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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음악 홀들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음악 홀들
2025.10

에세이

서울의 소울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음악 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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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문자 지원

서울 곳곳의 음악 홀은 세계적 연주자와 청중을 잇는 K-클래식의 무대다.
어디서든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서울은 예술 애호가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2015년, 가장 저명한 피아노 콩쿠르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는 소식이 바르샤바로부터 전해졌다. 그 덕분에 당시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는 집이 늘며 ‘조성진 키드’들이 생겨났다. 조성진의 음반과 공연이 매진되는 건 일상이 됐다. 글로벌 시대에 태어난 요즘 아이들은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서구의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22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의 임윤찬이 우승하며 한국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다. 조성진과 임윤찬이 쌍끌이로 견인하는 K-클래식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사실 K-클래식의 태동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레번트릿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데카 레코드에서 명반들을 녹음했다. 정명훈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공동 2위에 오르고 피아니스트를 넘어 지휘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에 이어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손열음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스타들이 끊임없이 배출됐다.

1978년에 선보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서울의 상징적인 음악 홀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1978년에 선보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서울의 상징적인 음악 홀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남쪽의 빛,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의 밤

이런 K-클래식 스타들과 세계적 오케스트라 그리고 최고의 해외 연주자들을 전 세계와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은 콘서트홀이다. 필자는 공연 감상이 일상이다 보니 저녁 시간 대부분을 공연장에서 보낸다. 내 동선을 보니 우리나라의 주요 홀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분포돼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K-클래식의 메카’로 부를 만하다.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콘서트홀은 가장 먼저 손꼽히는 클래식 전용 홀이다. 지금까지 내한한 세계 주요 클래식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밟아봤다. 우면산 자락에 자리한 예술의전당은 탁 트인 뜰이 훌륭하다. 날이 춥지 않으면 음악 분수를 가동한다. 다이내믹한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분수의 물줄기를 따라 웃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갓 모양의 오페라하우스 위에 드리운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을 보며 공연 관람 전에 산책을 해도 좋다. 휴식 시간에 잠시 바깥공기를 맡고 2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을 허용할 무렵이면 시계탑 근처 감나무의 감들이 노릇하게 익어간다. 공연이 끝나고 건널목과 가까운 ‘비타민 스테이션’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관객들의 대화에서 공연의 내용과 반응을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음악 홀이 그렇지만, 멋진 공연을 본 날은 밤바람을 맞으며 집에 갈 때까지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2016년 개관 이후 예술의전당 못지않게 클래식 공연을 자주 보러 가는 곳이 송파구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이다. 잠실역과 지하로 통해 있어 악천후인 날에도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공연장에 갈 수 있다. 쇼핑몰과 마트를 비롯해 수많은 가게에 인파가 들락거리는데, 그 모든 가게가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공연 전부터 관심사가 다양한 수많은 사람과 뒤섞인다. 롯데콘서트홀에는 비교적 최신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어 오르간 음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바닥부터 뒤흔드는 초저음은 음악의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한다. 밤이 깊을 무렵,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은 8층부터 지하철로 통하는 지하 1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간다. 가게들도 하나둘 철시를 하고 퇴근할 무렵이다. 거대한 제2롯데월드 건물도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공연의 감동을 간직한 채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한다.

광화문 하늘에 번지는 선율

서울의 강남권을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이 양분한다면, 강북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있다. 세종대로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앞뜰은 광화문광장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 자리한 분수대와 탁 트인 공간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멀리 경복궁 너머 청와대와 인왕산이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시청 앞 서울광장이 있는 서울의 지리적·문화적 중심이다. 일찍이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었고, 3,000석이 넘는 좌석을 갖춘 대극장에서는 큰 행사나 대형 뮤지컬·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다. 음향이 뛰어난 체임버홀에서는 소규모 실내악이나 독주회가 열리고, M씨어터에서는 창작 오페라나 음악극이 종종 열린다. 광화문광장은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다. 그래서 수많은 외국인이 사진을 찍으며 기념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빌딩들의 LED 전광판에 나오는 21세기적 영상과 경복궁의 돌담이 공존하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나누는 세종문화회관은 이방인들에게도, 서울시민들에게도 애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서울 곳곳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무대들

강서에는 마곡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이 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공연장은 특유의 콘크리트 색깔과 곡선, 높은 천장 등 색다른 미학적 체험을 선사한다. 지하철 마곡나루역에서 홀 로비로 바로 통하는 동선이 좋고, 홀에 들어가기까지 예술적 분위기가 흐르며 은은한 향기도 난다. 항공권처럼 출입문이 모바일과 종이 티켓의 바코드로 열려 티켓 분실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널찍한 공간에 자리한 곳이라 공연이 끝나고 걸어서 이동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다행히 다양한 맛집들이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반대편인 강동에는 강동아트센터가 있다.

지하철 고덕역에서 내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을 지나 강동아트센터에 도착하면 눈앞이 편안하다. 관객을 압도하지 않는 홀이다. 홀 앞마당이 오솔길처럼 아파트 단지와 연결돼 있다. 공연장 1층과 2층 출입구와 공원 산책로의 동선이 이어진 덕이다. 일상과 예술이 따로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공연 1부가 끝나고 휴식 시간에 잠깐 바깥으로 나오면 맑은 공기가 시원하게 폐부로 들어온다.

서울의 동서남북에 위치한 대표적 클래식 공연장을 알아봤다. 여기에 마포아트센터를 더할 수 있다. 서강대학교 후문에서 가깝고, 지하철 대흥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나온다. 여러 장르의 독주회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등 편성도 다양하다. 고음악 원전 연주 분야에 특화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포 하면 갈비다. 주변에 갈비 맛집들이 있어 공연 뒤풀이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날마다 K-클래식의 현장이 되는 음악 홀들. 클래식 음악과 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은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글.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 전문지 <객석>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하고, KBS 클래식FM <출발 FM과 함께> 중 ‘류태형의 출발 퀴즈’와 등을 진행했다.
현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으로 다양한 강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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