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케데헌> 초반부에서 헌트릭스는 컵라면을 잔뜩 쌓아놓고 공연 전 파이팅 타임을 가진다.
김밥, 라면, 국밥 등 <케데헌>에는 다양한 K-푸드가 등장해 세계인의 침샘을 자극한다.
<케데헌> 속 K-푸드를 먹으러 서울의 시장, 거리, 맛집으로 떠나보자.

광장시장에서 ‘K-분식’을 주문해 맛있게 먹은 해외 관광객들.

<케데헌> 초반부, 헌트릭스의 ‘폭풍 먹방’은 아는 맛이어서 더욱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뚝배기에 담아내는 어묵꼬치, 초록색의 옛 분식집 그릇에 담긴 순대와 떡볶이, 김밥, 호떡, 냉면…. 헌트릭스는 공연 전 컵라면을 잔뜩 쌓아놓고 파이팅 타임을 가진다. 매니저 바비가 공연을 앞둔 헌트릭스에게 “오늘 무대 끝나고 이태원 가서 핫도그 먹자”라고 말하거나, 헌트릭스가 컵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매울 신(辛)’ 자 대신 ‘귀신 신(神)’ 자를 사용한 것은 ‘센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헌트릭스의 메인 보컬인 루미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자, 멤버들은 설렁탕을 함께 먹으며 루미를 격려한다. 국밥을 먹기 전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는 헌트릭스의 모습은 한국 사람이 식사하는 방식과 똑같다. ‘매운맛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자 보이즈의 멤버들은 불닭볶음면 인증 사진을 남긴 BTS 정국을 연상케 한다. 이쯤 되면 <케데헌>은 K-푸드 홍보 영화라고 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경동시장에서 떡볶이와 군만두를

경동시장의 분식집에서는 광장시장에 비해 한결 부담없는 가격과 여유 있는 분위기로 K-분식을 즐길 수 있다. ‘키작은아저씨떡뽀끼’는 쌀떡과 밀떡이 적절히 섞여 있고, 고추튀김과 오징어튀김도 깔끔하게 잘 어울린다. 경동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테이크아웃 전용 300원짜리 ‘야끼만두’도 추천한다. ‘기태만두’와 ‘짱구네야끼만두’가 유명한데,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을 수 있는 못난이 군만두와 꼬마김밥 등을 가성비 넘치는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주소 동대문구 고산자로36길 3

‘고향칼국수’ 사장님은 늘 카리스마가 넘친다.

광장시장 포장마차에서 K-분식을

‘전통시장 바이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광장시장은 떡볶이와 김밥, 오뎅 등 ‘K-분식’을 판매하는 포장마차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모녀김밥’이나 ‘강가네떡볶이’가 유명하지만 대기 줄이 길다면 어디서 먹어도 후회 없다. 광장시장은 특히 일반 찹쌀순대가 아닌 피순대와 빈대떡, 꼬마김밥으로 이름났다. 분식을 골고루 시켜 먹는 외국인들이 접시를 싹싹 비운 것이 신기해 물어봤더니 이찬, 지아, 선호, 화연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본인들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다가 <케데헌>을 보고 궁금증을 못 이겨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분식으로 적당히 배를 채운 후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호떡이나 꽈배기를 디저트로 먹은 다음 ‘순이네빈대떡’,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에 나온 ‘고향칼국수’와 ‘부촌육회’도 순례해보자.

주소 종로구 창경궁로 88

경동시장 ‘안동집 손칼국시’에서 칼국수를

<케데헌>을 보고 나면 라면뿐만 아니라 칼국수도 삼삼하게 생각이 난다. 그렇다면 경동시장 지하상가의 ‘안동집 손칼국시’를 찾아보자.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 면과 멸치 육수, 얼갈이 고명을 넣어 ‘칼국수계의 평양냉면’이라고 불릴 만큼 슴슴한 칼국수를 내는 이 집은 ‘흑백요리사 이모카세 이모님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수육과 배추전, 비빔밥 등도 놓치기 아까운 맛이다. 바로 위층의 청년몰에 자리한 전통 다식 전문점 ‘오화당’이나 극장을 리모델링한 독특한 인테리어로 유명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도 들러보자.

주소 동대문구 고산자로36길 3 신관 지하 1층

명동 포장마차에서 감자 핫도그를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가 팬의 감자 핫도그에 머스터드소스를 뿌려주는 노점은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 있다. 평일 오후 5시, 주말 오후 1시가 되면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처럼 등장하는 이동식 푸드 트럭이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즐긴 김밥, 순대, 어묵, 호떡 외에도 계란빵, 각종 꼬치, 탕후루, 랍스터구이까지 서울의 대표 길거리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주소 중구 명동길 35

노포에서 설렁탕을

<케데헌>에서 루미가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어 힘들어하자 헌트릭스 멤버들은 뚝배기에 담긴 설렁탕을 함께 먹으며 그를 격려한다. 국밥이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 <케데헌> 속 주인공을 보러 서울에 왔고, 설렁탕 한 그릇을 꼭 먹고 싶다면, 게다가 마침 명동에 있다면 방문하기 쉬운 ‘미성옥’을 찾아보자. 60년 전통의 이 설렁탕 전문점은 이른 아침 6시에 문을 여는데,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고 국내산 재료만 사용해 믿음이 가는 곳이다. 명동 일대에는 ‘국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하동관’과 ‘이남장’도 있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전통차를

<케데헌>에서 루미와 진우는 북촌한옥마을을 배경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며 ‘Free’를 함께 부른다. <케데헌> 투어로 경북궁이나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면 한국 전통차를 음미하며 잠시 쉬어보자.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에는 한방 카페 ‘차마시는뜰 차뜰’(위 사진)을 비롯해 ‘티테라피’, ‘한옥찻집’ 등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한국 전통차와 한국식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 많다.

글 박혜숙 사진 김재형, 박준석, 최현석, 전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