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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안심할 수 있고, 그래서 자부심이 되는 도시죠”

서울시 홍보대사 배우 김석훈
2026.03

이슈

서울 사람

서울시 홍보대사 배우 김석훈

“익숙하고 안심할 수 있고, 그래서 자부심이 되는 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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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토박이 배우 김석훈.
지난해부터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그는 오히려 이 도시를 더 낯설게,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고 한다. 수십 년간 살아온 도시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일, 지금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역할이다.

* 서울시 홍보대사는 전문 분야를 활용해 서울 정책에 ‘동행’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배우 김석훈

수많은 무대에 섰는데, 배우님께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요?

서울을 무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무대라는 말엔 긴장감이 따라오잖아요. 올라가기 전 숨 고르게 되는 그런 공간이요. 그런데 서울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태어난 곳도, 지금 사는 곳도 서울이라 제게는 늘 편안한 일상의 배경에 가깝죠. 익숙하고, 안심할 수 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부심을 주는 곳이에요. 용산, 그중에서도 남산 아래 골목에서 자랐는데, 어디를 가든 남산서울타워가 시야에 들어오면 괜히 마음이 놓여요. 영화 〈덩케르크〉에서 영국 군인들이 철수하다 하얀 절벽을 보고 안도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제게 그 하얀 절벽 같은 풍경이 바로 남산서울타워예요.

세계 여러 도시를 다녔을 텐데, 배우님이 느끼는 ‘서울다움’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큰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시는 흔치 않거든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렇게 큰 강이 굉장히 조용하다는 거예요.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을 생각해 보면 훨씬 번화하잖아요. 서울의 한강은 웅장하면서도 고요하죠. 그 고요함이 어떻게 보면 서울 사람들을 닮은 것 같아요. 겉으로는 분주히 살아가는 것 같지만, 속에는 의외로 조용한 정서가 흐르니까요. 접근성이 조금 더 좋아진다면, 한강은 서울의 가장 큰 자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서울에서 살아왔는데,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변화 자체를 거부하진 않아요. 오염이 심했던 용산역이나 서울역 주변이 정비된 건 분명히 반가운 변화죠.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는 서울의 얼굴이 그런 변화 덕분에 더 또렷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아쉬운 건 골목길이 사라지고 반듯하게 개발될 때마다 그 안에 쌓여 있던 사람 사는 이야기도 함께 지워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신도시보다 오래된 동네, 옛길을 좋아하는데, 반듯하게 짜인 도시보다 조금 비틀리고 구불구불한 골목에서 느껴지는 정서가 더 좋더라고요. 시간이 켜켜이 쌓인 흔적이 남아 있어야 지금의 서울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서울에서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가회동, 서촌, 익선동, 을지로 같은 동네를 좋아해요. 오래된 한옥 사이로 작은 카페나 작업실이 들어선 풍경이 참 좋거든요. 과거의 결 위에 현재의 시간이 조심스럽게 얹혀 있는 느낌이랄까. 익숙한 새로움, 새로운 익숙함. 그렇게 모순을 품고 있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명륜동 뒷길을 처음 걸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고 거친 동네더라고요. ‘오래됐다’는 건 매력이지만 동시에 낙후됐다는 뜻이기도 하니 ‘이곳도 언젠가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되겠구나’ 하는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하지만 낡음과 변화가 서로 등을 지고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을 다른 속도로 건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서울이 문득 처음 보는 얼굴을 내밀 때, 그런 순간이 저는 참 좋아요.

배우로서 서울에서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나요?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밖으로 나갑니다. 연기 공부가 책이나 연습실에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길 위에서 더 많은 걸 배울 때가 있죠. 모자를 눌러쓰고 걷다 보면 사람들의 표정과 걸음, 잠깐 스쳐가는 말들 속에 삶의 리듬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전통시장이나 청계천 같은 곳을 자주 찾는것도 그 때문이에요. 날것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 인물의 단서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거리는 말없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봄을 맞아 서울 나들이를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서울 성곽길을 꼭 한번 걸어보세요. 한 바퀴를 다 돌아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반 코스 정도만 천천히 걷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산이라기보다 도시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숨이 차지 않고, 걷다 보면 어느새 몸의 리듬도 고르게 맞춰지죠. 봄이면 성곽 옆으로 꽃이 피는데, 그 풍경이 참 정감 있어요. 성곽 너머로 서울 도심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죠. 아이와 함께하면 더 좋고요.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서울의 시간과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으니까요.

임지영 사진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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