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힘들어지는 것이 소상공인이다.
다행히 서울에는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보탬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가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힘이 되어주는 지원이 있어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 서울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지털 교육으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다

북창동 다끼야 문태연 대표
북창동의 이자카야 ‘다끼야’는 꾸준히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태연·조용혜 부부가 처음부터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했던 건 아니다. 이들은 한때 직원이 12명이나 되는 대형 식당을 운영했지만, 예기치 못한 경제적 위기로 모든 걸 잃고 큰 빚을 떠안게 되었다. “은행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봤어요.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옆을 보니 든든한 남편이 있더라고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 부부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행운이 따라주었다. “여기서 장사를 하던 분이 식당을 당장 팔아야 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집기와 간판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도움과 두 번째 기회
두 번째 창업을 앞두고 자금이 부족한 부부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찾았다. 컨설팅을 받고 소규모 식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으며 이들은 다시 시작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때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도움을 주신 직원 덕분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어요. 절박한 순간에 만난 은인이었죠. 저희 사정을 듣고 자기 일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아봐주고 도와주셨어요.”
새 간판을 달 여유조차 없어 기존 가게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며 시작한 다끼야는 두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모든 자영업자가 힘들었던 코로나19 시기에도 손님들이 찾아와 음식을 포장해 가면서까지 응원해주어 부부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변화와 적응 그리고 디지털 전환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단골손님이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부는 동네 손님 외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중장년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이었다. “제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해보긴 했지만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었죠. 다행히 중장년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지원받으면서 SN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부부는 그 기회를 통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도하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및 구글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북창동 맛집’, ‘직장인 점심 맛집’ 등의 키워드 검색에서 다끼야가 상위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젊은 고객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다끼야의 메뉴는 무척 먹음직스럽게 보였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에 올라간 메뉴판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가게 이미지가 한 단계 좋아졌다. 이들은 느리더라도 천천히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세대와 발맞춰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긍정 마인드가 만들어가는 성공
짧은 인터뷰였지만 이 부부에게서는 끊임없이 긍정의 기운이 전해졌다. 식당을 경영하는 23년 동안 어려운 시간이 왜 없었을까. 하지만 어떤 위기 속에서도 부부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다. “연초가 되면 뉴스에서는 항상 올해 경제가 어려울 거라고 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도 어렵지 않은 해가 없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다끼야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서로를 지지하며 다시 일어선 부부의 노력과 사랑이 담긴 공간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또 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부부는 오늘도 변함없이 손님을 맞이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폐업 위기를 기회로, ‘엄마카세’의 성공

내자동 황태구이다래 주효미 대표
서울의 작은 골목에서 20년째 운영되고 있던 작은 식당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닥뜨렸다. 손님이 끊기고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폐업까지 고려해야 했던 상황. 그러나 서울시의 자영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황태구이다래’의 주효미 대표는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코로나 지원금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돼 신청했다”고 말했다.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폐업을 할 것인지 고민하던 그는 컨설팅을 받고 식당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됐다.
차별화된 콘셉트, ‘엄마카세’의 탄생
황태구이다래는 원래 황태구이와 김치찌개 같은 백반을 주로 제공하는 식당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에 손님이 몰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극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효미 대표와 그의 어머니는 메뉴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손님들이 “사장님, 아무거나 주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 데서 착안해 ‘아무거나 코스’를 만들었고, 이후 이를 발전시켜 예약제로 운영하는 ‘엄마카세’로 브랜드화했다. “손님들이 마치 집밥을 먹는 것 같다고 하셔서 엄마가 해주는 코스 요리라는 뜻으로 메뉴명을 정했어요.” 이 콘셉트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단독 룸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자영업 지원으로 다시 시작
주효미 대표는 폐업을 고민했으나, 서울시의 자영업 지원 프로그램 중 사업재기 및 안전한 폐업지원(2025년 ‘새 길 여는 폐업지원’으로 전면 개편, 사업재기 지원은 운영하지 않음)을 통해 도배와 시설보수, 온라인 홍보를 진행하며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식당 인테리어를 정비하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및 블로그 홍보를 강화할 수 있었다. “홍보 없이 장사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원을 받으면서 온라인 마케팅도 배우고, 지속적으로 홍보를 진행하니 확실히 손님이 늘더라고요.” 처음에 그는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지원금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컨설팅을 통해 사업 방향을 정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더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주효미 대표는 두 번째 컨설팅을 받으면서 손님을 더 많이 유치하기보다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젊은 층까지 모두 잡으려는 욕심을 버렸어요. 저희 가게는 40~60대 손님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곳으로 자리 잡는 게 더 맞다는 걸 알게 됐죠.” 이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식당의 본질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지원은 시작일 뿐, 꾸준한 노력 필요
대표는 지원 사업이 끝난 후에도 식당을 알리는 블로그 운영과 SNS 활동을 지속했고, 이를 통해 고객층을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2024년 12월에는 식당을 운영한 20년 동안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효미 대표는 앞으로도 서울시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해 사업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이라면 지원 프로그램을 잘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단순히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칠전팔기! 성공을 부르는 성실함

대림동 맛뿔 감자탕 복진만 대표
대림동 ‘맛뿔 감자탕’의 복진만 대표는 많은 위기를 겪고 일어선 ‘생존자’다. 첫 시련은 2012년 대형 감자탕집을 운영하던 때 찾아왔다. 메르스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2018년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했지만, 동네가 외국인 밀집 지역으로 변하고 한국인 고객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2022년에는 간암 판정까지 받아 가게를 닫아야 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도움과 재기의 발판
그가 다시 장사를 시작한 것은 2023년 2월이었다. 단골들의 지속적인 격려에 용기를 냈다. 하지만 운영 자금이 부족했고, 간판과 내부 시설도 새로 단장해야 했다. 그때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보내온 지원 공지가 눈에 들어왔다. ‘위기 소상공인 조기 발굴 및 선제 지원 사업’에 신청서를 낸 복진만 대표는 이를 통해 간판 교체와 마케팅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노력은 시설 정비에 그치지 않았다. 새벽부터 나와 시장에서 재료를 고르고, 직접 국물을 맛보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먼저 제공했다. “손님에게 한마디라도 더 건네고, 식사 후에는 캔디 하나라도 챙겨드려요. 작은 차이가 단골을 만들거든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신념
이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한다. 정부 지원 정책을 스스로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도움말. “필요한 게 있다면 직접 알아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나 기업마당 등 정책 지원 포털에 한 번씩 들어가보세요.” 복진만 대표의 이야기는 도전과 희망 그리고 서울신용보증재단 같은 기관의 실질적 지원이 만나 만들어낸 재기의 사례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그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밀키트로 전국의 고객을 만나다

쌍림동 서울곰탕 이우영 대표
서울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곰탕’은 이우영 대표가 부모님 가게를 물려받은 곳이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깔끔한 맛의 ‘서울곰탕’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새로운 판로, 밀키트에 도전
이우영 대표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서울시와 현대그린푸드가 주관한 ‘로컬브랜드상권 밀키트 사업’이었다. 그는 상인회 소통방에서 이 사업을 알게 되었고, 망설임 끝에 지원했다. “개인적으로 밀키트를 몇 번 시도했어요. 하지만 배송이나 유통망 확보가 어려워 포기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제조부터 유통까지 체계적인 지원을 받은 덕분에 제대로 된 밀키트를 출시할 수 있었어요.” 그는 이번 사업을 통해 현대그린푸드와의 협업으로 자신만의 레시피로 돼지곰탕 밀키트를 개발했다. 그 덕분에 서울곰탕의 맛을 멀리 있는 고객들에게도 알리는 기회를 얻었다.
이우영 대표는 식당에서 끓여 내던 맛이 밀키트에도 완벽히 구현되도록 신경을 썼다. “식당에서 먹는 맛과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조리법을 개발했어요. 대량생산에 맞춰 개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도 많이 배웠고요.” 서울곰탕의 밀키트는 카카오메이커스와 그리팅몰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고, 첫 판매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열린다
그는 이제 오프라인 업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장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고요.” 아직 서울곰탕의 밀키트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우영 대표는 변해가는 시대에 맞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글 배수은 사진 김재형 일러스트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