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 서울은 오롯이 정원이다.
작가와 기업, 시민과 학생, 세계의 정원이 함께 어우러져 서울을 ‘살아 숨 쉬는 정원도시’로 만드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만나보자.
2015년에 시작해 어느덧 열 살 생일을 맞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12만 평의 광활한 공간에 111개의 정원이 조성됐으며, 시민·전문가·학생·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정원 행사다. 올해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서울, 그린 소울(Seoul, Green Soul)’. 서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린 자연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중심으로 서울 전체를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런 의도는 정원을 통해 시민의 일상에 작은 여유와 자연과의 교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서울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가는 ‘정원도시 서울’의 비전과도 연결된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정원을 통해 도시와 사람, 자연이 이어지는 자리. 정원 전문가부터 신진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원’의 의미를 풀어낸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각각의 정원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싹을 틔우고 자라서 뿌리를 내린다.
PART 1
작가, 학생, 기관, 지자체, 기업 그리고 시민. 하나의 정원을 이루는 요소가 실로 다양하듯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선보인 정원들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많은 구성원의 손과 땀으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정원들 사이를 거닐며 ‘그린 서울’을 느껴보자.
상상력의 끝에서 피어난 작가정원
독일 작가 마크 크리거의 ‘Aviators Garden’. 한국의 자생종 숙근초를 엄밀히 선별해 독일 자연형 숙근초 정원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아무 의도 없이 만들어진 자연을 대하는 기분과는 다르다. 작가의 상상력과 영감, 통찰력이 담긴 정원을 둘러보는 것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작가정원’이다. 국내외 정원 작가들이 예술적 실험 정신을 펼쳐낸 정원이 12만 평의 대지 위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초청정원’은 독일 조경가 마크 크리거(작품명 ‘Aviators Garden’)와 2024 서울특별시 조경상 대상 수상자 박승진(작품명 ‘The Third Track’)이 참여해 자연성과 창의성을 강조했다. ‘공모정원’은 ‘세 번째 자연(The Third Nature)’을 주제로 한국 작가 세 팀, 이탈리아 작가 한 팀, 독일·체코 작가 한 팀 등 5개 작품으로 구성되어 정원의 예술성과 도시와의 조화를 담아냈다.
김기한 작가의 ‘The Last Meal’은 동그란 원형 연못에 개구리밥을 가득 채워둔 작품. 물이 흐르며 그 안에 담긴 정원도 움직인다.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Waterroots!’. 더운 날씨에 얼음이 놓인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정원이다.
‘2024 서울특별시 조경상’ 대상 수상자 박승진 작가의 ‘The Third Track’.
“생태계 전환에서의 마지막 식사. 어쩌면 미래 단백질의 대안이 될 개구리밥을 통해
이 정원이 우리의 육식 문화와 자연 생태계 변화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_ 김기한, ‘작가정원’ 금상 수상자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Garden of Eternal Life)’. 이 작품은 속이 빈 나무 그루터기를 모티브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기업ㆍ기관ㆍ지자체의 아름다운 화음, 작품정원 & 서울이야기정원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된 정원은 기업, 기관, 지자체가 만든 정원으로 구성된 ‘작품정원’이다. 친환경 사회 공헌과 민관 협력으로 진행한 ‘기업정원’부터 ‘기관정원’ 그리고 ‘지자체정원’까지. 작품정원에는 자연, 기술, 공공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의 다양한 정책을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낸 서울이야기정원 역시 정원박람회를 찾은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5월의 여왕 장미를 모티브로 한 ‘현대장미원’은 인기 있는 촬영 장소.
기업정원
기업정원에는 각 기업의 특징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 지원, 생물 다양성 보전, 도시 재생 등 지속 가능한 서울의 비전이 담겨 있다. 울타리 없는 공공 정원, 모두를 위한 디자인, 그리고 동네의 이야기 등을 담은 풍경이 보라매공원을 수놓는다.
‘메타몽’ 캐릭터와 바이올렛 컬러의 등나무로 완성한 ‘메타몽 가든’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꽃댕강나무, 고광나무 등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수종을 식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린플러스 도시숲’ 정원.
“고등학교 체험 학습으로 이번 박람회를 찾았어요.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진 다양한 정원 공간을 보는 게 참 좋아요.
40여 명이 함께 왔는데, 어느새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돌아다닐만큼 볼거리가 많아서 즐겁습니다.”
_ 김한나, 서산 꿈의학교 학생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원은 닫혀야 한다’라는 주제로 자연의 순환 원리를 보여주는 ‘순환하는 원, 생태정원’을 조성했다.
기관정원
정부 기관이 참여한 기관정원은 재활용 소재, 저관리 식재, 로컬 플랜트 등을 활용한 친환경 정원이 주를 이룬다. 이와 함께 정원이 도시 안에서 지속 가능한 녹색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서울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있는 서울달이 ‘서울달 미니정원’으로 탄생했다.
정선 정원에서는 가리왕산 숲의 요정 ‘와와군’과 그의 친구 ‘미토’ 등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자체정원
각 도시가 품은 자연과 문화는 서로 다르다. 서귀포, 부산, 진주, 춘천, 정선 등 이번 정원박람회에 참여한 지자체들은 지역의 고유한 풍경과 이야기를 담아 정원을 꾸몄다. 자연 지형을 살려 디자인하거나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 또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주제를 정해 정원마다 뚜렷한 개성이 배어난다.
“국립생태원에서 모아온 식물 뿌리와 아름드리나무 토막을 배치하고 덩굴식물들을 심었어요.
나무토막과 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곤충과 새들의 서식처가 되어줄 겁니다.”
_ 이수창·김일천, 국립생태원
환경과의 자연스러운 조화, 동행정원
주민의 거주환경과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시민동행정원’, 조경 전공 학생이 참여한 ‘학생동행정원’, 한국 거주 외국인이 만든 ‘다문화동행정원’, 자치구가 선보이는 ‘자치구정원’ 등 다양한 동행의 가치들이 ‘동행정원’을 이룬다.
학생동행정원의 하나인 ‘그;늘 곁에’(그 팀).
시민과 학생이 참여한 정원들은 자연과의 조화, 생태적 가치 그리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각각 다른 주제로 정원을 꾸몄지만 과도한 인공 구조물이나 장식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식재와 생태계의 순환을 강조하는 것이 큰 흐름. 특히 식물의 다양성과 계절감을 살려 정원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계로 기능하도록 설계했다. 정원에 어우러진 낯익거나 낯선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산책이 될 것이다.
시민동행정원의 하나인 ‘확산의 정원’(식집사들 팀).
통일부는 기관정원을 통해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의 송환을 염원하는 ‘세 송이 물망초의 연못’을 조성했다.
+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간 5월 22일~10월 20일
장소 보라매공원(동작구 여의대방로20길 33)
누리집 festival.seoul.go.kr/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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