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살아가는 서울은 도전과 좌절, 사랑과 이별,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드라마의 무대다.
웹툰 속 주인공들도 우리처럼 서울을 배경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우뚝 솟은 빌딩 숲, 대학 캠퍼스부터 재난으로 뒤덮인 거리까지, 웹툰이 그려낸 서울의 다양한 얼굴을 따라가 보자.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한 청춘의 반란 <이태원 클라쓰> _ 작가 광진


ⓒ 광진 / 카카오웹툰 스튜디오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이 시작된다.”
외식 대기업 ‘장가’ 회장 아들에게 뺑소니를 당해 아버지를 잃은 박새로이가 이태원에 작은 술집 ‘단밤’을 열고, 서로 다른 상처와 개성을 지닌 동료들과 함께 거대 권력에 맞서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아버지를 죽인 가해자와 그 배후 기업에 대한 복수, 소신과 정의를 굽히지 않는 새로이의 고집,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지닌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겹치면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서울 청춘’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이태원 이야기의 무대인 이태원 일대는 오래전 미군 기지와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과 술집이 들어섰으며, 지금은 세계음식거리·경리단길·해방촌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 대표 ‘다문화·야간상권’을 이루고 있다. 웹툰에서 새로이가 가게를 연 골목과 단밤이 자리한 언덕, 녹사평역 인근 육교와 남산서울타워가 바라보이는 풍경은 한남동·경리단길·녹사평 일대의 실제 모습을 살려 ‘어디선가 본 듯한 이태원 밤거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수많은 간판이 늘어선 언덕길, 좁은 골목 사이로 보이는 남산과 남산서울타워, 새벽까지 이어지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이와 동료들은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며 자신들만의 ‘클라쓰’를 쌓아 올린다.

이태원 경리단길.

ⓒ 광진 / 카카오웹툰 스튜디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인근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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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서른을 맞이하는 우리들 <아홉수 우리들> _ 작가 수박양

©수박양. All rights reserved.

노량진역 일대, 학원 밀집 거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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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직장, 시험 어느 것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스물아홉 살 봉우리, 차우리, 김우리. 아홉수에 제대로 걸린 ‘우리들’ 이야기!”
서울에서 각자의 삶을 버티며 우정을 이어가는, 같은 이름을 가진 고등학교 동창 세 여자의 이야기. 웹툰 작가를 꿈꾸는 봉우리,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상처를 안고 있는 승무원 차우리,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한 김우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서른을 앞둔 청춘의 불안과 유머를 함께 보여 준다.
노량진 서울의 카페, 직장, 작은 원룸 등 평범한 풍경 속 눈에 띄는 곳은 바로 노량진이다. 좁은 고시원 복도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학원가, 컵밥집과 편의점, 지친 얼굴의 수험생들이 오가는 노량진 골목은 김우리의 불안과 결심이 반복되는 마음 풍경과 그대로 포개진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포장마차형 점집은 요즘 실제 노량진 거리에서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서울 곳곳에 ‘청춘의 밤’을 상징하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 충무로·을지로 일대 노천 포차, 신촌 등지 레트로 감성의 포장마차 안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오늘의 운세와 내일의 시험 결과를 점쳐 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아홉수’에 걸린 웹툰 속 세 사람이 노량진 골목의 포장마차형 점집 앞에 서서 “이번에는 잘될까?”라고 묻는 장면이, 서울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이 한 번쯤 지나쳤을 밤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신촌의 포장마차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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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땀방울이 빛나는 운동장 <빌드업> _ 작가 911

©911. All rights reserved.
“축구를 사랑하지만 5년째 볼보이로 뛰고 있는 빵셔틀 강마루.”
스포츠 만화는 대개 다이내믹하다. 그런데 거기에 감동이 더해진다면? <빌드업>은 축구에 모든 것을 건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살이 쪄서 놀림받던 주인공 강마루가 축구에 눈뜨면서 약체팀을 함께 ‘빌드업’해 가는 과정이 흙먼지와 땀 냄새까지 느껴질 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명문 고교 축구부들이 모여 있는 서울은 각급 학교 대회와 생활축구가 활발한, 한국 축구의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운동장에서 흘리는 땀, 승리의 환호, 패배의 눈물. 서울 곳곳의 축구장에서는 지금도 <빌드업> 주인공들처럼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이 공을 차고 있다.
효창운동장 서울 용산에 자리한 축구 전용 구장으로, 서울특별시축구협회장기와 전국 초등 축구리그 서울권 경기 등 여러 연령대 공식 대회가 열린 ‘서울 축구의 상징적인 무대’다. 그래서 작품 속 선수들이 “결승에 간다” 대신 “효창에 간다”라는식으로 목표를 말하는데, 이는 곧 전국 무대의 꿈이자 한국 청소년 축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뜻하는 암호처럼 들린다.

서울 축구의 상징인 효창운동장
캠퍼스에서 시작된 미스터리 로맨스 <치즈인더트랩> _ 작가 순끼

©순끼. All rights reserved
“평범한 여대생 홍설, 그리고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 미묘한 관계의 이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
2010년대를 대표한 대학 로맨스 웹툰 <치즈인더트랩>은 서울의 가상 A대학교를 무대로, 경영학과 3학년 홍설이 완벽해 보이는 선배 유정의 숨겨진 면을 감지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를 그린다. 대학 캠퍼스, 학교 앞 술집과 골목 포장마차, 도서관, MT 장소까지 이어지는 공간 속에 학자금 대출과 취업 준비, 조모임 갈등, 연애와 우정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촘촘히 담겨 “내 대학 생활 같다”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홍대 A대학교라는 이름만 있을 뿐 구체적 지명은 드러나지 않지만, 넓은 잔디 광장과 계단식 강의동, 밤늦도록 불이 켜진 도서관과 복도 끝 과방 같은 장면들은 서울의 어느 종합 대학교 캠퍼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웹툰에 지명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홍익대학교 앞 일대는 1990년대부터 인디 밴드와 라이브 클럽, 소규모 갤러리와 카페가 들어서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동네로 성장했고, 2000년대에는 거리 공연과 클럽 문화, 개성 강한 패션 숍이 더해지며 ‘서울 청춘 문화의 아이콘’ 같은 장소가 되었다.

홍대 입구 젊음의 거리.
재난에 휩싸인 서울, 생존의 사투 <어느날 갑자기 서울은> _ 작가 박창근

©박창근. All rights reserved
“닿는 순간 먹이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을 덮친 끔찍한 변이 바이러스.”
서울로 수학여행을 온 천안 중앙고 1학년 3반 학생들. 신나게 관광을 즐기던 이들 앞에 남산서울타워로 향하는 케이블카에서 정체불명의 ‘세포들’이 나타나면서 일상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한다. 이런 공포가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재난의 무대가 낯선 가상 도시가 아니라 누구나 교과서와 수학여행을 통해 익숙한 서울의 명소들이기 때문이다.
서울 원도심 일대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으로 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중심 공간이었고, 청계천은 한때 도로 아래에 묻혔다가 다시 햇빛을 본 도심 하천이다. 이런 장소들이 작품 속에서는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대피하는 통로이자 더 이상 빠져나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바뀌면서, 역사유적지가 역사마저 멈춰버린 공간이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남산서울타워는 봉쇄된 채 공포가 가득 찬 고립 공간이 되고, 서울역은 피난민과 군인, 시민이 뒤엉킨 혼란의 대피소로 그려진다. 한강과 다리는 평소엔 야경과 산책, 축제의 무대지만 작품 속에서는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통로로 바뀌어 거대한 도시가 끊어질 듯 흔들리는 아포칼립스의 긴장을 더욱 키운다.

경복궁 향원정.

작품 속 대피소로 등장하는 서울역 일대.
서울 중산층의 초상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_원작(소설) 송희구 / 웹툰 각색 명랑(글), 김병관(그림)

©명랑·김병관. All rights reserved.
“집에서는 과묵하지만 누구보다 아내와 자식을 생각하고, 회사에서는 책임감 있는 팀 리더로 인정받으며 살아가지만 세상은 그를 꼰대라고 부른다.”
제목부터 ‘서울 자가’를 내세운 이 작품은,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가지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낙수 부장을 통해 대한민국 중산층의 초상을 정면으로 그린다. 25년간 모 대기업에 몸담으며 ‘연봉 1억’, ‘서울 자가’ 등 겉보기에는 완벽한 삶을 일궈냈지만, 명예퇴직과 좌천, 상가 투자 사기 등을 겪은 김낙수를 통해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 작품은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중장년 직장인의 불안과 서울 중산층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주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남, 여의도 서울의 아파트 단지와 강남·여의도 등 오피스 밀집 지역, 지하철로 출근하는 직장인 행렬은 작품 속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무대다. ‘서울 자가’라는 네 글자는 계급과 불안을 함께 상징하며, 재건축·신도시 상가 투자 같은 에피소드로 부동산이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강남 대단지 아파트와 유리 커튼월 빌딩 사이를 오가는 출퇴근 풍경을 떠올리면, 남의 집값과 연봉에 늘 마음이 흔들리는 김 부장의 초상이 서울 중산층의 얼굴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한강변을 달리는 출근 차량의 행렬.
+ 웹툰 골목에서 동네가 살아난다
강동구 성내동 ‘강풀만화거리’
강풀만화거리는 웹툰 작가 강풀이 오래 살아온 동네, 강동구 성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실제 골목에 옮겨 놓은 ‘생활 웹툰 거리’다. 골목 담장과 계단, 전봇대 곳곳에는 강풀의 대표작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속 명장면과 대사가 주민의 일상 풍경과 어우러져 있다.


사진제공 서울관광재단 웹툰 이미지 제공 네이버 웹툰, 카카오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