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대표하는 고기 요리 ‘슈하스코(Churrasco)’는 독특한 맛과 문화로 오랫동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한국에서도 슈하스코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꾸준히 생겨나 브라질의 고기 요리 문화를 제대로 맛볼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브라질 음식은 서울에서 꽤 오래전부터 소개되었다. 하지만 전파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서양 음식은 대체로 이탈리아 요리 중심으로 발달한 까닭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기 구이는 한식이 워낙 강세라 슈하스코를 무기삼아 들어온 브라질 식당이 아무래도 역부족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근래 들어 질 좋은 슈하스코를 선보이는 식당이 늘고 있다. ‘본인브라질’도 그런 집이다. “사람 많은 서울, 그것도 강남역을 골랐다. 제일 경쟁이 센 곳에서 식당을 하고 싶었다.” 브라질 이구아수 지역에서 태어나 한국에 온 지 10년이 훌쩍 넘은 이보 네이랑가로 셰프의 말이다. 그는 한국인 아내 최혜진 씨와 함께 열심히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고기는 숯불 위에서 천천히 구워지며 불 향을 머금는다.
고기 천국, 슈하스코의 무한 즐거움
“한국인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데, 슈하스코는 소고기로 만든다. 브라질에서는 소 등심이 최고 인기 있고, 치맛살도 즐긴다. 한국인이 삼겹살을 즐겨 먹는 것처럼 브라질에서 슈하스코는 일상에 가깝다.” 슈하스코는 원래 소를 치는 목동이 먹는 음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들판에서 야영하며 불을 피워 준비한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구운 후 나눠 먹은 데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슈하스코 파는 식당을 브라질에서는 ‘슈하스카리아’라고 한다. 좋은 일이 있어도 모이고, 슬픈 일이 있어도 브라질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적인 식당이다. 등급도 다양하다. 비싼 고기를 파는 곳부터 아주 싼 비용으로 먹을 수 있는 슈하스카리아까지 널려 있다. 워낙 많아 ‘브라질은 역시 슈하스코의 나라’라고 믿게 된다고 한다. 한국인의 고깃집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슈하스코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무한정 나오는 고기다. 주로 초원에서 소를 방목하는 남미에서는 아무래도 사룟값이 적게 들어 소고기가 아주 싸다. 당연히 충분히 먹는다. 많이 먹으면 2kg 이상도 먹는다. 이렇게 무한 제공하는 방식을 ‘로디지오’라고 부르는데, 심지어 피자 같은 것도 이런 식으로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한 가지 피자를 먹으면 다른 맛의 피자를 계속 내준다. 엄청난 자원과 그런 식재료를 길러내는 좋은 기후, 낙천적인 국민성이 어우러진 문화가 아닐 수 없다. 네이랑가로 셰프에게 슈하스코의 몇 가지 원칙을 물었다.
숯을 정성스럽게 정리하는 이보 네이랑가로 셰프.
본인브라질에서는 눈앞에서 고기를 썰어주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넓은 국토와 쾌활한 국민성이 담긴 슈하스코
“몇 가지 기준이 있어요. ‘숯불을 피우고 꼬챙이에 꿰어 굽는다, 서버가 테이블에서 썰어준다, 원하면 언제든 더 준다.’ 이게 슈하스코의 매력이죠.” 본인브라질에서는 브라질 현지와 비슷하게 소 등심과 안심, 치맛살, 닭 다릿살, 파인애플 등을 구워낸다. 부위 대부분 아주 훌륭했다.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위인 피카냐(우둔살)는 지방을 두툼하게 붙여서 먹음직스럽게 구워낸다. 지방은 구울 때 훈연되어 고기 맛을 배가해주기 때문에 잘라내지 않고 붙여 굽는다. 육즙을 많이 머금은 안심은 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에 버금가는 품질이어서 깜짝 놀랐다. 닭 다릿살은 얼마나 예쁘게 손질해서 굽는지 셰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껍질을 손질하고 살코기에 붙여 굽는데, ‘겉바속촉’의 일품요리다. 브라질에서는 소갈비도 아주 인기가 높은데, 한국은 갈비 가격이 국제 기준으로 너무 높아서 팔기 어렵다.
두 사람은 셰프와 손님으로 만나 오래 연애하다가 1년 전에 결혼했다. 아내는 서빙하고 남편은 요리한다. 주방을 보니 매우 청결했고, 화덕도 완벽했다. 네이랑가로 셰프가 청계천에 가서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슈하스코를 먹을 때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구워서 나온 고기를 셰프가 직접 썰어주는데, 가능하면 다 먹는 게 멋이다. 많이, 충분히 먹는 것이 슈하스코를 즐기는 기본 원칙이란다. 소고기는 대체로 미디엄 레어로 낸다.
브라질은 넓은 국토와 낭만적이고 쾌활한 국민성을 가진 멋있는 나라다. 음식도 그런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정이랄까 나눔이랄까, 그런 개성을 밥집과 고깃집에서 느낄 수 있는 슈하스카리아는 브라질을 대표한다.
담소를 나누는 이보 네이랑가로 셰프와 아내 최혜진 씨, 그리고 박찬일 셰프.
브라질 사람들도 쌀밥을 먹는다
슈하스코는 굽는 기술이 중요하지만, 홀에서 멋지게 썰어주는 기술자도 중요하다. 그런 사람을 보통 ‘칼’이란 뜻의 ‘파리도’라고 부른다. 물론 셰프가 직접 썰어주기도 한다. 브라질 음식은 슈하스코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대중적으로 외국에 널리 알려진 것이 슈하스코일 뿐이다. 한식이 외국에 알려진 초창기에 ‘테이블 바비큐’와 김치만 소개된 것과 비슷하다.
브라질 사람들은 ‘파로파’라는 카사바로 만든 음식에 한국처럼 쌀밥과 콩을 즐긴다. 수프도 좋아한다. ‘모케카’라는 해산물 수프는 한국인도 아주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포르투갈 통치 시기에 들어온 대구 요리, 크로켓 등도 널리 먹는다. 음료는 과일 주스가 흔하고, ‘카샤사’라는 브라질 증류주도 즐겨 마시니 기억하자. 사탕수수 베이스란 점에서 럼과 비슷한데, 풍미가 더 강렬하게 느껴지고 서민적이다. 본인브라질에서도 물론 맛볼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이 술로 칵테일을 많이 만드는데, ‘카히피리냐’라고 부르는 게 제일 흔하다. 카샤사에 라임·설탕·허브를 넣는데, 드라이하면서도 남미의 뜨거운 태양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 아, 커피를 빼놓으면 말이 안 된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메리카노 스타일이 아니라 진하게 우려 마신다. 네이랑가로 셰프가 자신의 고향인 이구아수(폭포로도 유명하다)에서 가지고 온 커피를 내준다. 인스턴트 가루 커피인데, 진하다.
셰프에게 제일 좋아하는 슈하스코 부위를 물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피카냐죠. 물론 삼겹살, 목살구이도 아주 좋아합니다.” 사람 좋은 인상인데, 뭔가 철학적인 풍모를 지닌 네이랑가로 셰프의 말이다. 그를 보고 있으니 문득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을 가진 전설적인 브라질 국가 대표 축구 선수가 떠오른다.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국민 요리
슈하스코(Churrasco)
숯불에 구운 브라질식 바비큐로, 고기의 결을 따라 얇게 썰어 내는 게 특징이다. 피카냐, 닭 다릿살, 소시지 등 다양한 부위를 순서대로 맛보며 여럿이 함께 즐긴다.
프랑구 아 파사리뉴(Frango a Passarinho)
소금과 마늘, 양파 등으로 간단하게 양념해 구운 닭 다리 요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감자튀김이나 밥과 함께 일상적으로 즐긴다.
페이조아다(Feijoada)
검은콩, 돼지고기, 소시지를 오래 끓인 진한 스튜로 흰쌀밥, 케일볶음, 오렌지에 곁들여 먹는다. 브라질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꼭 먹는 솔 푸드다.
카헤테이루(Carreteiro)
양파, 토마토, 고기를 넣어 만든 브라질식 볶음밥. 남은 고기를 활용해 만드는 요리로,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대표적인 브라질 가정식이다.
서울에서 즐기는 브라질의 불맛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숯불 직화구이인 브라질식 바비큐 ‘슈하스코’.
브라질 현지의 맛을 전하는 슈하스코 전문 식당이 서울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훈연 향을 입힌 고기부터 브라질 가정식까지,
저마다의 비법으로 슈하스코 풍미를 살린 세 곳을 소개한다.
#불 향 가득한 브라질 현지의 맛
본인브라질
브라질 이구아수 출신 셰프가 한국인 아내와 운영하는 ‘본인브라질’은 정통 브라질 슈하스코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셰프가 고기를 숯불에 굽고, 테이블마다 다니며 일일이 잘라주는 전통 방식 덕분에 브라질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슈하스코는 등심, 닭고기, 삼겹살,마늘 토시살, 치맛살, 소시지, 채끝 스테이크 등을 순서대로 제공하며, 달콤하게 구운 파인애플과 향긋한 이구아수 커피로 마무리된다. 원하는 부위만 골라 먹을 수 있고, 무한 리필 옵션으로 마음껏 즐길 수도 있어 고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함께 제공하는 브라질식 샐러드와 각종 특제 소스, 기본으로 나오는 밥까지 더해지면 풍성한 한 끼가 완성된다. 고기의 깊은 풍미와 불 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인스타그램 @bonin_brazil
가격 슈하스코 한 바퀴 3만4,900원(주중 런치), 3만8,900원(디너, 주말·공휴일) / 슈하스코 무한 리필 4만4,900원(주중 런치), 4만8,900원(디너, 주말·공휴일)
#한 상 가득 차려내는 브라질 가정식의 매력
따봉브라질
브라질 현지의 식탁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정통 브라질 가정식 레스토랑.
브라질 셰프들과 함께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슈하스코와 가정식을 꾸준히 연구하며 선보이고 있다. 숯불에 구워내는 슈하스코는 피카냐, 알카트라(보섭살),링기사(수제 소시지), 삼겹살, 닭 다릿살 등 다양한 부위로 구성되는데, 불 향과 육즙이 살아 있다. 마지막엔 시나몬과 흑설탕을 더해 구운 파인애플로 마무리된다. 샐러드 바에서는 브라질 가정식을 자유롭게 맛볼 수 있다. 토마토 베이스의볶음밥 ‘카헤테이루’, 검은콩 스튜 ‘페이조아다’, 닭다리찜 ‘프랑구 아사두’, 칠리 볼 등 덮밥 스타일 메뉴가 준비돼 있다. 샐러드와 소스도 샐러드바에 포함된다. 브라질의 따뜻하고 푸짐한 집밥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곳만큼 확실한 선택은 없다.
인스타그램 @tabombrasil
가격 15종류 무제한 7만 원, 슈하스코 10종류 무제한 5만5,000원, 브라질 스페셜 메뉴 5만5,000원, 런치 5코스 슈하스코 단품 3만6,000원
#이국적인 정통 브라질 슈하스코
보이브라질
강남에 자리한 ‘보이브라질’은 브라질 현지 셰프들이 숯불에 직접 고기를 굽고, 테이블에서 바로 썰어 서빙하는 전통 방식의 슈하스코 전문점이다.
마늘 토시살, 닭 다릿살, 소시지, 채끝 스테이크 등 다양한 고기가 제공된다. 정성껏 구운 고기를 테이블에서 바로 맛볼 수 있어 고기의 풍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샐러드 바에는 브라질식 토마토 샐러드 ‘비나그레치’, 진한 검은콩 스튜 ‘페이조아다’를 비롯해 밥과 각종 소스가 준비돼 있어 고기와 곁들여 다채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직접 만든 매운 피멘타 소스나 치미추리 소스도 취향대로 선택 가능하다. 내부는 원목 가구와 서부풍 소품, 독특한 조명으로 꾸며 남미 서부의 정취가 물씬 난다. 이국적인 공간에서 여유롭게 고기를 즐기고 싶다면 기억해둘 만한 장소다.
인스타그램 @boibrasil
가격 평일 런치 세트 2만7,000원, 주말·공휴일 런치 세트 3만1,000원, 슈하스코 WEEKDAYS LUNCH 4만3,000원, 슈하스코 WEEKDAYS DINNER 5만1,900원, 주말·공휴일 슈하스코 무한 리필 5만6,900원
글 배효은 사진 박준석