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카페, 개성 있는 맛집, 골목 축제.
서울 로컬 브랜드 상권, 알고 보면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봄나들이 삼아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

탐험 1

4주년 행사로 커피를 할인 중인 몽브루.

2층에 커피 협회가 자리한 몽브루에서는 다양한 커피 강좌를 진행한다.
북한산 아래, 역사와 자연, 커피가 공존하는 골목
강북구 사일구로 ___ 강북구 4.19로 일대
4·19혁명의 이름을 딴 강북구 4.19로. 국립4·19민주묘지에서 북한산 자락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오래된 단독주택이 하나둘 감성 카페와 브런치 식당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카페 거리로 자리 잡았다. ‘도심 속 자유로운 구름길’이라는 별명처럼 북한산을 배경으로 여유롭게 커피 한잔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닿을 수 있는데, 막상 와보면 번잡한 서울이 아닌 듯 고즈넉한 풍경에 놀라게 된다. 2025년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선정되면서 이 거리는 비로소 자기 이름을 갖게 됐다. 주민 투표를 거쳐 확정된 ‘사일구로’는 4·19 민주화 정신의 역사성과 현대적 감성을 담은 이름이다. 역사와 자연, 카페가 공존하는 풍경이 이 거리를 여느 카페거리와 차별화한다. 지난해엔 북한산 둘레길을 배경으로 명상·요가, 플리마켓, 청소년 공연이 펼쳐진 ‘사일구로 구름축제’가 이 거리의 결을 그대로 축제로 옮겨 놓았다.
이 골목의 가게

직접 원두를 볶는 박성희 몽브루 대표.
몽브루
‘산에서 커피를 제조하다’라는 뜻을 담은 카페로, 17년의 바리스타 경력을 자랑하는 박성희 씨가 운영한다. 북한산 설경을 모티브로 만든 시그너처 음료 ‘몽블랑’, ‘몽라떼’가 이 집의 대표 메뉴.
에티오피아 게이샤 원두, 두 가지 자체 블렌드, 디카페인까지 커피 라인업도 탄탄하다. 2층 교육 공간에서는 바리스타 강좌도 진행한다. 반려견 동반 가능.
주소 강북구 4·19로 105
탐험 2


밤이 되면 더욱 활기를 띠는 샤로수길
먹고 마시고 즐기고, 다 되는 골목
관악구 샤로수길 ___ 관악구 관악로14길 일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샤로수길은 전통시장을 낀 조용한 주택가 골목이었다. 서울대학교 후문 근처의 이 거리에 수제 버거집 하나가 문을 열면서 상권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홍대·강남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끌린 청년 창업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태국·일본·프랑스 등 각국 음식, 전통 디저트, 고깃집, 술집, 소품 가게 등 장르도, 콘셉트도 제각각이라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세탁소와 반찬 가게 사이로 ‘이거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는 가게들이 끼어 있는 이 묘한 조합이 샤로수길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2024년 로컬 브랜드 상권에 선정된 이후 이 거리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관악로14길을 통째로 막고 EDM 공연, 소상공인 야장, 미션형 체험 부스를 쏟아낸 ‘청춘문화놀이터 그라운드 샤로수’가 열렸고, SNS에서는 ‘로컬로서울’ 시리즈로 샤로수길 데이트 코스와 힙플 모음이 소개되면서 “여기 어디야?”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 골목의 가게

박지수 오복소점 대표.

오복소점의 시그너처인 ‘디저트 한 상’과 ‘저당쌍화’.
오복소점
샤로수길 안쪽 골목에 위치한 오복소점은 디자이너 출신 딸 박지수 대표와 손재주 좋은 어머니가 함께 만드는 전통 디저트 전문점이다. 이곳의 시그너처는 열 가지 한방 재료로 만든 ‘저당쌍화’와 여섯 번 찌고 말린 ‘도라지정과’. 한과와 현대적 디저트가 함께 나오는 ‘디저트 한 상’도 눈길을 끈다. 박 대표는 이 공간을 단순한 카페가 아닌 브랜드를 경험하는 플래그십 쇼룸으로 키우고 싶다고. 한국적인 것을 주제로 한 전시나 협업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꿈꾼다. 선물 세트도 판매한다.
주소 관악구 관악로12길 45-9 1층
탐험 3

상봉먹자골목 전경.

누룩 소금에 염지한 숙성 삼겹살이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다.
회식 하면 여기잖아
중랑구 상봉먹자골목 ___ 중랑구 봉우재로33길 일대
상봉역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나오는 중랑구 봉우재로33길. 리뷰 숫자가 아니라 단골의 숫자로 증명되는 골목이다. 찌개, 고기, 부침개…. 수십 년간 이 동네 주민들의 밥상을 책임져 온 오래된 가게가 골목 곳곳에 버티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감각으로 승부하려는 청년 창업자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오래된 골목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골목이 로컬 브랜드 사업에 선정되면서 거리 환경을 다듬고 축제를 기획하는 일이 많아졌다. ‘상봉에서 상봉해’를 내걸고 열린 먹자골목 페스티벌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야장 먹거리에 거리 공연, 플리마켓까지 이 골목이 원래 잘하는 것들을 그대로 펼쳐놓은 축제였다. 오래된 가게 사이로 누룩 염지 삼겹살에 일본 감성을 입힌 야키니쿠집이 들어선 것처럼, 이 골목은 지금 새것과 헌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다. 모임 장소가 고민될 때, 회식 장소를 못 정할 때 상봉으로 향하면 그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 골목의 가게

문지혁 육식도원 대표.
육식도원(肉食桃源)
‘고기로 이루는 무릉도원’을 표방하는 퓨전 야키니쿠 전문점. 고깃집 주방 경력을 바탕으로 문지혁 대표가 이 골목에 처음 도전장을 낸 가게다. 누룩 소금에 염지하고 숙성한 삼겹살이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 J-팝 흘러나오는 일본 감성 인테리어와 우동 등 일식 사이드 메뉴의 조합이 이색적인 곳으로, 주말 점심도 운영한다.
주소 중랑구 봉우재로 155 1층
서울의 골목이 브랜드가 된다

가볼 만한 서울의 로컬 브랜드 상권
서울 로컬 브랜드 지원은 축제나 이벤트를 한 번 열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골목의 이야기를 함께 짓고, 로고·간판 같은 브랜드 작업, 상권 프로그램, 상인 교육과 컨설팅까지 몇 년에 걸쳐 묶어서 다루는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 덕분에 동네 가게와 주민, 로컬 크리에이터가 한 팀이 되어 골목의 얼굴을 함께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점포와 골목 축제, 협업 굿즈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쌓여 간다.
+ 4월, 이 거리에서 창업하고 싶다면
올봄, 로컬 브랜드 5기 상권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을 새롭게 모집한다. 서울에 거주 중인 만 19~39세 예비 창업자라면 지원이 가능하며, 선발되면 상권 분석부터 전문가 일대일 컨설팅까지 초기 창업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 구체적 일정과 지원 방법은 4월 중 서울시 누리집 공고를 통해 확인한다.
서울시 누리집(news.seoul.go.kr/economy) → 소상공인 지원 → 로컬 브랜드 항목 참고
글 이선민 사진 김잔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