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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에 담긴 다채로운 맛, 싱가포르 음식

한 그릇에 담긴 다채로운 맛, 싱가포르 음식>
2025.06

여행

취향의 발견

한 그릇에 담긴 다채로운 맛, 싱가포르 음식

음성·문자 지원

싱가포르 음식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식문화가 어우러진 다문화 요리의 집합체다.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향신료와 조리법이 섞이며 독특한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
락사와 치킨라이스, 카야 토스트 같은 현지의 일상식부터 호커 센터에서 맛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까지
서울에서도 싱가포르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한 그릇에 담긴 다채로운 맛은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미각의 세계를 열어준다.

한 쟁반에 담긴 정통 싱가포르 요리들.

한 쟁반에 담긴 정통 싱가포르 요리들.

서울의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인기는 최근 두드러진다. 태국 음식은 물론이고 베트남 음식이 그 저변을 넓히고 있다. 볶음, 국수, 부침 같은 음식이 대체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데다 현지 관광 경험이 음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소스와 즉석식품, 음료 같은 관련 시장까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현지인들도 한국을 많이 찾으면서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주류에 들어가고 있다. 서울은 바로 그 최대 시장이다. 싱가포르 음식도 서울에 선보일 정도다.

다문화가 만든 싱가포르의 맛

싱가포르는 아시아 노동자가 많이 모이면서 융합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한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편이다. 삼각지의 ‘시옥’은 서울 도심에 등장한 싱가포르 호커(Hawker)의 정제된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옥 셰프이자 대표는 직접 싱가포르에 가서 중요한 기술을 체험하고 배워온 정통파다.

“호텔 요리사로 일하다가 현지의 맛에 반해 여러 레스토랑에 지원했어요. 그리고 한 호텔에 채용되어 일했죠.” 같이 일하던 요리사들은 동남아시아의 온갖 나라 출신이었고, 그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배우며 함께 나눠 먹었다. 그 경험이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는 정말 식당이 많아요. 더운 나라니까 밖에서 음식을 많이 사 먹어서 그렇기도 해요. 일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몰려와서 그런지 문화도 다채롭고요. 그게 음식에도 반영되어 용광로 같은 복합성이 생겨났어요.”

섞일수록 더 깊어지는 혼합의 미학

싱가포르 음식은 나라의 형성이 그랬듯이 다문화를 지향한다. 중국계, 특히 중국에서도 독자성이 강한 하카 요리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싱가포르화되었다. 중국계에서도 남중국 쪽이다. 광둥식, 하이난식, 하카(客家)계, 푸젠(福建)계 음식으로 나뉜다. 하이난식 치킨라이스(Hainanese Chicken Rice)는 현재 싱가포르의 핵심 음식이 되었다. 닭 육수로 지은 쌀밥에 닭고기를 얹고 간장과 생강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

인도계도 많아서 카레 향이 거리에 가득하다. 베트남 요리와도 친연성이 있으며, 특히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느낌이 강하다. 락사는 그 지역의 핵심 요리에 들어가는데, 싱가포르 요리 하면 또 락사다. “코코넛이 중요한 양념이에요. 저희 음식에서 가장 싱가포르다운 걸 꼽으라면 락사예요.” 서울 사람에게 아직 락사는 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느냐는 질문에 셰프는 고개를 끄덕인다. 락사에 대해 좀 설명하자면 매운맛의 싱가포르식 국수다. 특이한 점은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만큼 국수가 짧다는 것이다(그래서 젓가락 대신 숟가락만 제공하기도 한다). 코코넛 양념도 락사의 대표적 특징이다. 락사는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싱가포르는 카통 락사가 독보적으로 알려져 있다. ‘불타는 일몰의 노을빛’(싱가포르 관광청 공식 표현)을 띠는 매운 국물에 코코넛과 건새우, 새우 등으로 맛을 내고 어육 완자를 넣은 음식이다. “제가 맛보고 좋았던 요리들, 거기에 제 생각과 기술을 섞기도 했어요. 그래도 가장 싱가포르다운 요리를 한다는 기준으로 메뉴를 구성했어요.”

숙주나물의 아삭함에 불 향을 더한 차퀘이테오.

숙주나물의 아삭함에 불 향을 더한 차퀘이테오.

숯불에 정성껏 구운 시옥의 인기 메뉴, 닭꼬치구이.

숯불에 정성껏 구운 시옥의 인기 메뉴, 닭꼬치구이.

삼각지에 깃든 새로운 풍경

삼각지는 원래 서울의 준도심에 해당한다. 용산의 초입이고, 남산으로 가는 길목이며, 마포와 여의도로도 빠르게 연결된다. 미군 부대 때문에 발전이 지체된 면이 있고, 그런 이유로 한동안 조용한 동네로 시민들에게 여겨졌다. 음식 문화 또한 전형적인 한식당이 많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용리단길이 화제가 되고 전통적인 상권이 달라지면서 시옥 같은 새 세대의 문화가 들어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남단에 위치한 도시국가로, 중국계(약 75%), 말레이계(약 13%), 인도계(약 9%)를 포함한 다민족국가다. 음식 문화가 다층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다. 같은 락사나 팟타이라고 해도 싱가포르다운 스타일로 바뀐다. 그걸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호커 문화다.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서민용 공공 식사 공간으로, 노점 문화가 실내로 들어오면서 생겨났다. 우리의 경우 익숙한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실내 포차’라는 전무후무한 형태가 새롭게 생겨난 것과 흡사하다.

보통 평균 30~100개 이상의 음식 부스가 몰려 있는 호커 센터는 정말 이국적인 싱가포르식 종합 음식 문화다. 서울에도 음식 백화점이나 푸드 코트가 있는데, 호커 센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호커 센터 안에는 말레이시아·중국·인도 요리가 정통과 퓨전으로 섞여 들어와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으며, ‘저렴한 가격, 빠른 회전율, 다민족적 요리 구색’이 특징이다. 아주 맛있다기보다 한자리에서 여러 요리를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호커 센터의 매력이다.

음식을 함께 맛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옥의 임솔 사장과 박찬일 셰프.

음식을 함께 맛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옥의 임솔 사장과 박찬일 셰프.

서울에서 펼쳐지는 동남아시아 식탁

싱가포르 사람들은 볶음, 튀김, 데침 등의 뜨거운 요리를 즐긴다. 향신료 사용량이 많고, 특히 셜롯·마늘·생강·고추·레몬그라스·고수 등을 좋아한다. 하루 세끼 중 아침은 간단히 ‘로티’라는 음식을 먹고, 점심과 저녁은 볶음국수와 볶음밥 또는 덮밥과 수프를 먹는다. 시민의 약 80%가 주 3회 이상 호커 센터에서 식사한다고 한다. 원래 호커는 노점을 뜻하는 말이다. 아시아에 흔했던, 양쪽에 음식 바구니가 달린 큰 장대를 어깨에 메고 다니며 즉석에서 음식을 팔던 방식이다.

시옥의 메뉴 몇 가지를 맛봤다. 셰프가 “가장 싱가포르답다”고 말하는 락사는 코코넛 밀크와 카레 향이 난다. 완자· 숙주· 반숙란· 닭고기 등이 들어가는데 국물이 매우 진하다. 차퀘이테오라는 싱가포르의 유명한 볶음국수도 맛있다.원래 말레이 지역에 사는 중국인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역시 말레이에서 인기 있는 음식으로 싱가포르에 건너온 사테도 있다. 풍미가 강하고 육질이 아주 좋다. 서울도 이런 음식 문화로 동남아시아처럼 달궈지고 있다. 흥미로운 요리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싱가포르 대표 국민 음식

다양한 아시아 식문화가 어우러진 싱가포르에는 독특한 풍미와 재료를 살린 음식이 많다. 현지인은 물론 전 세계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싱가포르 대표 음식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칠리크랩

칠리크랩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해산물 요리. 매콤달콤한 칠리소스에 푹 담긴 꽃게를 손으로 뜯어 먹는 방식으로, 바삭한 만터우(빵)와 함께 먹는다.


카야 토스트

카야 토스트

카야잼(코코넛 밀크+판단잎+달걀)을 바른 토스트에 반숙란과 커피를 곁들여 먹는 전통 아침 식사 메뉴. 싱가포르 카페 문화의 아이콘 같은 존재다.


락사

락사

코코넛 밀크에 매콤한 향신료를 더한 국물국수. 생면 또는 건면 위에 새우, 어묵, 숙주 등을 얹어 먹는다. 말레이시아 문화와 중국 문화가 융합한 대표 메뉴다.


차퀘이테오

차퀘이테오

넓적한 쌀국수를 진한 간장 소스와 해산물, 숙주 등과 함께 볶아낸 요리. 달짝지근하면서도 불 맛이 살아 있어 현지 포장마차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판단 케이크

판단 케이크

판단잎 향이 매력적이며, 푸딩처럼 부드러운 케이크. 코코넛 밀크와 달걀로 만든 이 디저트는 싱가포르 국민 간식으로 불릴 만큼 사랑받는다.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울 속 싱가포르를 맛보다

싱가포르 음식은 다문화가 만든 독특한 미식의 집합체다.
중국·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시아 음식의 풍미가 녹아 있으며,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가 조화를 이룬다.
서울에서도 락사, 족발 덮밥, 치킨라이스, 전통 디저트까지 다양한 싱가포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싱가포르 현지 감성 가득한 레스토랑

시옥 삼각지점

삼각지역 인근에 자리한 ‘시옥(Shiok)’은 싱가포르의 속어로 ‘맛있다’, ‘멋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식당 이름처럼 싱가포르의 분위기와 맛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은 수년간 현지에서 생활하며 직접 배우고 맛본 레시피로 요리를 선보이는 싱가포르 전문 식당이다. 호텔 요리사 출신의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족발 덮밥, 락사, 볶음국수, 닭꼬치구이 등 다양한 싱가포르 대표 음식을 합리적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공간도 매력적이다. 이국적 인테리어는 싱가포르 호커 센터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으며,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은 SNS 업로드를 부를 만큼 감각적이다. 현지의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받은 메뉴 구성도 흥미롭다. 가성비와 맛, 분위기 모두 갖춘 이 식당은 특히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 서울 한복판에서 싱가포르의 다채로운 음식과 감성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가격 플래터 4만4,800원, 싱가포르 오향족발 덮밥 1만3,800원, 차퀘이테오 1만5,500원, 마장면 1만2,800원, 락사 1만8,500원, 시리얼 프라운 2만1,000원


#카페 감성으로 즐기는 락사 한 그릇

서울락사

용산구의 한 골목에 자리한 ‘서울락사’는 싱가포르 국수 요리인 락사를 메인으로 선보이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원래 카페를 운영하던 대표가 싱가포르 락사의 맛에 매료돼 현지 레시피를 직접 배워와 커피와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완성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코코넛 풍미를 살짝 순화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락사는 주문 시 쫄깃한 생면과 탱탱한 건면을 선택할 수 있으며,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에 새우와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한 그릇으로도 든든하다. 사이드 메뉴인 매콤버터맛있새우·닭한입구이·카야 토스트도 인기가 많고, 식사 후 커피까지 세트로 즐길 수 있어 바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싱가포르의 락사가 궁금하다면 서울락사에서 먼저 만나 보자.

인스타그램 @seoullaksa
가격 싱가포르 락사(생면) 1만5,000원, 싱가포르 락사(건면) 1만3,000원, 매콤버터맛있새우 1만2,000원, 닭한입구이 1만2,000원


#서울에서 즐기는 싱가포르 전통 디저트

디저트 머라이언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디저트 머라이언’은 싱가포르 출신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유명 항공사에서 디저트를 만들던 그는 한국에 정착해 싱가포르의 맛과 감성을 담은 디저트를 직접 수제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 메뉴인 판단 케이크는 현지에서 가져오는 판단잎 가루에 코코넛과 달걀을 더해 고소하고 향긋한 풍미를 자랑한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망고 포멜로 빙수는 망고 셔벗, 망고 큐브, 바닐라 아이스크림, 자몽 알갱이, 사고(Sago) 펄을 층층이 쌓은 디저트로 진한 망고의 풍미와 탱글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무방부제 천연 카야잼을 넣은 카야 토스트는 현지 방식 그대로 간장 반숙 달걀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된다. 싱가포르 수상 부부와 대사 부부가 직접 방문한 곳으로, 외교 행사 디저트로도 소개된 바 있다.

인스타그램 @dessert_merlion
가격 판단 케이크 한 판 3만4,000원, 블랙커피 4,500원, 포멜로 빙수 8,000원, 카야 토스트 4,300원

배효은 사진 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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