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는 미술관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공원, 빌딩 숲, 광장 등 도시 곳곳도 시민을 위한 전시장이 된다.
11월, 공공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청계천과 선유도공원, 노을공원을 찾아 모두를 위한 예술을 감상해보자.

‘커넥천 파빌리온’.
‘청계공존’ 공공미술 프로젝트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청계천 일대(청계광장-모전교-광통교-광교)에서 현대 공공미술 작품 6점을 설치한 ‘2025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 청계공존’이 진행되고 있다. ‘공존’을 주제로 한 이 프로젝트는 생태 하천으로 거듭난 청계천에 예술의 물결을 더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이와 함께 11월 말까지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작품 도슨트 투어, 스프링 조명 프로그램 ‘컬러 스프링’, SNS 인증 이벤트, 영상 공모전, 탐조 프로그램 등)이 열리며 청계천은 거대한 야외 예술 갤러리로 변신한다.
‘커넥천 파빌리온’
청계천의 ‘23번째 다리’를 표방하는 목조 파빌리온 작품. 관람객이 플랫폼 위에 올라 주변 경관과 함께 기존의 공공미술 작품 ‘스프링’을 색다른 시각으로 감상하면서 쉴 수 있다. 안에는 양쪽으로 스크린이 설치돼 영상도 시청할 수 있는 열린 휴식·문화 공간으로 활용된다. OBRA 아키텍츠 作.

‘그곳에 있었다_청계천 2025’.
‘그곳에 있었다_청계천 2025’
청계천 복원 20년 만에 청계광장에 설치된 현대미술 신작. 청계천 물줄기의 기원인 북악산의 두꺼비바위를 본떠 만든 거대한 바위 형상에 금박을 입히고, 일곱 팀의 다장르 공연과 함께 축원을 전한다. 광장 슬로프의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수경 作.

‘청계천 조우(鳥遇)’.
‘청계천 조우(鳥遇)’
청계천에서 사람이 자연과 조우(遭遇)하는 순간을 담았다. 자연이 회복된 청계천을 찾아오는 새들을 모티브로 한 시민 참여형 미디어 작품이다. 임정민 作.
+ 그 외 작품들
‘청계유석’
도시의 흔적인 알루미늄을 재생 및 압축해 청계천의 유석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하고 설치한 작품. 도시, 자연, 자원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임근영·전재봉 作.
‘청계초록 : 눈길 손길’
청계천에 자생하는 식물들과 자연 요소를 모티브로 한 점토 드로잉으로, 누구나 만져볼 수 있는 참여형 작품이다.
전영은 作.
‘기억의 자리’
청계천 인근 지역에서 가져온 오래된 의자를 활용한 설치미술 작품으로, 직접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형태의 조각이다.
장승태 作.

청계천 공공미술 프로젝트 바로가기
노을 · 선유도공원 공공미술 프로젝트

올해는 노을공원과 선유도공원에서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노을공원의 ‘새로운 지층’은 흙과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 ‘머무는 시간’을 전시의 일부로 만든다. 선유도공원의 <선유담담(仙遊談擔)> 전시는 ‘시간’과 ‘장소’를 어떻게 공공 예술로 기록·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하나는 물·빛·그늘을 물성 그대로 채집해 병풍처럼 기록하고(설치), 다른 하나는 시민의 아이디어를 받아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AR로 덧입히는 방식(경험)을 취한다.

‘새로운 지층’.
노을공원, 아트 파빌리온 ‘새로운 지층’
마포구 노을공원에 공공미술 파빌리온 ‘새로운 지층’이 선보였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의 기억 위에 복원된 생태 공원의 현재를 겹쳐 읽게 하는 장치다. 국제 공모로 선정된 김효영 작가는 난초의 섬 -> 쓰레기 매립지 -> 생명의 숲으로 이어진 땅의 서사를 재료로 삼았다. 작품의 의도는 분명하다. 자연이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고, 예술이 그 변환을 눈으로 보여준다. 김효영 作.


‘Unseeing : 선유동화’.
선유도공원, ‘Unseeing : 선유동화’
시민 공모 아이디어를 원천으로 한 웹 증강현실 공공 예술. 공원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겹겹의 ‘선유동화’ 레이어를 호출할 수 있다. 덕분에 현실 경관 위에 판타지적 요소를 중첩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레벨나인 作.

‘그림자 아카이브’.
선유도공원, ‘그림자 아카이브’
수생식물원 풍경을 마주 보는 긴 정자이자, 동시에 선유도의 자연을 담은 병풍의 역할을 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 천 일부는 시아노타입(햇빛으로 파랗게 찍는 그림자 사진) 패널로 고정된 ‘기록(축적된 그림자)’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실시간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받아 ‘그림자 문자’처럼 읽히게 한다. 파빌리온 그늘은 관람객이 잠깐 쉬며 ‘앉아서 보는 그림자’를 경험하기 좋다. 김아연 作.
글 김용준 사진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