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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태양을 닮은 따스한 맛

아프리카, 태양을 닮은 따스한 맛
2025.12

여행

취향의 발견

아프리카, 태양을 닮은 따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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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문자 지원

쿠스쿠스와 브리크 그리고 향신료가 더해진 따뜻한 요리들. 아프리카 음식은 서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독특한 맛의 세계를 선사한다.
그 낯섦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아프리카 음식은 서울의 미식 지형을 넓히는 새로운 감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의 서촌은 원래 조선왕조의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번성한 주거지역이다. 과거에는 ‘웃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북촌과 구별하기 위해 서촌으로 굳어졌다. 서울의 중심, 경복궁의 서쪽이라는 의미다. 우리에겐 한옥과 옛 서울의 정취 그리고 개성 강한 식당과 소매점 골목으로 유명하다. 서촌을 걷다 보면 직선 길은 드물다. 구불구불하게 바뀌는 정경을 선사하는 그런 동네. 거기에 세계의 맛이 들어 있다. 오래된 한식과 분식에 중국식, 일본식과 양식. 놀랍게도 아프리카식도 있다. 필자가 찾아간 ‘꾸스꾸스’가 그런 곳이다. 옛 지명으로는 체부동에 자리한다.

이지혜 사장이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낸 ‘꾸스꾸스’의 대표 메뉴인 튀니지 가정식.

이지혜 사장이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낸 ‘꾸스꾸스’의 대표 메뉴인 튀니지 가정식.

튀니지에서 시작된 인연

“오래전에 튀니지로 봉사 활동을 떠났어요. 돌아와서 그곳의 기억을 이어가고 싶어 문을 연 가게예요.” 셰프이자 주인 이지혜 씨의 말이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 봉사단의 일원으로 튀니지의 한 해안 도시에 정착해 현지 관광 대학에서 한식을 가르쳤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놀랍다. 한식을 아프리카에서 가르쳤다니!
“천진하고 낭만적인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잊을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꼈어요. 한식을 알려주면서 현지 할머니와 셰프들한테 튀니지 음식을 배웠죠. 그걸 서울에서 만들고 있어요. 현지식과 똑같이. 그게 제 원칙이에요.”
그 덕분에 튀니지 대사관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고, 서울에서도 튀니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외국인 거주자가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튀니지를 다녀왔거나 그곳으로 떠날 한국인들이 일부러 온다. “이곳은 북아프리카 여행자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에요. 여행 상담도 해주곤 하죠.”
서촌 골목에 자리한 ‘작은 튀니지’ 꾸스꾸스는 제법 규모 있는 2층 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1층에 자리해 있다. 그리 깊지 않은 골목이라 서촌 길을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튀니지 국기까지 걸어놓아 강렬한 이국의 느낌을 받는다.
아닌 게 아니라 가게 안에는 향료 냄새와 달콤한 밀가루 반죽 굽는 냄새가 함께 풍긴다. 사하라사막과 푸른 바다, 건조한 대기, 깊은 눈과 진한 눈썹의 열정적인 사람들,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지닌 가게랄까.
서울에서는 아프리카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이태원에 서아프리카 음식을 파는 곳이 있고, 이곳 꾸스꾸스는 북아프리카 음식 전문이다. 아프리카는 거대한 대륙이고, 음식 문화도 다채롭다. 튀니지가 속한 북아프리카는 전형적인 지중해 음식 문화권에 든다. 강한 태양 아래서 모든 것이 진하게 익어가는.
“쿠스쿠스, 병아리콩(후무스), 거친 듀럼 밀, 올리브, 토마토 같은 게 튀니지 음식의 전형이에요.”

태양의 나라에서 온 따스한 요리들

이지혜 사장이 몇 가지 요리를 준비해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창가 테이블에 음식을 진열하는데, 겨울 햇살이 낮게 창을 관통해 들어온다. 그 빛 안에 모인 ‘태양의 나라’ 음식들이 따스하다. 튀니지는 강렬한 빛의 대지를 갖고 있다. 북아프리카 음식은 인근 국가인 모로코, 알제리와 함께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 있다. 쿠스쿠스라는 음식, 양고기, 이슬람, 프랑스 식민지의 여운, 납작한 빵 같은 것들이다. 많은 여행자가 프랑스에서 먼저 이 음식을 접했다가 그 매력에 빠져 북아프리카를 찾는 경우가 많다.
사진에도 보이는 으깬 고추 샐러드를 맛보았다. 슬라타 무슈위야(Slata Mouchuia)는 지중해의 기운이 가득한 음식이다. 한국에서 피망에 해당하는 단 고추를 구워 껍질을 벗기고 으깬 후 양념한다. 빵에 발라 먹으면 최고다. 튀니지에는 식당이나 집집마다 다른 조리법이 있다고 한다. 올리브를 듬뿍 뿌려 건강에도 최고인 전채요리다. 주인이 직접 구운 빵이 나온다. 여담인데, 이 집은 거의 대부분의 재료를 직접 만든다. 따로 구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빵 반죽을 쳐서 팬에 꾹꾹 눌러 굽는다.

튀니지 음식 문화에 대해 뜻깊은 대화를 나눈 이지혜 사장과 박찬일 셰프.

튀니지 음식 문화에 대해 뜻깊은 대화를 나눈 이지혜 사장과 박찬일 셰프.

천천히 익어 더욱 깊은 북아프리카의 맛

양고기를 올린 쿠스쿠스. 표준어는 ‘쿠스쿠스’이지만 이 집에서는 현지어 발음에 가깝게 ‘꾸스꾸스’라고 부른다. 물론 가게 이름도 그렇다. 쿠스쿠스는 조직이 거친 밀을 빻은 후 손으로 비벼가며 만드는 북아프리카·지중해 지역의 전통적 파스타다. 좁쌀처럼 생겼는데, 그게 손으로 빚은 것이다. 이 가게에서 직접 빚지는 않고 제품을 공수하는데, 그걸 양념해 만든다. 이 쿠스쿠스를 양고기 등의 재료와 함께 찌는 것이 바로 튀니지의 대표 음식인 ‘타진’이다.
‘브리크(Brik)’라는 이름의 튀김 요리도 이 집의 별미다. 현지어로 ‘말수카(Malsouka)’라고 부르는, 밀가루를 반죽해 기름기 없는 무쇠 팬에 얇게 부치는 일종의 전병이다. 주로 달걀과 참치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속으로 채워 튀기거나 굽는데, 이 집은 감자와 달걀을 양념해 넣고 튀겨준다. 대단한 맛이다.
강원도에는 소박한 메밀전병이 있다. 묵은 김치와 무 따위를 넣고 부치는. 그 전병이 생각나는 맛이다. 하지만 촉촉한 맛은 아니고 바삭하다. 독특한 매혹의 맛이 느껴진다. 이 말수카 전병은 현지에서 오는 것을 주로 쓰는데, 떨어지면 직접 만들 때도 있다. 반죽을 묽게 해 무쇠 팬에 올리고 붓으로 일일이 쓸어가며 부쳐야 한다. 고단한 노동이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음식에서 여행으로

주인과 얘기를 나누는데, 음식에서 튀니지 관광으로 넘어갔다. 요즘 한국에서 사하라사막 투어를 가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낙타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에서 밤을 보낸다. 별이 발치에 내려오는 감동이 몰려온다고 한다. 사막에는 빛이 없어 별이 온전히 제 빛을 발한다. 이런 투어를 하려는 사람이 이곳 꾸스꾸스에 들러 먼저 현지 음식을 체험하고 정보도 얻는다. 서울은 이제 거의 대부분의세계와 세계 요리를 품는다. 그게 서울의 매력이다. 호기심 가득한 서울시민이 만들어가는 힘이다.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 아프리카의 대표적 음식들

지역마다 사용하는 재료는 다르지만, 아프리카 음식은 공통적으로 곡물·뿌리채소·고기 등을 담백하게 조리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자연 발효나 건조 방식도 발달해 식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 영양도 높인다.

타진(Tagine)

타진(Tagine)

전통 도자기 냄비 ‘타진’에서 천천히 조리한 스튜로, 닭고기·양고기·채소에 향신료와 올리브·레몬을 더해 깊고 부드러운 맛을 완성한다. 모로코와 알제리를 대표하는 대중적인 가정식이다.

팝팝(Pap Pap)

팝팝(Pap Pap)

옥수숫가루를 쪄서 만든 남아프리카의 주식. 떡 느낌의 단단한 반죽부터 부드러운 반죽까지 지역마다 형태가 다양하다. 고기 바비큐인 ‘브라이’와 함께 즐기는 기본 메뉴다.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

토마토, 고추, 양파에 향신료를 더해 볶아 만든 밥 요리. 나이지리아·가나·세네갈 전역에서 사랑받는 서아프리카의 상징적인 메뉴다. 나라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국민 요리’로 꼽힌다.

쿠스쿠스(Couscous)

쿠스쿠스(Couscous)

굵게 빻은 밀 알갱이를 찌듯이 익혀 만든 곡물 요리로, 모로코·알제리·튀니지에서 밥처럼 일상적으로 먹는다. 고기 스튜나 채소 요리와 곁들여 먹으면 담백한 식감과 은은한 향신료의 풍미가 살아난다.

냐마 초마(Nyama Choma)

냐마 초마(Nyama Choma)

염소 고기나 소고기를 숯불에 천천히 구워내는 동아프리카의 대표 구이 요리. 고기의 풍미를 그대로 살린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케냐를 대표하는 국민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아프리카 음식의 세계

아프리카 음식은 향신료가 강하고 이국적이라는 편견과 달리 오래 끓이고 찌는 조리법이 많아 한식과 비슷한 친숙함을 지닌다. 곡물·채소·고기의 조화가 돋보이며, 갈비찜에 가까운 고기 요리부터 떡처럼 쫀득한 주식, 다양한 디저트까지 폭이 넓다. 서울에도 이렇게 다채로운 아프리카 가정식을 선보이는 식당들이 있다.

브라이리퍼블릭

#서울에서 경험하는 남아공 가정식

브라이리퍼블릭

현지인 사장이 어린 시절부터 먹던 방식 그대로 요리를 완성하는 ‘브라이리퍼블릭’은 나무 테이블과 현지 소품이 어우러져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식당에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게 이름에 들어간 ‘브라이(Braai)’는 남아프리카의 바비큐 문화를 뜻한다. 대표 메뉴인 ‘램 포이키(Lamb Potjie)’는 양의 정강이 부위를 천천히 끓여낸 스튜로, 남아공식 옥수수 반죽 ‘팝(Pap)’과 비벼 먹으면 담백한 풍미가 살아난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불 향이 깊게 밴 ‘리브 찹(RibChop)’은 이곳이 왜 ‘양고기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려준다. ‘보어워스(Boerewors)’는 사장이 직접 만든 남아공식 수제 소시지로, 돼지고기·양고기·소고기를 적정 비율로 섞어 만든 만큼 육즙과 진한 풍미가 돋보인다. 일반 소시지와는 다른 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이다.

가격 램 포이키 2만4,000원, 램 & 스위트포테이토 3만원, 크림 스피니치 8,000원(사이드 변경 시 3,000원, 6,000원), 보어워스 7,000원
인스타그램 @braairepublic

브라이리퍼블릭 실내


꾸스꾸스

#서촌에 자리한 북아프리카 가정식

꾸스꾸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정통 튀니지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촌 골목의 작은 매장은 튀니지 소품과 현지에서 공수한 그릇들로 꾸며 아늑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튀니지 국립 관광 대학에서 한식을 가르쳤던 한국인 사장이 현지에서 배운 방식 그대로 음식을 요리한다. 일부 식재료는 튀니지에서 공수해 현지의 맛을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얇은 피에 감자·치즈·달걀을 넣어 튀긴 브리크는 한 입 베어 물면 반숙 달걀노른자가 흘러나오며 고소함이 배가한다. 세몰리나 밀로 만든 쿠스쿠스는 양고기 또는 닭고기 스튜와 함께 제공하며, 오래 끓여낸 고기는 잡내가 거의 없고 결이 부드럽다. 그릴에 구운 고추로 만든 슬라타 무슈위야는 담백한 수제 빵과 잘어울리고, 재료 본연의 풍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튀니지의 일상적인 식탁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가격 튀니지안 세트 A 1만7,000원, 튀니지안 세트 B 2만8,000원, 꾸스꾸스 세트 2만1,000원, 브리크 8,000원, 타진 1만2,000원, 프레시 샐러드 1만2,000원

꾸스꾸스 실내


모로코코 카페

#모로코의 색과 향을 담은 이국적 공간

모로코코 카페

해방촌 언덕에 자리한 ‘모로코코 카페’는 모로코에서 가져온 타일과 패브릭, 조명으로 공간을 채워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더해져 한층 화사하고 따뜻한 무드가 느껴진다. 이곳은 사장뿐 아니라 주방에서 요리하는 셰프들까지 모두 현지인으로, 전통 조리 방식과 재료를 최대한 유지해 모로코의 일상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대표 메뉴인 ‘램 섕크(Lamb Shank)’는 양의 정강이 부위를 자두와 아몬드, 향신료와 함께 오랜 시간 끓여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베지 쿠스쿠스’는 큼직한 당근·무·애호박·병아리콩이 듬뿍 들어가 채소조림 같은 깊은 풍미가 나고, 볶은 양파의 단맛이 더해진 트파야(Tfaya) 소스가 은근한 향을 더한다. 식초의 산미가 살아 있는 토마토 샐러드는 고기 요리와 곁들이기 좋고, 담백한 빵은 어떤 메뉴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가격 램 섕크 2만5,000원, 베지 쿠스쿠스 1만9,000원, 토마토 샐러드 9,000원, 치킨 라이스 1만5,000원
인스타그램 @morocococafe

모로코코 카페 실내

배효은 사진 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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