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에서 손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도심과 공원, 문화유산을 무대로 펼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 야외 조각 프로젝트 ‘2025 조각도시서울’부터
좁은 공간을 활용한 ‘한평조각미술관’, 그리고 한강 옆에서 즐기는 ‘2025 한강공원 조각 작품 순환 전시’까지.
산책하기 좋은 이 계절, 우리에게 문화예술의 향기를 선사한다.
도심 속 빌딩 숲, 공원과 문화 유적지 곳곳이 조각 전시장이 되어 예술과 일상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조각도시서울’은 시민들에겐 수준 높은 예술 작품 감상 기회를, 작가들에겐 도시 공간을 전시 무대로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지난해보다 2배가량 확대된 서울 전역 총 35개 장소를 323점의 작품이 수놓는다. 전시의 첫 시작은 ‘역사의 터, 예술로 깨어나다’를 주제로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과 열린송현녹지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이 외에도 서울식물원·보라매공원·뚝섬한강공원·북서울꿈의숲 등 서울 전역 곳곳에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데,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봄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장소마다 25점 이상의 조각 작품을 연 2회 이상 전시하며, 각 장소에서 3∼4개월간 진행한 다음 이동하는 교체·순환 방식이다. 안내판 QR코드에 접속해 더욱 깊이 있는 작품 설명도 찾아볼 수 있어 도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기능한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에 전시된 양태근 작가의 ‘봄나들이’는 동심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작품이다.
역사와 예술의 이중주
서울의 거리와 공원, 오래된 문화유산 위에 조각 작품이 고요히 자리 잡았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열린 전시장으로 총 7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전시 시작과 함께 작품과 눈을 맞추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양태근 작가의 ‘봄나들이’를 비롯해 장성재 작가의 ‘래프팅-흔적’ 등이 대표적이다. 열린송현녹지광장에는 대형 조각 작품 12점이 전시되어 공원의 풍경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허태진 작가의 ‘공존’, 장세일 작가의 ‘스탠다드 애니멀-늑대’ 등 작가 고유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서울의 도심 속 풍경을 다시 쓰고 있다.
2025 조각도시서울
전시 장소 및 전시 기간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열린송현녹지광장 : 3월 21일~12월 31일, 서울식물원·보라매공원·북서울꿈의숲 : 5~6월 전시 예정, 뚝섬한강공원 : 9월 전시 예정
광화문광장에 자리한 민복기 작가의 ‘바라보다’.
작은 공간에서 느끼는 큰 감동
도심 속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특색 있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장소의 특징은 물론 주변 경관까지 반영한 작품들은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한평조각미술관’은 서울의 유휴 공간, 약 3.3m2 남짓한 면적을 전시장으로 바꾸는 실험이다. 세종문화회관 2층 테라스, 노들섬 계단 입구 등 일상적인 틈새 공간들이 예술을 품으며 도시 속 감상 지점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는 민복기 작가의 ‘바라보다’가 다소곳이 놓여 있다. 이 외에도 세종문화회관 2층 테라스에는 안경진 작가의 ‘승리의 여신 새로운 변주’, 노들섬 계단 입구에는 김병규 작가의 ‘스케이트보드-공간을 즐기다’, 구로미래도서관 정원에는 유수 작가의 ‘Seesaw-TOPIA’, 서울연극창작센터 입구에는 이시 작가의 '높이날다'가 설치돼 도심 속 공간과 예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한평조각미술관
전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2층 테라스, 광화문광장 광화문역 7번 출구, 노들섬 계단 입구, 구로미래도서관 정원, 서울연극창작센터 입구 등
전시 기간 4월 14일~8월 15일
푸른색 배경에 별자리가 연상되는 이미지를 담아 열린송현광장에 전시된 허태진 작가의 ‘공존’.
한강공원의 조각 사이를 산책하다
도심 속 미술관을 경험할 수 있는 조각 전시는 한강공원에서도 이어진다. 산책로와 휴식 공간 곳곳에 조각 작품을 설치해 시민들이 조각 사이를 걷거나 앉아서 쉬며 자연스럽게 예술과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현대적 감각을 지닌 신진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가득한 이번 전시는 반포한강공원 제1주차장 인근 산책로, 강서한강공원 가족 피크닉장, 망원한강공원 내 서울함공원에서 1차 전시가 열리며, 이후에는 여의도·잠실·양화한강공원 등 다른 공원으로 순차 확대된다. 사랑의 감정을 여행을 떠나는 형태로 표현한 김래환 작가의 ‘나들이(Picnic)’를 비롯해 김원근 작가의 ‘남남북녀’, 최승애 작가의 ‘희망의 약속’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한강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색다른 감상 기회를 제공한다.
2025 한강공원 조각 작품 순환전시
전시 장소 반포·강서·망원한강공원(1차 전시)
전시 기간 4월 1일~5월 30일
망원한강공원 내 서울함공원에 설치된 정국택 작가의 ‘캥거루’.
글 박혜숙 사진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