트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차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전통 찻잎에 우유와 과일, 허브를 더한 ‘신중식 차음료’가 젊은 소비자의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식 찻집은 새로운 사교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 “일본의 말차 생산량 급증” (www.reuters.com)
** “찻잔에 전통을 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테마에 맞춘 차와 디저트를 차례로 맛보는 오므오트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는 커·차·그외 티 클래스
한 잔에서 코스로, 혼자에서 모임으로
요즘 젊은 세대는 차를 정해진 방식대로만 마시지 않는다. 한 잔을 주문하는 대신 코스를 예약하고, 음식과 페어링하거나 칵테일처럼 변주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티 오마카세와 티 코스다. 다양한 차와 전통 다과를 즐기는 데 1인당 평균 3만~5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는 생각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망원동 골목의 ‘커·차·그’는 이름처럼 커피와 차를 함께 다루는 티룸이다. 백차·녹차·청차·홍차 등을 맛볼 수 있고, 계절에 맞는 여러 종류의 차를 다식과 함께 코스로 즐기며 직접 우려보는 티 클래스도 운영해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성수동 ‘오므오트’에서는 테마에 맞춘 차와 디저트를 차례로 맛보며 물 온도와 향의 변화, 다구의 감각까지 살피는 티 세리머니를 진행한다.
직접 배우는 재미도 있다. ‘어차’ 연남점에서는 보이차, 우롱차를 다구로 마시거나 말차를 격불해 보는 원데이 클래스와 차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심화반을 운영해 차의 세계를 넓혀준다. 우리나라 대표차 브랜드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에서는 제주에서 생산한 차를 다구를 사용해 직접 우리는 차우림 클래스도 진행한다.

처음 만났지만 어색하지 않고 즐거웠어요
이혜지(성동구)
“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알아갈수록 매력적이에요.
주변에도 차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늘고 있어서 함께 티 오마카세나 티 클래스에도 참여해 봤어요.
그러다 마침 집 근처에서 다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신청했습니다.
박학다식한 방장님께 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여러 종류의 차도 맛볼 수 있어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저를 포함해 참가자들이 직접 준비해 온 다과를 함께 나눠 먹는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찻잔은 새로운 만남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성수동 ‘효하우스’에서는 당근마켓을 통해 정기적인 다회를 갖는다. “차를 발효해 논알코올 스파클링을 생산하다 보니 남는 차가 많았어요. 그래서 차를 매개로 서로 담소를 나누는 다회를 만들었습니다.” 효하우스 신윤걸 대표는 “성수다담의 매력은 다도를 떠나 편하게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차를 통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인사동 ‘아름다운 차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차와 다기, 차 문화를 한옥에서 경험하고, 당귀·황기·구기자 같은 한방 재료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안국동 ‘티테라피’에서는 그날의 몸 상태와 취향에 맞는 한방차를 추천받을 수 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차를 마시는 족욕과 약재를 활용한 티 클래스는 차 한잔으로 즐기는 웰니스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 속 휴식과 회복을 돕는 서울의 명소를 선정한 ‘서울웰니스 관광 100선’에 차를 매개로 한 공간이 다수 포함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효율과 속도가 미덕인 일상 속에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찻잎이 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오히려 특별하다.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에서 MZ세대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음료가 아니라 천천히 머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차 취향을 나누는 모임인 효하우스의 성수다담


몸 상태와 취향에 맞는 한방차를 추천받고 마실 수 있는 티테라피


보이차, 우롱차, 말차를 만들어볼 수 있는 어차 연남점
서울만의 ‘쉼·맛 ·멋’을 경험해 보세요
2026 서울웰니스트래블위크
의료, 한방부터 건강한 식문화, 뷰티와 문화예술까지 서울 곳곳의 자원을 웰니스라는 시선으로 새롭게 살펴 선정한 ‘서울 웰니스 관광 100선’에는 차와 관련된 명소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2026 서울웰니스트래블위크’에서는 이 공간들을 비롯해 일상 가까이에서 휴식과 회복, 건강한 미식과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글 이정은 사진 방석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